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雜想] 대음악예능시대 ⑥ MBC '듀엣 가요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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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雜想] 대음악예능시대 ⑥ MBC '듀엣 가요제'
  • 김경탁 기자
  • 승인 2017.01.04 12:46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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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율’과 ‘배려’가 만들어낸 거대한 차이
김경탁 편집부장

[매일일보] ‘비가수 출신 연예인들의 1대1 노래 대결’을 핵심 컨셉으로 하는 KBS ‘노래싸움 승부’(이하 ‘승부’)는 지난해 연말 2주에 걸친 가수특집을 방송했다. ‘히든카드’로만 등장하던 최고레벨 가창력 고수들이 프로그램 전체에 걸쳐 노래대결을 펼친 것이다.

그야말로 ‘귀 호강’이었던 가수특집이 끝나고 평소 시스템으로 되돌아오자 그동안 가볍게 즐겨왔던 ‘승부’라는 프로그램 자체에 대해 몇가지 아쉬움이 생기는 의외의 부작용이 생겼다.

최고레벨들의 최선을 다한 결과물이 얼마나 아름다운지 새삼 느껴버린 것이다.

특히 5연승이라는 사상초유의 금자탑을 세우면서 최종우승까지 차지한 유성은의 무대는 같은 업종에서 최고수준으로 분류되는 사람들 사이에도 눈에 띄게 드러나는 ‘레벨 차이’가 있을 수 있다는 것을 다시금 깨닫게 해주었다.

KBS 노래싸움 승부에서 최초로 5연승을 달성한 유성은.

그냥 ‘노래를 잘한다’ 수준을 넘어서는 어마어마한 가수들 사이에 1대1 대결을 벌이는 와중에서도 유성은이 뿜어내는 단단한 소리는 그 자체로 압도적인 위압감이 있었다.

그런데 유성은의 압도적 무대를 보면서 느껴진 아쉬움도 있다.

‘승부’의 1대1 노래대결은 다른 측면에서 ‘듀엣 무대’이기도 한데, 유성은을 포함해 이번 가수 특집 출연자들이 너무 치열하게 불러서인지 ‘듀엣’으로서의 하모니를 즐길 수 있는 무대가 거의 없었다는 점이다.

언제든 무대에 올라 어떤 노래든 부를 준비가 되어있는 최고 레벨 가수들의 무대이기는 하지만 즉석에서 선곡과 상대가 정해지는 ‘승부’ 프로그램의 특성 때문에 사전 리허설이 있을 수 없었기 때문인 것으로 보인다

현재 방송되는 음악예능 중 최강자라 할 수 있는 MBC ‘복면가왕’의 1라운드 듀엣 대결에서 종종 대결이라는 사실을 잊을 정도로 완벽한 하모니가 나올 수 있었던 비결은 사전 연습을 통해 연습과 조율이 이뤄지기 때문임을 새삼 느끼게 되었다.

지난해 아쉽게 조기 종영한 SBS ‘판타스틱 듀오’(이하 판듀)와 비슷하게 출발했으면서 여전히 금요예능으로 승승장구중인 MBC 듀엣가요제(이하 듀가)의 닮은 듯 다른 가장 근본적인 차이도 프로그램의 핵심인 듀엣 무대에 얼마나 많은 시간과 공을 들일 수 있는지에 있었다.

판듀는 스마트폰 어플 예선에서 네티즌들의 최다 지지를 받은 세 팀을 스튜디오로 불러내, 녹화 당일 출연 가수가 자신의 파트너를 선택하고 결선까지 치르는 방식이었다. 미리 준비한 선곡과 편곡에 딱 어울리는 파트너가 다행히 3팀 중에 있어서 선택했다 해도 결선무대를 준비하면서 맞춰볼 수 있는 시간은 길어야 3~4시간에 불과하다.

반면 듀가는 참가 가수들이 사전에 지원자들의 자기소개 영상을 보고 직접 지원자를 찾아가 파트너로 영입하는 시스템으로, 스튜디오 녹화일까지 선곡과 편곡을 조율하고 연습해볼 수 있는 시간이 최소 며칠 이상 주어진다.

판듀와 듀가 사이의 이런 사소해보일 수도 있는 차이는 무대 완성도에 있어서 거대한 차이를 만들고 두 프로그램 자체의 흥망에도 지대한 영향을 미친 것 아닐까 하는 생각이 이번 ‘승부’ 가수특집 편을 보면서 들었다.

B1A4 멤버 산들과 파트너를 이뤘던 조선영씨는 어려운 여건을 딛고 가수의 꿈을 키우고 있다. 4회 우승 '말하는 대로' 무대.
한동근-최효인 팀의 명예의 전당 등극 무대 '바람기억'

“꿈이 현실이 되는 무대”라는 모토를 내걸고 있는 듀가에는 수많은 레전드급 무대들이 있다.

그중에서도 5승에 성공해 명예의 전당에 등극한 산들-조선영팀과 한동근-최효인팀 그리고 지금 왕좌를 지키고 있는 봉구-권세은 팀의 무대들은 하나하나가 모두 엄청난 동시에 회차가 넘어갈수록 두 사람의 하모니가 점점 더 완벽하고 더 아름다워지는 변화로 눈길을 끈다.

듀가 만의 독특한 시스템중 하나인 ‘다시 보고싶은 듀엣’ 제도는 앞선 두 팀의 명예졸업을 가능하게 해준 결정적 장치였다. 단 한 번의 대결로 단 한 팀의 다음 회차 출연이 결정되는 여타의 음악예능들과 가장 차별화되는 이 제도는 듀가의 성공 비결중 가장 중요한 포인트다.

특히 차점자가 아닌, 모든 경연이 끝나고 1등이 가려진 후에 별도로 청중평가단 투표를 치러서 결정되는 ‘다시 보고 싶은 듀엣’ 제도는 “점수 자체는 중요한 게 아니다”라면서 오히려 무대 진행 중에 대놓고 현재 획득 점수를 보여주는 이 프로그램의 취지를 잘 드러내준다.

듀가에 나왔던 휘성의 “이기려고 음악하나요”라는 유행어(?)처럼 이 제도는 MC 성시경이 긴장한 일반인 참가자들을 대할 때 항상 느껴지는 따뜻함과 함께 듀가 제작진이 일반인 출연자를 소모품이 아닌 꿈을 가진 한 사람으로써 정말 소중하게 대하고 있다는 인상을 준다.

지금도 여러 채널을 통해 생겨났다 사라지고 있는 수많은 오디션 프로들이 시청자들을 끌어들이는 공통 포인트는 숨겨져 있던 보석을 발견하는 ‘재미’와 참가자들의 절실함과 진심이 제대로 전해질 때 느껴지는 ‘감동’이다.

모든 분야에서 무한 경쟁이 당연해진 시대에 ‘따뜻함’을 유지하는 듀가의 매력이 어쩌면 단지 영상연출과 편집의 힘에 기대어 만들어진 허상일 수도 있다. 하지만 그게 허상이라 해도 듀가가 만들어낸 따뜻함은 그 자체로 큰 위로를 주는 힘이 있다고 생각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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