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은형의 건설 톺아보기] 문화로 포장된 도시재생에 필요한 현실감각(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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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은형의 건설 톺아보기] 문화로 포장된 도시재생에 필요한 현실감각(下)
  • 이은형 대한건설정책연구원 책임연구원
  • 승인 2020.01.21 1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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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은형 대한건설정책연구원 책임연구원
이은형 대한건설정책연구원 책임연구원

[이은형 대한건설정책연구원 책임연구원] 우리 사회가 얻은 도시재생의 성과로는 무엇보다 과거의 건축물이 '철거 후 전면 재개발'이라는 투자 대상이 아닌 '보존가치가 있는 문화유산'이라는 인식이 확산된 것을 꼽을 수 있다. 대표적인 것으로 한옥을 리모델링한 카페나 레스토랑의 수가 늘어나고 방문객들도 증가하는 것을 들 수 있다. 홍대 카페라는 단어가 통용되는 시기에는 한옥보다는 서구식 인테리어가 주류였던 것을 감안하면 긍정적인 현상으로 볼 수 있다. 최근 몇 년간 도시재생을 모토로 전국적으로 진행되고 있는 노후건물의 리모델링 붐도 여기에 한몫을 더하고 있다.
 
그렇지만 노후주택 뿐만이 아니라 낡은 창고나 공장건물을 새단장하더라도 대개는 용도가 한정된다는 점은 대표적인 한계로 볼 수 있다. 카페나 레스토랑, 예술공간이 주를 이루다보면 결국은 지역만 달라질 뿐 도시재생의 결과물에는 딱히 차이가 없다는 점을 피하기 어려워서다.  이는 여러 지자체들이 유사한 성공사례를 모델로 삼아 사업을 추진하다보니 차별화를 이끌어낼 요인이 부족하기 때문으로 보인다. 동시에 도시재생사업에서 우후죽순 사용되는 '문화'라는 단어의 정의나 범위를 어떻게 볼지도 애매한 상황도 발생한다.

우리가 십수년 전만 하더라도 홍대나 강릉, 제주도의 특색있는 인테리어를 갖춘 카페를 찾아가던 것을 떠올리면 이해가 쉬울 것이다. 하지만 온라인 등을 통한 빠른 정보의 확산과 교류가 보편화되면서 이러한 과거의 모습은 사라졌다. 급증하는 숫자에 비례해 카페들의 인테리어가 상향평준화된 것도 주목할 만하다. 그래서인지 지금은 어딜 가든 괜찮은 분위기의 카페를 쉽게 찾아볼 수 있다. 

또 도시재생의 이미지가 아기자기한 건축물의 리모델링으로 인식되는 것도 문제로 지적된다. 우리에게는 대개 한국식 구시가지가 남아있을뿐 근대로까지 올라가는 건축물은 많지 않아 관광자원화 등도 한계가 있기에, 도시재생 분야의 누적된 경험을 기반으로 옛 건물을 고쳐쓰는 것 이상의 창의력과 상상력이 점차 필요해지기 때문이다.

장기적인 활용을 위해서는 낡은 것에 손대기에 앞서 충분한 타당성 분석이 이뤄져야 한다. 이런 측면에서는 과거의 방직공장을 예술단지로 변모시킨 중국 상하이의 ‘모간산루 M50’이 좋은 예시이다. 동 사례의 성공요인은 도시 역량 및 수요의 뒷받침과 더불어 문화상품의 생산과 전시, 유통에 걸친 클러스터 형성과도 연계되었다는 것이 핵심이다. 이 과정에서 장소성을 충분히 보존했다는 점은 언급할 필요도 없다. 

하지만 이런 정성적 요인을 간과하고 단기성과를 목적으로 외형적 모방에 집중한다면 지속적인 성과를 거두기 어렵다. 왜냐하면 단기에 많은 자금을 쏟아부어 물리적 시설을 갖추는 것과 '시간과 수요'를 창출하는 것은 전혀 다른 사안이기 때문이다. 

실제로 국내의 지방도시에서 구도심이나 어딘가의 외진 건물들을 멋지게 꾸미더라도 지역상권이 되살아나거나 방문객이 급증한다는 보장은 없다. 상권에 밀려 문화라는 단어를 갖다붙이기도 민망한 상황도 벌어진다. 국내에서는 공공주도로 실행되고 있는 대규모 도시재생사업의 상당수가 이런 부분이 반영되지 못한 채 밀어붙이기식으로 진행된다는 지적도 제기된다. 같은 맥락으로 소규모 사업에서는 도시재생사업이 동네 벽화그리기 정도로 격하되기도 한다. 

따라서 도시재생이 성과를 거두기 위해서는 현실감각, 즉 장기비전을 위한 꾸준한 자원과 역량의 투입이라는 교과서적인 표현을 실행역량으로 바꿀 수 있도록 집중해야 한다. 이를 뒷받침하듯 현실에서는 도시재생의 적지 않은 성공사례들이 공공보다는 오히려 민간이 주도한 부동산 개발의 결과물이라는 점도 유념할 필요가 있을 것이다. 

◇주요약력
△공공기관 자문위원(부동산·민간투자사업·도시재생 등) 다수 △건축· 경관· 도시계획위원회 위원 다수 △도시·공공·디자인위원회 위원 다수 △명예 하도급 호민관·민간전문감사관 △한국산업인력공단 출제위원 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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