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계 경영승계 과제] 현대중공업그룹, 30년 만의 오너체제 전환…과제는 ‘돈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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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계 경영승계 과제] 현대중공업그룹, 30년 만의 오너체제 전환…과제는 ‘돈줄’
  • 문수호 기자
  • 승인 2020.10.19 15:17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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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몽준 최대주주 정계 입문 이후 30여년 만에 오너체제 전환 앞둬
현대중공업지주 지분 26.6% 상속세 문제…지주사 고배당 정책 불가피
현대글로벌서비스서 CEO 역량 확인…두산, 대우조선 등 합병으로 재확인
정기선(앞줄 왼쪽) 현대중공업 전무와 알리 알하르비 바흐리 CEO가 스마트십 사업 협력을 위한 MOU를 맺었다. 사진=현대중공업 제공
정기선(앞줄 왼쪽) 현대중공업 부사장이 지난 2017년 알리 알하르비 바흐리 CEO와 스마트십 사업 협력을 위한 MOU를 맺은 모습. 사진=현대중공업 제공

[매일일보 문수호 기자] 현대중공업그룹이 30여년 만에 오너체제로의 전환을 앞두고 있다. 사실상 승계 작업과 맞물린 오너체제 전환은 현업에서 경영수업을 쌓고 있는 정기선 현대중공업 부사장이 아버지 정몽준 최대주주로부터 현대중공업지주 지분을 상속받으면 비로소 완성된다.

19일 업계에 따르면 현대중공업그룹은 정몽준 현대중공업지주 최대주주가 정계에 입문한 1988년 이후 30여년 만에 오너 경영체제로의 전환을 앞두고 있다. 현대중공업그룹의 경영 승계는 사실 현대차그룹이나 한화와 같이 복잡하지 않다. 정기선 부사장이 아버지 정몽준 최대주주로부터 현대중공업지주 지분 26.6%를 물려받는 것이 핵심이다. 정기선 부사장의 지분은 5.26%에 불과하다.

문제는 돈줄이다. 현대중공업지주가 배당성향 70% 이상의 고배당 정책을 유지하는 가장 큰 이유다. 현대중공업지주의 최대 돈줄인 현대오일뱅크와 현대글로벌서비스의 수익이 중요한데 최근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등의 이유로 현대오일뱅크가 올해 상반기 4785억원의 순손실을 입은 것은 타격이 크다.

직접적인 사업 대상이 없는 지주사가 그룹 내 계열사들의 이익을 고배당으로 오너 주머니를 채운다는 점에서 노조원과 일반 주주들의 불평 대상으로 지목되기도 하지만, 정 부사장의 경우 현대글로벌서비스에서 보인 뛰어난 경영능력으로 이를 무마하고 있다.

지난 2013년 현대중공업에 입사해 경영수업을 시작한 정 부사장은 2016년 말 현대글로벌서비스를 분리 독립시키며 2017년에는 대표이사를 맡아 최고경영자(CEO)로 데뷔했다. 당시 현대글로벌서비스는 외연으로 드러나지 않는 서비스 부문을 사업화한 것으로, 현대중공업으로부터 일감몰아주기 의혹이 짙었지만 3년 만에 가파른 성장세를 기록하며 세간의 평가를 무색하게 했다.

현대글로벌서비스는 2017년부터 매년 2배에 가까운 매출액 상승률을 보였다. 순이익도 2017년 400억원 수준에서 2018년 580억원 2019년 880억원으로 급증했다.

무엇보다 현대중공업 의존도를 크게 낮췄으며, 최근에는 기존 사업 외에 선박 개조사업, 수리사업, 정비 사업 등을 연계한 선박 생애주기 관리 사업을 추진하고 있다. 현재 글로벌 선박 시장에서 유일한 선박 종합 관리서비스 제공업체로, 친환경 선박설비의 설치 공사는 현대글로벌서비스의 신성장동력으로 떠오르고 있다.

특히 국제해사기구의 IMO2020 시행에 따른 환경 규제로 황산화물 배출을 줄이기 위한 친환경 선박 개조시장이 주목받고 있어 이 시장 선두주자로 나선 현대글로벌서비스의 도약이 예상된다.

현대글로벌서비스에서 CEO 역량을 보인 정 부사장은 현대중공업지주 경영지원실장으로서 두산인프라코어와 대우조선해양 합병을 성공적으로 이끌면 지주사 경영에서도 합격점을 받을 가능성이 크다.

정 부사장이 그룹 내 계열사 지분을 갖고 있지 않아 지분 상속 외엔 방도가 없다. 합병 등을 통한 꼼수를 부릴 수 없다는 점이 다른 기업의 승계 작업과 결정적 차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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