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雜想] 나가수에서 가장 멀리 갔지만 가장 닮은 후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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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雜想] 나가수에서 가장 멀리 갔지만 가장 닮은 후예
  • 김경탁 기자
  • 승인 2016.09.21 13:22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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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음악예능의 시대 (3) SBS 보컬전쟁 신의 목소리
김경탁 편집부장

[매일일보] 음악 예능의 필수불가결한 요소 중 하나는 바로 ‘경쟁’이다. 김영희 전 MBC PD가 봇물 같이 쏟아지던 서바이벌 오디션 프로그램에 대한 반발심에 ‘나는 가수다’를 기획하고 당대 최고 보컬들에게 경쟁을 붙인 이후 음악과 경쟁의 결합은 흥행공식이 되었다.

나가수 이후 수많은 변주가 이어져왔는데, ‘대음악예능의 시대’ 개막 이후 등장한 음악예능의 트렌드는 전문가수간의 경연과 ‘오디션’의 결합이다. 바로 SBS의 판타스틱 듀오(이하 판듀)와 ‘보컬전쟁 : 신의 목소리’(이하 신목) 그리고 MBC 듀엣가요제의 공통점이다.

그 배경에는 jtbc ‘히든싱어’와 Mnet ‘너의 목소리가 보여’가 일반인 참가자를 끌어들이면서 롱런의 기반을 쌓은 가운데, 전문 음악인이 아닌 출연진으로 가수 섭외의 어려움을 해소하면서 동시에 프로그램의 화제성도 극대화 시킨 MBC ‘복면가왕’의 성공사례가 있다.

지난 8월 15일 ‘더 파이널’ 방송을 마지막으로 대음악예능의 시대 치열한 경쟁에서 가장 먼저 백기를 올린 신목은 음악예능의 시조인 나가수에 비해 가장 멀리 나가있으면서 오히려 나가수가 가졌던 여러 미덕들을 가장 잘 복원해낸 프로그램이었다.

신목에 네티즌들이 붙여준 별명은 '박정현을 이겨라'였다.

가수 입장에서 2~3시간이라는 편곡시간 제약과 ‘상상불가무대’라는 이름의 선곡 제약 그리고 ‘내 최고 히트곡’이라는 막강한 무기를 든 상대는 큰 부담이겠지만 시청자 입장에서 패배의 두려움에 떠는 톱가수를 보는 것은 큰 즐거움이다.

특히 편곡과정과 대기실 풍경에 카메라를 들이민 부분은 신의 한수이다. 나가수가 화면 밖에 있던 편곡과정을 ‘중간점검’으로 주목했던 것을 신목은 날 것 그대로의 편곡 과정 그리고 편곡을 넘어선 본경연에서의 환상적인 애드립으로 재현하는데 성공했다.

박정현이 AOA의 ‘심쿵해’ 무대를 중간에 중단시키고 여러 버전을 날 것 그대로 보여준 장면이나 윤민수가 프로듀스101 주제곡 ‘픽미’를 끝없이 이어지는 애드립으로 늘려놓은 것은 언뜻 ‘반칙’처럼 보일 수 있지만 청중 입장에서는 오히려 귀호강으로 느껴지는 순간들이었다.

신목의 또 한 가지 미덕은 국내 최정상급 가수들이 대기실에서 어우러지면서 음악적으로나 인간적으로 어우러지고 교류하면서 시너지를 만들어가는 모습이다.

이는 나가수 이후 등장해온 다른 음악예능에서는 쉽게 찾아보기 힘든 부분이다. 각 장르의 최고수들을 한 자리에 모아놓은 것만으로도 대한민국 대중음악 발전에 큰 기여를 하게 될 것이라는 기대감을 갖게 한다는 것은 나가수와 신목의 가장 큰 공통분모이다.

신목이 다른 음악예능들과 가장 차별화되는 부분은 프로그램 제목이자 경연에 참가하는 톱가수를 지칭하는 표현이기도 한 ‘신의 목소리’들이 비가수와 대결한다는 점이다.

가수와 비가수의 대결에서 ‘히든싱어’를 떠올릴 수 있겠으나 자신의 목소리를 모창하는 팬과 자신의 노래를 가지고 경쟁하는 히든싱어는 ‘팬미팅’으로서의 성격이 더 두드러진다는 점에서 대결 자체에 집중하는 포맷은 아닌 만큼 논외로 칠 수 있다.

신목이 모티브를 가져온 그리스신화에서 신에게 도전한 인간들의 결말은 천벌(?)을 받거나 스스로 신이 되는 것이다. 복면가왕에서 전문가 패널들이 반복하는 이야기는 ‘가수와 비가수는 확연히 다르다’는 것인데 신목은 그 간극을 다양한 층위에서 공감각적으로 구현했다.

신목의 도전자는 무대 밖에서 온전히 자신의 목소리만을 가지고 200명의 청중평가단 중 절반인 100명의 선택을 받아야 무대 위로 나올 수 있고, 다시 5명의 ‘신의 목소리’(톱가수)들 중 3명 이상의 선택을 받아야 ‘신의 다리’를 건너 도전 자격을 얻는다.

새로 출연하는 ‘신의 목소리’들도 거쳐야 하는 통과의례이기도 한 이 ‘신의 다리’는 신목에서 ‘신의 귀’라는 이름으로 불리지만 현실세계에서는 종종 ‘막귀’라 비하당하는 대중과 전문가의 안목차이를 잘 드러내주는 장치이기도 하다.

신목은 SBS가 올해 설특집 파일럿으로 같은 날 첫 선을 보이고 3~4월 정규편성한 판듀와 쌍둥이처럼 닮은 형제로, 판듀보다 먼저 정규편성됐지만 심야시간대라는 한계 때문인지 시청률 면에서 경쟁에 뒤쳐져 시즌1을 먼저 끝내게 되었다.

특히 각 승마다 상금을 걸고 최고 5연승에 성공하면 졸업하는 방식은 동일한데, 판듀가 각 승마다 1천만원씩 늘어나 최종 5승에 5천만원을 내건데 비해 신목은 200만원, 500만원, 1000만원, 2000만원, 1억원으로 기하급수적 상금을 내걸어 차별점을 두었다.

판듀의 경우, 1대 판듀인 이선희 팀이 5연승에 성공한 반면 신목은 4연승 도전에 실패한 방효준씨가 최고기록이다. 이대로 영원히 끝낼 수 없는 분명한 이유가 있다는 말이다.

신목 제작진은 한 언론 인터뷰에서 이번 종영이 완전한 끝은 아니라면서 시즌2에 대한 기대감을 밝혔다. 하지만 시즌1이 시청률은 둘째 치고 콘텐츠파워지수 면에서 대중성을 이끌어내지 못했다는 점에서 시즌2가 나올지는 아직 섣불리 예측하기가 쉽지 않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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