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계 경영승계 과제] 정의선 회장 취임…승계 방점은 지배구조개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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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계 경영승계 과제] 정의선 회장 취임…승계 방점은 지배구조개편
  • 문수호 기자
  • 승인 2020.10.19 14:37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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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대차 지배구조개편, 표면상 순환출자구조 및 일감 몰아주기 해소
실상은 그룹 내 지배력 강화가 목적, 정 회장 주요 회사 지분 적어
현대글로비스 가치 절상과 현대모비스 가치 부합시키는 것이 과제
정의선 회장 미래 모빌리티 비전 가시화…2018년보다 긍정적 상황
정의선 회장이 지난 14일 그룹 회장으로 취임했다. 사진은 정의선 회장이 수소위원회 주관 만찬에서 인사말을 하고 있는 모습. 사진=현대차 제공
정의선 회장이 지난 14일 그룹 회장으로 취임했다. 사진은 정의선 회장이 수소위원회 주관 만찬에서 인사말을 하고 있는 모습. 사진=현대차 제공

[매일일보 문수호 기자] 정의선 현대자동차그룹 회장이 지난 14일 그룹 회장으로 취임하면서 3세 경영 시대가 본격 개막됐다. 그러나 정부가 순환출자구조를 금지하면서 현대모비스를 통한 주요 계열사 통제가 어려워짐에 따라 정의선 회장의 그룹사 지배력 강화라는 숙제가 남아 있다.

19일 업계에 따르면 정의선 현대차그룹 회장이 선임됨에 따라 지배구조개편에 대한 기대도 커지고 있다. 지난 2018년 현대모비스의 분할과 현대글로비스와의 합병을 전제로 한 지배구조개편 방안은 소액주주와 일반주주의 이익은 희생하고, 대주주의 이익만 극대화한다는 자문평가 기관의 지적에 실패로 돌아간 바 있다.

현재 정 회장의 주요 회사 지분은 현대차 2.62%, 기아차 1.74%, 현대모비스 0.32% 등으로 그룹 내 지분 지배력은 매우 약한 편이다. 현대차그룹의 지배구조개편은 순환출자구조 및 계열사간 내부거래 해소라는 표면적 이유와 함께 정의선 회장의 지분 확보를 통한 그룹 내 안정적 지배력 강화라는 과제를 한 번에 풀 수 있는 통로인 셈이다.

다른 그룹사의 경우 지주사 체제로 전환했음에도 경영 승계를 위해 대주주의 지분 상속이라는 문제를 안고 있는 만큼, 현대차그룹은 지주사 전환과 함께 지분 확보라는 두 마리 토끼를 잡을 수 있는 대책이 나올 가능성이 크다.

이를 위한 방안이 2018년에 선보인 현대모비스 분할을 통한 현대글로비스의 가치 절상이었다. 현재 정 회장은 현대글로비스의 지분 23.29%를 보유하고 있는데 이 지분을 통해 현대모비스의 지분을 확보하는 게 지난 지배구조개편의 주요 골자였다.

정 회장은 현대글로비스 지분 외 현대오토에버(9.57%)나 현대엔지니어링(비상장·11.72%) 지분을 보유 중인데, 정몽구 명예회장의 각 계열사 지분을 상속받기 위해서는 막대한 상속세가 필요한 만큼 이들 회사 지분이 활용될 가능성이 크다.

결국엔 현대글로비스 지분을 통해 현대모비스 지분을 확보하는 방안이 가장 적합한 방안이어서 현대글로비스 가치 절상이 불가피한 상황이었다. 현대차그룹은 2018년 존속법인과 분할법인 각각 0.79:0.21의 분할비율을 적용하고, 현대글로비스와의 분할합병비율은 1:0.614로 현대모비스 주주는 1주당 현대글로비스 주식 0.614주를 지급받는 방안을 내놓은 바 있다. 그러나 이 방안은 현대모비스의 가치 절하라는 평가와 함께 주주들의 반발이 심했다.

현재 ‘현대모비스→현대차→기아차→현대모비스’라는 구조상 합병 현대글로비스는 결국 정의선 회장의 ‘존속모비스’ 지분 회수 수단에 불과하단 평가를 받았다. 분할 및 합병 절차가 완료된 후 합병 글로비스 지분과 기아차가 보유한 존속모비스 지분(17%)을 스왑하는 방식으로 지분을 확보하는 것이 정 회장의 지배력 강화와 그룹 내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가장 손쉬운 방안이었다.

문제는 이를 위해서 정의선 회장의 지분이 많은 현대글로비스의 가치가 최대한 평가절상되고, 현대모비스의 가치는 평가절하돼야 한다는 점이다. 이는 기존 현대모비스 주주들에게 불리하게 작용할 수밖에 없다.

그렇다고 정 회장의 지분을 고려하지 않은 지배구조개편을 상상하긴 힘들다. 최근 스튜어드십코드 도입과 더불어 공정거래법 및 상법 개정 등 기업 경영권을 위협할 수 있는 제도가 법제화되고 있어 대주주의 지분 확보 중요성이 어느 때보다 커지고 있기 때문이다. 2018년과 다른 점은 정 회장의 미래 모빌리티 비전이 가시화되고 있다는 점이다.

업계 한 관계자는 “전기차 등 친환경차의 대두와 정부의 수소 활성화 정책을 통한 수소 경제의 현실화 가능성이 커졌고, 현대모비스의 주주친화 정책이 꾸준히 이어지고 있는 만큼 다가올 지배구조개편은 2018년과는 사뭇 다를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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