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학철 부회장 올해 선임 반면, 김준 사장은 내년 3월 임기만료가 결정적 차이
대부분 사업군 순조롭게 진행, 소송전 결과에 따라 위상 극명하게 엇갈릴 듯
[매일일보 문수호 기자] 전통의 석유화학 사업과 더불어 신성장동력인 배터리 사업에 주력하고 있는 LG화학과 SK이노베이션의 두 CEO가 올해 닮은꼴 행보를 보이고 있다.
석유화학 사업의 실적 부진과 배터리 사업의 주도권 확보, 양사간 소송전 승소 등 주어진 과제가 비슷하다. 또 최근 적극적인 투자 등 회사의 미래를 책임지는 부분까지 판박이어서, 누가 먼저 당면 숙제를 풀고 회사를 한 단계 도약시킬 수 있을 지 관심이 커지고 있다. 특히 기업의 목표달성 방안이자 미래전략 일환으로 혁신을 외치고 있는 점도 공통분모다.
현재 배터리 소송전으로 대립 중인 두 회사는 소송전 결과에 따른 여파가 상당할 것으로 예상되는 만큼, 이에 따른 CEO의 부담도 적지 않을 것으로 예상된다. 특히 최근 소송전과 실적 부진, 각 부문별 대규모 투자, 각 부문 중국의 추격은 두 대표의 어깨를 무겁게 하고 있다.
현재 LG화학과 SK이노베이션은 변혁의 기점에 서 있다. '제2의 반도체'로 불리는 배터리 사업에 총력을 기울이며 글로벌 시장 선점에 주력하고 있고, 기존 석유화학부문에서도 대대적 투자에 나서며 고부가 제품으로 포트폴리오 변신을 꾀하고 있다.
배터리 사업 내 양사간 견제뿐만 아니라, 석유화학부문과 배터리 부문에서 중국의 맹렬한 추격을 받고 있어 이에 대한 준비도 필요하다. 최근 중국은 PX, 에틸렌 등 국내 업체의 캐시카우 제품에 대해 증설 작업에 나서고 있어 공급과잉으로 인한 수익 악화가 예상된다. 또 미중 분쟁이 장기화되면서 악화된 기초소재부문 실적 반등도 과제다.
특히 배터리 부문에서는 자국 내 전기차 시장 독식은 물론, 최근 글로벌 완성차업체에 대한 영업에도 나서고 있어 국내 기업의 발목을 잡을 수 있다는 우려가 커지고 있다.
이런 가운데 두 대표의 위상은 배터리 소송전 결과에 따라 극명하게 갈릴 수 있다는 예측이 나오고 있다. 특히 LG화학이 미국 ITC에 SK이노베이션의 조기패소 결정을 요청함에 따라, 결과가 이번 인사에 반영될 수 있는 여지가 생겼다.
업계에서는 두 CEO의 연임에 무게를 두고 있다. 다만 신학철 부회장이 올해 1월 부임해 다소 시간의 여유가 있는 반면, 김준 총괄 사장은 내년 2020년 3월 임기가 만료된다는 점이 닮은꼴 행보를 보이는 두 CEO의 결정적 차이점이다.
배터리 사업을 제외한 사업군에서 순조로운 투자 및 제품 포트폴리오 전환이 이뤄지고 있다는 점에서 실적 반등의 기반이 마련됐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그러나 소송전 결과에 따른 해외 배터리 사업 진출 여부 및 막대한 비용 초래라는 위험요소가 양 CEO의 명운을 가를 것으로 전망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