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은형의 건설 톺아보기] 건설업계에 필요한 것을 명확히 요구할 수 있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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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은형의 건설 톺아보기] 건설업계에 필요한 것을 명확히 요구할 수 있어야
  • 이은형 대한건설정책연구원 책임연구원
  • 승인 2020.03.27 13: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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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은형 대한건설정책연구원 책임연구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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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은형 대한건설정책연구원 책임연구원] 매년 비슷한 시기가 되면 건설산업에 대한 전망들이 엇비슷하게 쏟아진다. 해는 바뀌지만 안에 담긴 내용은 사실상 동일하기에 굳이 읽지 않더라도 짐작할 수 있다. 대부분 건설 수주 감소 등으로 내년도 어렵다는 부정적인 주장이기 때문이다. 설령 건설경기가 반등하거나 역대급의 실적을 기록하더라도 차이는 없다.

그런데 평년의 전망과 달리 지난해 건설수주액은 오히려 증가한 것으로 집계되었다. 실상은 전년도인 2018년의 전년 대비 수주감소폭도 그리 큰 것은 아니었다. 수주산업이라면 납득할 수 있는 수준으로 봐도 무리가 없을 정도였다. 여기에 SOC(사회간접자본) 투자 등을 늘리겠다는 정책기조의 변화까지 감안하면 올 한 해를 긍정적으로도 볼 수 있었다. 심지어 해외건설수주도 그랬다.

그런 와중에 갑작스런 코로나19의 확산이라는 블랙스완이 등장했다. 이는 기 작성된 올해의전망에는 전혀 반영되지 못한 요인이기도 하다. 어쨌든 여파는 컸다. 업계에 따르면 지난 2월에 분양 예정이었던 전국 31개 단지 중에서 실제로 분양된 단지는 절반 수준에 그쳤다. 뿐만 아니라 3월 이후의 분양물량들도 뒤로 미뤄질 가능성이 높은 상황이다.

한동안 이런 식이라면 주택 등 건설수주의 급감으로 인해 어렵다는 주장을 펼치기에 알맞은 상황일 수 있다. 근래 들어 가로주택정비사업까지 넘보는 상위권 건설사들이 늘어나는 등의 추가적인 현황을 덧붙여도 좋을 것이다.

하지만 일각에서는 오히려 SOC 투자의 조기집행 등으로 인해 연단위로는 오히려 공사물량이 점차 증가할 것이라는 예상도 있다. 실제로 최근 발표된 한국토지주택공사(LH)의 올해 발주규모는 지난해의 2배에 달한다. 그밖에도 공공부문에서는 엔지니어링 업체들의 입찰건수가 늘어나는 것으로 알려졌는데, 이들의 결과물이 시공단계로 넘어가면 공사물량이 되므로 시간이 지날수록 업계 상황이 호전될 것이라는 주장도 설득력을 갖는다.

어떤 주장이 맞을지는 시간이 지나야만 검증할 수 있겠지만, 현실에서는 경우의 수를 모두 검토하는 것이 타당하다. 하지만 건설업계에서는 종종 전자 쪽으로 기우는 성향이 발견된다. 정확히는 불황을 재료삼아 유독 정부의 대책을 당연한 듯이 요구한다.

물론 토목같은 특정 분야는 사정이 다르긴 하다. 동종업체의 수는 물론 분야별로는 공사수주액의 감소도 명확히 집계되기 때문이다. 시장 수요가 줄어든다고 해서 명맥이 없어지도록 방관할 수도 없으니 지원책이 필요하다는 주장도 일정 수준의 설득력을 갖는다.

하지만 매년 잊을만하면 튀어 나오는 미분양 주택같은 사안처럼, 동일한 품질과 동급의 입지가 보장되는 않는 물건을 정부가 책임지라는 요구는 곤란하다. 타 산업에서는 판매부진 등으로 재고가 쌓이더라도 마냥 정부 대책을 요구하지는 않는다.

또한 공종별 업체별의 세부내용도 없이 건설산업이 어려우니 정부 대책이 필요하다는 식의 논리도 실현가능성은 낮다. 왜냐하면 의사에게 아픈 증상을 명확하게 설명하는 것은 환자의 몫이기 때문이다. 구체적인 내용없이 막연하게 아프다고만 하면 오진으로 이어지거나 오히려 꾀병으로 여겨질 수도 있다.

따라서 우리 건설업계가 적시에, 적절한 곳에, 꼭 필요한 지원을 받기 위해서는 정책당국이 실행에 옮길 수 있는 범위로 구체적인 내역을 먼저 수립해야 한다. 이를 시작으로 특정 지역이냐 분야에 편중되지 않도록 지속적인 수정과 보완을 더해야 함은 물론이다.

◇주요약력
△공공기관 자문위원(부동산·민간투자사업·도시재생 등) 다수 △건축·경관·도시계획위원회 위원 다수 △도시·공공·디자인위원회 위원 다수 △명예 하도급 호민관·민간전문감사관 △한국산업인력공단 출제위원 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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