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雜想] KBS 노래 싸움 승부 vs tvN 노래의 탄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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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雜想] KBS 노래 싸움 승부 vs tvN 노래의 탄생
  • 김경탁 기자
  • 승인 2016.11.29 12:25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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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음악예능시대 ⑤ ‘음악’과 ‘예능’의 경계에서 찾은 ‘스포츠’의 길
김경탁 편집부장

[매일일보] 음악예능은 본질적으로 ‘예능’이다. 시청자들의 반응이 프로그램의 존폐를 좌우한다.

다채널 시대 개막에 인터넷 다시보기와 IPTV의 발달로 본방송을 시청하는 비율이 과거에 비해 현저히 떨어졌다고 하지만 ‘시청률’은 여전히 시청자의 반응을 평가하는 중요 지표다.

5% 대 시청률(최대 7.5%, 최저 3.7%)을 꾸준히 유지해왔고 소수지만 열혈 시청층을 확보해온 ‘판타스틱 듀오’의 폐지로 SBS가 ‘대음악예능시대’라는 흐름에서 완전히 이탈한 것을 보면서 ‘음악예능은 예능이다’라는 명제를 다시 실감하는 요즘이다.

5%는 범국민적 하야 요구를 받는 대통령이 해맑은 웃음을 유지하면서 자기 지위를 붙잡고 있을 힘을 줄 정도의 대단한(?) 지지율일지 모르겠지만 괜찮은 주말 음악예능 프로그램 하나가 경쟁의 흐름에서 밀려나 문 닫을 수준의 낮은 시청률이었던 것이다.

오늘 짚어볼 프로그램은 KBS ‘노래 싸움 승부’(이하 ‘승부’)와 tvN ‘노래의 탄생’(이하 ‘탄생’)이다. 두 프로그램은 제목에 ‘노래’가 들어가고, 일부 스포츠 시스템을 차용했으며 비장의 ‘카드’가 중요 장치라는 공통점을 공유하지만 그 외에 많은 부분에서 대척점에 있다.

자칭 ‘뮤직 스포츠 게임쇼’를 표방하는 ‘승부’는 3명씩 4개 팀이 참전해 선공팀에서 후공팀과 플레이어를 지목하면 후공팀이 곡을 선택해 1대1 노래대결을 벌인다. 패배자는 판정대에서 ‘블랙홀’ 아래로 추락하고, 승자가 다시 상대를 지목해서 다음 승부가 이어진다.

‘블랙홀’은 같은 방송사 ‘불후의 명곡’(이하 불명)의 패배자 쪽 ‘암전’의 업그레이드 버전이다. 판정대에서 패배자 쪽 불을 꺼버리는 것을 처음 선보였을 때 ‘잔인하다’는 평을 들었던 이 ‘암전’은 프로그램이 4년 반 넘도록 이어지면서 ‘불명’의 킬링 포인트가 된 바 있다.

혹여라도 블랙홀이 제대로 열리지 않아서 추락하던 패배자가 다치는 사태가 벌어지지만 않는다면, 즉 출연자의 안전문제만 확실히 보장되면 ‘블랙홀’ 역시 킬링 포인트로써 ‘승부’의 롱런을 보장해주는 장치가 될 수 있어 보인다,

‘승부’에서 음악예능의 ‘예능’으로서 성격을 극한까지 끌어낸 핵심 포인트는 재미든 감동이든 13명의 판정단 중에 한 명이라도 더 설득하는데 성공한 사람이 승리한다는 점이다. 물론 노래 자체를 잘하는 것은 기본이지만 말이다.

‘승부’는 ‘히든카드’ 제도를 통해 부족해보일 수 있는 ‘음악’ 측면도 보강했다. 가창력으로 인정받는 현역 가수들을 팀당 한번 씩 대타로 내보낼 수 있게 한 것이다. 그런데 이 현역가수가 일반 출연자에게 의외의 패배를 당하는 것이 또 예능적 재미를 극대화하기도 한다.

예를 들어, 개그우먼 김미려가 괴물보컬 손승연을 노래 자체로 꺾었을 때의 충격과 쾌감은 개인적으로 최근 MBC 복면가왕에서 ‘아버님 제가 가왕 될 게요’의 정체가 개그우먼 신봉선으로 드러났을 때의 충격에 필적할 정도로 강렬했다.

‘승부’의 ‘히든카드’가 음악 측면을 보충하는 장치에서 의외의 예능적 재미를 뽑아낸다면 tvN ‘탄생’의 ‘와일드카드’는 예능 측면을 보충하기 위한 장치로 등장했으면서 의외의 음악적 쾌감을 만들어주는 역할도 한다.

베테랑 프로듀서가 각 분야 최고수 뮤지션들을 현장에서 드래프트해서 45분이라는 제한된 시간 안에 미스테리한 원곡자의 신곡으로 편곡을 완성시키는 ‘탄생’은 목소리를 받쳐주는 악기 구성이 얼마나 노래를 아름답게 만들어줄 수 있는지 그 극한을 보여준 프로그램이다.

무작위로 배정된 단 한 장의 ‘와일드카드’를 갖고 있는 뮤지션을 드래프트한 팀은 상대팀이 이미 드래프트한 뮤지션을 빼앗아 오거나 상대팀 프로듀서를 제외한 스튜디오 안의 누구나 한명을 자신의 팀으로 드래프트할 수 있는 권한을 얻게 된다.

이 와일드카드가 만들어낸 명장면 중 하나가 프로듀서로서 대기중이던 윤도현을 보컬로 영입한 윤상X스페이스카우보이팀이 만들어낸 ‘집으로’(작사·작곡 배우 박준면) 무대다. 이 무대는 윤도현이 얼마나 엄청난 보컬인지, 그리고 그가 왜 ‘국가대표 락커’로 불리는지 증명했다.

그러나 여러 장점과 성취에도 불구하고 ‘탄생’은 지난 23일 본방 8회, 티저 4회를 포함해 총 12회차 만에서 조기종영의 쓴맛을 봐야했다. 케이블 채널이라는 한계를 감안해도 단 한번도 1% 가까이 가지 못하는 소숫점 시청률을 전전했다는 점은 달리 변명할 말을 잃게 만든다.

아쉬운 점도 있지만 ‘탄생’이 준 선물은 많다. 특수악기 연주자로만 활동 중인 하림의 노래를 두 번이나 다시 들을 수 있었다는 점은 큰 기쁨이었고, 1998년생인 샘 김이나 다른 음악예능에서 게스트로만 등장했던 한희준이 얼마나 노래를 잘하는 가수인지 발견한 것도 좋았다.

‘탄생’ 조기종영에 안타까움을 느끼면서 ‘왜 이 좋은 프로그램이 흥행에 실패했을까’를 여러 측면에서 다시 생각해봤는데, 가장 큰 문제는 ‘미스 캐스팅’이었다는 결론에 도달했다.

우선, 4~5월 방송됐던 티저에 출연했던 프로듀서 김형석이 본방에서 빠진 것은 너무도 큰 손실이었다.

김형석이 티저에서 보여준 디렉팅은 가히 ‘신의 경지’였지만 제작진은 본방에 그를 캐스팅하지 않았다. MBC 복면가왕 초기 화생방실 클레오파트라(김연우) 장기 집권에 일각에서 '명예졸업'을 운운했던 것처럼 "너무 압도적이어서 대결이 싱거워질 것"이라는 논리가 작용한 것이라면 그야말로 악수 중의 악수라 하겠다.

본방송 메인MC가 전현무로 결정된 것도 패착이었다.

‘불명’ 대기실 MC로 시작해 JTBC ‘히든싱어’와 SBS ‘판타스틱 듀오’까지 음악예능 MC로서 그가 이룬 성과들이 분명하게 있지만 ‘탄생’의 전현무는 전매특허인 깐족거림을 봉인한 것처럼 위축된 느낌이 많았기 때문이다.

‘탄생’에서 전현무라는 캐릭터가 제대로 사용된 것은 단 한 차례, 마지막 회차에 와일드카드를 얻은 강타X송광식팀의 강타가 그를 상대팀 보컬로 강제 영입한 것뿐이다.

이 강제영입이라는 방식 자체도 그 전 녹화에서 프로듀서로 참여중인 뮤지의 아이디어로 도입된 것임을 감안하면 사실상 제작진이 전현무 투입을 통해 얻고자 의도했던 효과를 실제 얻은 것은 거의 없다고 해도 무방해 보인다.

그리고 음알못(‘음악을 알지도 못하는 것’이라는 네티즌 신조어)인 전현무가 강제영입 당한 선우정아X안신애(바버렛츠)팀에서 의외로 나름의 역할을 하는 모습은 안신애의 보컬 디렉팅이 얼마나 명품인지를 증명했고 바버렛츠라는 보컬그룹을 궁금하게 만들었다.

보도에 따르면 tvN 측은 “시즌 2 제작에 관해 논의 중”이라고 한다.

시즌2에도 전현무가 메인MC를 맡게 된다면 ‘와일드카드’를 두 장으로 늘려서 그 중 하나를 ‘보컬 전현무 강제투입’으로 정하면 어떨까 하는 상상을 해봤다. ‘음악예능’은 본질적으로 ‘예능’이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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