[이은형의 건설 톺아보기] ESG 정착을 위한 첫 발, 표준모델의 정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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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은형의 건설 톺아보기] ESG 정착을 위한 첫 발, 표준모델의 정립
  • 이은형 대한건설정책연구원 책임연구원
  • 승인 2021.04.27 12: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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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은형 문화칼럼니스트·대한건설정책연구원 책임연구원
이은형 문화칼럼니스트·대한건설정책연구원 책임연구원

[이은형 문화칼럼니스트·대한건설정책연구원 책임연구원] 2000년작 영화 ‘에린 그로코비치’는 생산시설에서 유해물질을 배출하는 대기업에 맞서 제기된 집단소송을 다룬다. 실화를 다룬 이야기는 거액의 배상판결로 마무리되며, 이는 실무적으로 가장 중요한 부분이다. 기업이 결정하는 대규모의 시설투자, 공법변경, 시설폐쇄 등에 영향을 미치는 선례가 되기 때문이다.

최근 부각되는 ESG(환경·사회·지배구조)경영도 이와 연계된다. 올바른 가치관이 기업활동에 체화되는 것이 가장 이상적이지만, 민간기업의 수익성이 그에 비례하는 것만은 아니라는 점이 경영진에게는 고민으로 남는다.

혹자는 관련 사례들을 근거로 기업들의 자발적인 참여, 비용지출과 책임경영 등에 대한 사회적 합의 등을 주장하기도 한다. 하지만 ESG 이전에 제시되었던 사회책임투자(SRI)나 지속가능경영 등도 추상적인 부분이 적지 않았기에, 저런 일반론은 설득력을 갖지 못한다. 서구의 사례들은 징벌적 손해배상이라는 개념부터 우리와는 차이가 크다는 점도 종종 경시된다.

기업들이 원론적으로 ESG에 반대하는 것은 아니다. ESG가 우리 사회를 더욱 바람직한 방향으로 이끈다는 것에는 이견이 없다. 기업의 직원들도 사회를 구성하는 개인이라는 점을 감안하면 더욱 그렇다.

그렇지만 최근의 조사결과에 따르면 기업의 실무진들이 ESG에 대해 제기하는 가장 큰 문제점으로는 여전히 ‘모호함’이 지적된다. 즉 필요성에는 공감하지만 정확히 어떻게 해야할지는 모르겠다는 것이다.

실제로 ESG등급을 산정하는 국내외의 기관들이 있지만 평가모형은 각 사의 영업비밀로서 공개되지 않는다. 그리고 등급별 차이가 현실에서는 얼마만큼의 차이인지, 평가결과를 높이기 위해서는 어떤 부분을 어떻게 개선해야하는지도 명확하지 않다. 산업특성에 따라 중요도가 높거나 낮은 항목에 대한 가중치 등도 그렇다.

ESG경영이 기업에 어떤 긍정적인 효과를 가져올지도 확실치 않다. 현실에서는 일정수준의 품질만 유지된다면 저렴한 제품을 찾는 수요가 적지 않다. 예를 들어 과거보다 커피소비량이 크게 늘어났지만 ‘공정무역’ 단어가 크게 어필하지는 않는 식이다. 소비자의 불매운동도 사실상 B2C분야에 한정된다.

이렇다보니 건설업계에서도 ESG의 적극적인 도입이 쉽지 않은 상황이다. 국내에서는 건설산업에 적합한 표준도 없다. 국내·외 시장에서 ESG등급을 요구받더라도 그에 해당되는 업체는 전체의 일부에 불과하다. 친환경자재 등을 사용해 분양주택의 품질을 높이더라도 분양가상한제에는 반영되지 않는다. 건설현장의 안전환경을 목적으로 하는 중대재해법은 과도한 처벌로 논란이 된다.

그렇다면 기업은 필요에 따라 높은 ESG등급을 받기 위해 관련 업무를 전문기관에 외주로 처리할 가능성이 높아진다. 기업규모가 작을수록, B2B기업일수록 ESG의 도입은 어려워해진다. 이런 현황이 고착화되면 ESG는 기업환경에서 전장의 안개(fog of war)로 전락한다.

때문에 현 시점에서 가장 시급한 것은 건설산업에 맞는 ESG 표준모델의 정립이어야 한다. 이익과 불이익에 대한 예측이 가치를 잃을수록 기업의 자발적인 참여는 요원해지기 때문이다.

그리고 나서야 개별 업체의 ESG등급정보를 제공하고 활용하는 등의 방안도 고려할 수 있다. 마치 시공능력평가제처럼 강제성은 없지만 발주자 등이 건설업체를 평가하는 하나의 지표처럼 말이다. ESG도입과 정착에 따른 인센티브도 동일한 맥락이다.

◇주요약력
△공공기관 자문위원(부동산· 민간투자사업 등) 다수 △건축· 경관· 도시계획위원회 위원 다수 △도시·공공·디자인위원회 위원 다수 △명예 하도급 호민관·민간전문감사관 △한국산업인력공단 출제위원 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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