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은형의 건설 톺아보기] 투자손익보다 중요한 지역유산의 비정형적 가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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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은형의 건설 톺아보기] 투자손익보다 중요한 지역유산의 비정형적 가치
  • 이은형 대한건설정책연구원 책임연구원
  • 승인 2019.05.28 10: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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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은형 대한건설정책연구원 책임연구원
이은형 대한건설정책연구원 책임연구원

[이은형 대한건설정책연구원 책임연구원] 도시가 형성되고 시간이 지나면서 도심이 노후화되면 자연스레 교외지역의 개발이 대안으로 떠오른다. 사람들이 새로 조성된 외곽으로 이동하고 다시 시간이 지나면, 이번에는 도시재생 등으로 도시가 새단장하면서 구도심으로의 회귀가 발생한다. 20세기 미국의 대도시나 한국의 수도권 신도시나 이런 맥락은 동일하다.

상권의 경우에는 약간의 차이가 있다. 임대료의 급격한 상승이나 낡은 환경 등으로 인해 기존의 중심상권이 새로운 인기상권으로 이동하는 것이 대표적이다. 하지만 이런 지역에서도 한번 오른 임대료는 쉽게 내리지 않으며 설령 공실이 발생하더라도 마찬가지다. 한번 쇠락한 상권이 전성기의 영광을 회복하지 못하는 경우도 흔하다.

얼마 전 국내에서는 목포 구시가의 부동산을 둘러싼 투기논란이 큰 이슈였다. 투기라고 주장하는 쪽에는 이를 긍정하는 전문가들의 견해가 뒤따랐다. 그런데 상당수는 일반적인 경험에 근거한 것처럼 보인다. 해당 사안이 서울이나 주요 지역에서 발생했다면 이들의 판단이 맞았을 가능성이 높다.

하지만 지방도시의 부동산은 수도권 등지와는 상이한 양상을 보이는 사례가 적지 않다. 왜냐하면 지방에서는 기존의 도시가 더 확장될 수 있는 공간이 충분한 경우가 많기 때문이다. 사업자 입장에서도 소유권과 보상문제 등이 상대적으로 복잡한 구도심의 재개발보다 외곽의 신규개발이 더욱 용이하다. 이런 부분은 지도보다는 현장답사를 통해 확인하는 것이 적절한 사안이다.

실제로 목포에서는 목포역이 위치한 구도심과 신시가지와의 거리를 가깝다고 평하기는 조금 부족한 감이 있다. 지역주민들이 즐겨찾는 번화가도 신도심에 있고 나름 지역의 명물인 분수쇼가 벌어지는 해안가의 위치를 보더라도 그렇다. 전남도청의 신청사는 이보다 더 외곽에 위치한 아직도 조성 중인 신도시에 위치한다. 이런 상황에서는 구도심으로의 회귀가 점점 요원해진다. 동시에 단기차익을 노리는 부동산 투자도 어려워진다.

물론 동 사안에서는 의도치않은 투기논란이 가져온 부수효과도 무시할 수는 없다. 언론에 노출되면서 발생한 마케팅 효과가 바로 그것이다. 이를 반영하듯 논란의 중심에 섰던 숙박업소 건물의 예약도 늘어난 것으로 알려졌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 곳에는 구도심으로서의 한계가 여전히 남아있다. 우선 야간에는 유동인구가 거의 없어 지역상권이 활성화되지 못한다. 더구나 지역이 간직한 근대문화유산의 정경이 군산이나 진해같은 관광산업에서의 경쟁도시와 비교해 독보적인 것도 아니다.

이런 상황에서 벌어진 오랜 건축물의 매입건은 어떻게 보아야 할까. 매입시점보다는 일부 시세가 올랐더라도, 애초부터 국내에서는 지역경제의 쇠락없이 매입가보다 하락한 건물을 찾아보기 어렵다. 오히려 물가상승률을 감안한다면 실물자산의 가치증가는 자연스럽다. 때문에 현재로서는 나쁘게 보더라도 투기보다는 투자의 수준이다. 이를 순수하게 본다면 문화유산, 즉 지역경관의 적극적인 보존행위일 것이다.

이런 부분을 먼저 파악하는 사람들이 많지 않다는 점은 안타깝다. 부동산투자에 따른 손익계산에 앞서 지역의 문화유산이 가진 비정형적 가치를 먼저 바라보는 사람들이 충분치 못해 아쉽다. 

◇주요약력
△공공기관 자문위원(부동산· 민간투자사업 등) 다수 △건축· 경관· 도시계획위원회 위원 다수 △도시·공공·디자인위원회 위원 다수 △명예 하도급 호민관·민간전문감사관 △한국산업인력공단 출제위원 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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