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은형의 건설 톺아보기] 강남 부동산과 사상 초유의 실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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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은형의 건설 톺아보기] 강남 부동산과 사상 초유의 실험
  • 이은형 대한건설정책연구원 책임연구원
  • 승인 2020.07.14 09: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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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은형 대한건설정책연구원 책임연구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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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은형 대한건설정책연구원 책임연구원] 한때 시민단체 등을 중심으로 제시되던 부동산 문제의 원인과 해법은 심플했다. 우선 투기세력들이 강남의 부동산가격을 비정상적으로 올려놓는 바람에, 서울과 수도권의 부동산도 강남에 인접한 순으로 따라 오른다. 따라서 문제의 근원인 강남을 때려잡으면 모든 것이 해결되므로, 부동산의 보유세를 강화하고 투기세력의 대출금리를 크게 올리자는 논리였다.

그런데 저금리 기조가 전세계적인 상황에서 금리 인상은 현실성이 떨어지기에 사라졌다. 종전 부동산 폭락론의 핵심트리거가 미국의 금리 인상인 것을 보더라도, 금리를 올려서 부동산문제를 해결하자는 것은 경제사안에 대한 개념이 부족한 것이다. 저런 주장이 등장하는 배경은, 마치 공학같은 학문처럼 어떤 근원적인 절대원리가 존재한다고 가정한 뒤 그걸 찾거나 따르면 문제가 해결된다는 암묵적인 전제가 깔렸기 때문이다.

하지만 시장은 탁상공론으로 움직이지 않는다. 한때 공부의 신으로 여겨지던 사람이 주식시장의 절대적인 지표를 찾은 것처럼 이목을 끌었지만, 막상 수익률은 그리 높지 않았던 것도 그 때문이다.

반면 보유세를 높이겠다는 시도는 꾸준히 지속됐다. 최근 다주택자들에 대한 종부세율을 높인 정부 대책이 가장 가시적이다. 지난 몇 년간 공시지가의 현실화라는 이름으로 지속된 공시가격의 인상까지 고려하면 재산세와 종부세를 합산한 보유세는 이미 상당해졌다.

정부의 입장은 종부세의 대상자가 전체 인구 대비 1% 수준으로 미미하다는 것이다. 하지만 이를 공동주택으로 한정한다면 이야기가 달라진다. 2018년에 14만여 가구였던 대상주택이 올해에는 30만 가구를 넘어서며 역대 최대치를 기록했기 때문이다. 더구나 이들의 약 90%가 서울에 위치하며 수도권으로 범위를 넓히면 구성비율이 98%에 달한다.

이번의 부동산 대책의 대상이 주로 아파트라는 점에서는 사실상 서울을 겨냥한 세금이 된다. 현재 추진 중인 1주택자에 대한 종부세율의 인상안까지 감안하면 더욱 그렇다. 더군다나 증여세율도 함께 높이겠다는 것은 가족 간의 증여 등을 적폐로 간주하는 셈이다.

아울러 얼마 전부터 강남권을 대상으로 토지거래허가제가 시행됐다. 그런데 본래 동 제도는 기존의 도심지역을 중점으로 만들어진 것이 아니다. 신도시같은 개발계획이 발표되면 해당 지역의 토지거래가 늘고 가격도 오르는 것이 일반적이다. 따라서 토지보상금 등이 크게 증가해 사업추진을 저해하는 것을 막기 위해 한시적으로 적용하는 것이다. 이 때문에 관련 법령을 보더라도 도심지역에 적용을 가능케하는 조항은 뒤쪽에 나온다.

부동산시장을 안정시키겠다는 선한 정책의도는 명백하지만 효과가 있을지는 미지수다. 실제로 토지거래허가제가 시행되자 오히려 인접지역의 호가가 오른 것이 이를 보여준다. 어찌보면 개발사업에서도 수용대상 토지보다 길 건너편에 투자하는 것이 효율적이라는 과거의 경험이 이번에도 적용된 셈이다.

이렇게 되면 토지거래허가제는 애초의 기대효과를 얻지 못할 것이다. 그리고 거래 제한과 보유세 과세를 병행해야 한다는 의견이 부각된다면 동 제도의 적용기간은 연장될 가능성이 높아진다.

이상을 종합하면 관점에 따라 강남 부동산을 대상으로 하는 사상 초유의 실험이 시도된 것으로도 볼 수 있다. 물론 아직까지 세간의 예상은 긍정보다는 부정으로 기울 것이다. 하지만 강남권의 매매거래 자체를 제한하고 추후 1주택자까지 보유세를 중과하는 조치가 과연 서울의 부동산 가격을 안정시킬지 귀추가 주목된다. 문제 해결을 위한 다양한 접근이라는 측면에서는 역사에 길이 남을 사안일지도 모른다.

◇주요약력
△공공기관 자문위원(부동산· 민간투자사업 등) 다수 △건축· 경관· 도시계획위원회 위원 다수 △도시·공공·디자인위원회 위원 다수 △명예 하도급 호민관·민간전문감사관 △한국산업인력공단 출제위원 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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