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vs 중국] 세계의 탈중국 가속…한국 기업은 왜 못하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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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vs 중국] 세계의 탈중국 가속…한국 기업은 왜 못하나?
  • 문수호 기자
  • 승인 2020.05.19 16: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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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일본·유럽 탈중국 가속화, 리쇼어링 정책 전면 추진
한국은 반도체·자동차·배터리·디스플레이 등 중국 투자 여전
세계 1위 수요 시장 못 버려…공급선·수요처 다변화 과제
현대차 중국 법인 베이징현대 전경. 사진=현대차 제공
현대차 중국 법인 베이징현대 전경. 사진=현대차 제공

[매일일보 문수호 기자] 최근 전세계에 막대한 피해를 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책임 공방 문제로 중국에 대한 국가 신뢰도가 떨어지고 있다. 이로 인해 미국·일본·유럽 등에서 제조업의 탈(脫)중국 움직임이 나타나고 있지만, 한국을 비롯한 글로벌 기업들이 최대 수요처인 중국 시장을 버리기는 쉽지 않을 전망이다.

19일 관련 업계는 탈중국을 기반으로 한 미국·일본·유럽의 리쇼어링 정책이 한국에서는 빛을 발하기 어려울 것으로 내다봤다. 최근 기업들은 원료와 수요 밀접성이 높은 지역에 공장을 짓는 추세다. 중국에만 반도체, 자동차, 전기차 배터리, 디스플레이 등 주요 대기업의 공장이 진출해 있다. 수조원대의 투자금액을 고려하면 탈중국은 쉽지 않은 선택이다.

전세계에서는 중국에 진출한 자국 기업을 불러들이는 리쇼어링 정책이 힘을 얻고 있다. 세계 1,3위 경제국인 미국과 일본은 지난 9일 중국에 진출한 기업의 자국 유턴 이전비를 지원하겠다며 기업 회유에 나섰다.

미국은 코로나19 발생 이전부터 19개월 동안 이어온 미·중 무역분쟁으로 미국 기업의 중국 철수를 진행하고 있었지만, 일본과 유럽은 코로나19 영향을 받아 제조업 회귀 정책이 힘을 얻고 있다. 미국은 중국 진출 기업이 자국 유턴 시 이전비 전액을 지원할 계획이다.

블룸버그 통신에 따르면 일본경제산업성도 지난 9일 총액 108조엔(약 1222조5000억원)의 코로나 관련 경제원조계획을 발표하며 중국 진출 일본 기업의 탈중국 지원비로 2435억엔의 자금을 할당했다. 2435억엔 중 2200억엔이 자국 유턴 기업에 사용되고, 나머지 235억엔은 동남아 등 다른 국가로 이전하는 비용으로 사용된다.

독일, 프랑스 등 유럽도 의료 기기 부문의 중국 의존도를 낮출 것으로 보인다. 주요 산업의 탈중국은 장기간 검토가 필요하지만, 의료 장비와 의약품은 빠른 탈중국 흐름이 나타날 가능성이 크다.

하지만 전세계의 탈중국 흐름에도 국내 기업들은 여전히 중국 의존도를 낮추기 어려울 전망이다. 오히려 재계 1위인 이재용 삼성 부회장은 코로나19 이후 첫 해외 행보를 중국에서 보이는 등 중국 시장 공략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국내 기업들의 중국 투자는 상당한 규모다.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가 각각 중국의 시안과 우시에 반도체 공장을 세웠고, 현대·기아자동차는 각각 베이징과 옌청시에 공장을 지었다. 또 LG화학과 SK이노베이션도 남경과 창저우에 각각 공장을 도입했다. 이밖에 LG디스플레이 역시 광저우에 OLED 공장을 세웠다.

이러한 국내 기업의 중국 진출은 사실상 수요가 가장 큰 요인으로 작용했다. 중국은 세계 1위의 반도체·자동차 수요 시장을 보유하고 있다. 최근 인건비 상승으로 과거와 같은 원가절감 효과가 없음에도 불구하고 현지 진출에 나서는 이유다.

여기엔 중국 정부의 자국 내 투자를 유치하기 위한 정책도 큰 영향을 미쳤다. 전기차 배터리 역시 CATL 등 중국 기업이 오랜 기간 시장점유율을 유지해온 것도 자국 수요 덕이다. 삼성이 스마트폰 공장을 베트남으로 이전한 사례가 있지만, 이는 사실상 중국 내 점유율이 화웨이에 완전히 밀렸기 때문에 가능했다.

한 관련 업계 관계자는 “한국 산업의 중국 의존도를 줄이지 않으면 기술 유출과 미·중 무역분쟁과 같은 리스크를 감안할 때 크게 낭패를 볼 수도 있다”라며 “다양한 원료 공급선과 수요처를 확보하고 연구개발을 통한 기술력 격차 유지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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