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0 CEO 평가-통신] ‘청바지’ 입은 박정호 SKT 사장, ICT 혁신 주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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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0 CEO 평가-통신] ‘청바지’ 입은 박정호 SKT 사장, ICT 혁신 주도
  • 정두용 기자
  • 승인 2020.11.19 16:07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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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벼운 옷차림만큼 유연해진 사내 분위기…“IT업계 자유로움 흡수”
조직개편으로 신사업 강조…글로벌 기업과 협력 ‘성과’
박정호 SK텔레콤 사장이 T팩토리 공개 행사에서 발표를 진행하고 있는 모습. 사진=SK텔레콤 제공
박정호 SK텔레콤 사장이 T팩토리 공개 행사에서 발표를 진행하고 있는 모습. 사진=SK텔레콤 제공

[매일일보 정두용 기자] 박정호 SK텔레콤 사장의 옷차림이 가벼워졌다. 청바지에 후드티를 입고 어떠한 문서 없이 생수 한 통 손에 들고 직원들과 대화에 나섰다. 입에선 ‘모든 걸 내건 도전’보단 ‘안정적인 환경에서의 혁신’을 강조한다는 말이 나왔다.

19일 SK텔레콤에 따르면 박 사장은 최근 2주에 걸쳐 2차례 서울 을지로 본사 수펙스홀에서 CEO 타운홀을 열었다. 지난 5일에는 ‘모빌리티 사업’을, 17일에는 ‘일하는 방식 혁신’을 주제로 직원들에게 비전을 설명했다.

이런 수장의 모습이 단순히 ‘보여주기식’ 변화가 아니라는 점에서 주목된다. SK텔레콤은 박 사장의 의지에 따라 실제로 유연한 업무환경으로 탈바꿈되고 있다. 신기술 기반 사업을 강화하며 기업이미지(CI) 변경을 추진하고 있는데, 사내 분위기도 이에 맞춰 자유롭게 변모하고 있다는 평가가 나온다.

‘티맵모빌리티 주식회사(가칭)’ 설립에 따른 인사 인동이 대표적이다. SK텔레콤은 사내 ‘모빌리티 사업단’의 물적 분할을 목전에 두고 있다. 회사 입장에선 전문기업을 세워 시장 변화에 대응할 수 있는 사업이지만, 직원 입장에선 1위 통신사에서 신설법인으로 이동하는 불안함을 느낄 수 있는 사안이다. SK텔레콤은 이에 개인 선택에 따른 인사이동을 약속했고, 위로금 지급도 논의 중이다. 특화 인사제도를 통한 본사 복귀의 길도 열어놓는 파격적인 제도를 도입했다.

게임·포털 등 IT기업들에서나 볼 법한 유연성이다. 이통사의 사내 분위기는 ‘자동차업계보단 가볍고 IT업계보단 무거운’ 것으로 평가받아 왔다. 통신업계 관계자는 “SK텔레콤은 탈(脫)통신을 추진하는 이통3사 중 가장 발 빠르게 IT업계의 분위기를 흡수하고 있다”며 “시장 변화에도 유연하게 대처하는 모습”이라고 설명했다.

SK텔레콤의 ‘파격’은 또 있다. 거점오피스 사업의 프로젝트 리더에 입사 3년 차 1988년생 직원을 임명했다. 젊은 직원들에게 의사 결정을 맡기고 혁신을 앞당기겠다는 박 사장과 경영진의 의지가 투영된 발탁이다. 거점오피스는 포스트 코로나 시대를 맞아 근무 장소에 구애받지 않고 자유롭게 일할 수 있는 ‘워크 애니웨어’의 핵심 사업이다.

박 사장은 취임 후 무선사업(MNO) 사업의 정체로 야기된 성장 정체를 풀기 위해서도 고군분투하고 있다. 올해 조직개편을 통해 사업부를 이통사업을 담당하는 1센터와 신사업(뉴 비즈)을 진행하는 2센터로 이원화했다. 각 센터에 독립적 권한 부여, 시장 상황에 대응할 수 있도록 한 점이 특징이다. 디지털광고와 게임, 클라우드사업을 전담하는 조직도 따로 만들어 신규 시장 발굴에도 신경을 썼다.

조직개편의 효과는 즉각 나타났다. 마이크로소프트(MS)와 신형 엑스박스 콘솔과 클라우드 게임을 결합한 구독형 상품을 출시했다. ‘엑스박스 올 액세스’는 아시아에서 유일하게 SK텔레콤을 통해서만 공급된다. 세계 최대 전자상거래 기업 아마존과 자회사 11번가의 제휴도 이 같은 유연한 조직개편의 성과로 꼽힌다. 아마존은 세계 18개국에 진출했으나 현지에 법인을 설립하지 않고 간접 진출한 건 이번이 처음이다.

SK텔레콤은 △전자상거래(e커머스) △미디어 △융합보안 △모빌리티를 핵심 사업으로 꼽고 비(非)통신 분야 확대를 추진 중이다. 5G 통신 기술과 그간 축적한 가상현실(VR)·증강현실(AR)·인공지능(AI)·사물인터넷(IoT)·빅데이터(Big Date) 등 디지털 전환 역량으로 글로벌 ‘초협력’ 전략을 펼치고 있다. 박 사장은 이 과정에서 양측의 입장을 조율하는 ‘키맨’으로 활약, 사업적 성과에 이르게 하는 역할을 수행했다고 한다. 내부적으론 ‘수평적 분위기’를 대외적으론 ‘신사업 발굴’이 박 사장의 경영 주안점으로 평가된다.

박 사장이 강조하고 있는 신사업 부문은 올 3분기 모두 두 자릿수 성장을 이뤄냈다. 미디어·보안·커머스 부문의 전년 동기 대비 매출은 18.9% 증가한 1조5267억원을 기록했고, 영업이익은 40.3% 상승해 역대 최초로 1000억원 돌파에 성공했다.

박 사장은 모빌리티 사업과 관련해 “SK텔레콤에서 신생 회사로 이동할 때 회사 브랜드나 사회적 지위가 달라져 고민이 생긴다는 점을 충분히 이해한다”며 “돌아올 곳 없이 파부침주(破釜沈舟·솥을 깨뜨리고 배를 가라앉힌다) 각오로 도전해야 과감해지고 성공할 수 있다는 말에 동의하지 않는다. 더 안정적이고 더 행복할 때 더 과감한 도전을 할 수 있다는 것이 내 생각”이라고 강조했다.

담당업무 : 정보통신기술(ICT) 전반을 취재합니다. 이동통신·반도체·디스플레이·콘텐츠 소식을 알기 쉽게 쓰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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