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획] 중국發 짝퉁직구 판 치는데…국내 온라인 시장 비집는 中이커머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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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획] 중국發 짝퉁직구 판 치는데…국내 온라인 시장 비집는 中이커머스
  • 민경식 기자
  • 승인 2023.11.19 12:0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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中, 알리·테무 등 성장세 힙입어 韓직구시장서 美 제칠 전망
고물가 장기화 속 초저가 차별화…짝퉁 문제 여전히 만연해
인천본부세관이 압수한 ‘짝퉁’ 명품 브랜드 제품. 사진=인천본부세관
지난 8월 세관이 압수한 중국산 ‘짝퉁’ 명품 브랜드 가방. 사진=인천본부세관

매일일보 = 민경식 기자  |  중국 이커머스들이 국내 온라인 생태계를 위협할 정도로 가파르게 사세를 키우고 있다. ‘알리익스프레스’, ‘테무’ 등이 초저가를 무기로 고물가 시대를 마주한 국내 소비자를 효율적으로 공략하며 한국 직접구매(직구) 시장의 핵으로 급부상하고 있다.

이들의 고속성장세를 타고 올해 중국 해외 직구는 미국을 앞지를 것이란 전망까지 나오는 상태다. 다만, 중국 해외 직구 수요 증가로 지식재산권 침해물품(일명 짝퉁) 이슈가 끊이지 않고 있어 소비자 보호 차원 대책 수립 필요성이 대두되고 있다. 정부 당국도 광군제, 블랙프라이데이 등 연말 대형 쇼핑 행사를 고려해 대대적인 짝퉁 근절에 나서고 있다.

19일 통계청에 따르면, 올해 1∼3분기 해외직구액은 전년 동기 대비 20.4% 성장한 4조7928억2600만원을 기록했다. 국가별로 중국이 2조2217억원으로 절반(46.4%) 가량 점유하고, 미국이 1조3928억7900만원(29.1%)으로 뒤따랐다. 유럽연합(EU)과 영국 6504억7300만원(13.6%), 일본 3449억7400만원(7.2%), 아세안(ASEAN) 555억8000만원(1.2%), 캐나다 406억9300만원(0.8%) 등으로 파악됐다.

이번 1∼3분기 해외직구액 조사에서 괄목할 만한 부분은 중국발 직구액은 전년 동기 대비 무려 106% 치솟은 반면, 최대 경쟁국인 미국은 9.7% 떨어졌다. 이 같은 흐름이라면 올해 중국이 미국을 처음으로 제치고 한국 직구 시장의 새로운 왕좌로 거듭날 것으로 전망된다.

중국 직구가 승승장구하는 배경으로 단연 ‘초저가’가 거론된다. 고물가 장기화로 지갑이 쪼그라든 국내 소비자 상황의 틈을 비집고 들어갔다는 분석이 나온다. 통계청의 ‘10월 소비자물가 동향’에 따르면, 지난달 소비자물가지수는 113.37(2020년=100)로 전년 동기 대비 3.8% 뛰었다. 오름폭이 지난 8월(3.4%)과 9월(3.7%) 보다 더 커지고 있다.

2018년 한국 이커머스 시장에 뛰어든 알리익스프레스는 차별화한 가격 전략과 공격적인 광고 마케팅으로 영향력을 끌어올리고 있다. 지난 11~18일 광군제 세일 행사에서 50만여개 다양한 상품을 최대 50% 할인해 선보이는가 하면, 지난달 신설한 한국 제품 전문관 ‘K-베뉴’을 내세워 국내 상품을 내놓기도 했으며, 지난 3월 한국 시장에 1000억원을 투자한다는 계획도 알렸다. 대중적인 인지도가 높은 배우 마동석을 국내 모델로 앞세워 TV광고를 선보이기도 했다. 올 7월 한국에 상륙한 테무도 ‘최대 90% 할인’과 ‘90일 이내 무료 반품’을 내걸고 이용자 확보에 공을 들이고 있다. 

문제는 중국 직구에 대한 수요와 인지도가 높아지자 짝퉁 등 부작용 사례가 우후죽순 터져나오고 있다는 것이다. 관세청에 따르면, 지난해 통관 검사에서 6만2326건이 가품 상품으로 적발된 가운데, 99%가 중국발로 확인됐다.

한국소비자원이 8월 공개한 국제거래 소비자 이용·피해 실태조사에 따르면, 해외직구 이용자(500명)의 10.2%(51명)는 피해를 겪어 봤다고 응답했다, 특히 알리익스프레스에서 피해를 받았다는 소비자 응답은 60.8%에 달했는데, 해결률도 61.3%로 가장 낮았다.

지난달 16일 국회 정무위원회 국감에서도 여야를 불문하고 알리익스프레스의 짝퉁 판매에 대한 성토가 빗발쳤다. 이날 레이장 대표는 “짝퉁 문제와 관련해 내부 확인 후 즉각 조치하겠다”며 “한국 소비자들이 겪고 있는 상황을 이해하고 있고, 자원 투입을 통해 지적재산권 보호에 앞장서겠다”고 말했다.

소비자와 마찬가지로 국내 기업들이 받는 피해도 적지 않다. 한국지식재산연구원은 2019년 기준 해외 지식재산권 침해 위조에 의한 국내 산업 피해액이 무려 22조원에 이른다고 추산했다. 이로 인해 일자리(3만1753개)와 세입(4169억원)도 축소된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정부당국은 국내로 수입되는 지식재산권 침해물품을 차단하기 위해 칼을 꺼내들었다. 관세청은 내달 1일까지 4주간 수입 단계에서 짝퉁 집중단속을 실시하고 있다. 위조 화장품·전기제품·식품 등 안전 인증을 받지 않은 품목과 의류·잡화 등 통상 지식재산권 침해가 발생하는 제품군에 대한 단속을 강화한다. 국산 브랜드의 상표권, 디자인권 등을 침해한 물품의 수입도 적극 근절한다. 연말까지 직구 제도의 올바른 이용 방법을 알리는 ‘해외직구 바로하기’ 캠페인을 전개한다.

현재 주로 모니터링을 강화하는 방식으로 짝퉁을 예방을 하고 있지만, 근본적인 문제 해결책이 되기 어려워 보인다. 해외 이커머스와 짝퉁 제조업체에 대한 규제 또는 감시 등을 할 수 있는 기관이나 제도적 장치가 사실상 없기 때문이다. 또한, 짝퉁에 대한 소비자 인식 변화와 소비 행태 개선도 같이 이뤄져야 한다는 목소리도 제기된다.

서용구 숙명여대 경영학과 교수는 “국내에서 온라인 해외직구 시장 규모가 나날이 커지고 있고, 이 중 알리익스프레스를 비롯한 중국 이커머스들은 가격 경쟁력을 갖춘 상품부터 소형 가전, 청소기, 드론 등 다른 국가 기업에서 취급하지 못하는 희소 상품까지 앞세워 효율적으로 소비자 니즈를 공략하는 모양새”라며, “중국은 가품 등에 대한 단속 통제가 쉽게 되지 않는 만큼, 국내 소비자들이 커뮤니티에서 정보를 습득하는 등 스스로 경각심을 가지고 중국 플랫폼을 이용하는 게 좋다”라고 진단했다.

이커머스 업계 관계자는 “공산품 등을 중심으로 판매하는 국내 오픈마켓 기업들은 중국 이커머스 기업들의 성장세를 예의주시하고 있는 분위기로 신선식품, 럭셔리 등 직구를 활용하기 어려운 상품들을 구색하거나 영역이 겹치지 않는 서비스를 강화해 차별화를 달리하고 있다”라며 “일부 중국 플랫폼에서 가품을 버젓이 판매하고 있는데, 소비자들이 이를 모르고 피해를 보기도 하지만, 고물가에 따른 지출 부담으로 알고도 저렴한 중국 상품을 구매하는 경우도 있기 때문에 관계 당국의 가품 근절 노력과 더불어 소비자 인식 개선이 필요하다고 본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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