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 “김영란법, 뭣이 중헌디“
상태바
[기자수첩] “김영란법, 뭣이 중헌디“
  • 김아라 기자
  • 승인 2016.06.23 12:44
  • 댓글 3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생활경제부 김아라 기자

[매일일보 김아라 기자] “김영란법, 뭣이 중헌디, 뭣이 중허냐고?”

공직자들의 크고 작은 비리를 막기 위해 고안된 ‘김영란법’(부정청탁 및 금품 등 수수의 금지에 관한 법률)의 시행이 3개월 앞으로 다가왔다. 하지만 이 법을 둘러싼 논란은 여전히 식을 줄을 모르고 타오르고 있는 상황이다.

9월 28일부터 시행되는 김영란법은 공직자, 공기업 직원, 교사, 언론인 등 직무 관련 여부에 관계없이 1회 100만원 또는 매 회계연도 300만원을 초과하는 금품 등을 받은 경우 3년 이하의 징역 또는 3000만원 이하의 벌금에 처한다는 내용을 담고 있다. 또한 식사는 3만원, 선물은 5만원, 경조사비는 10만원으로 제한돼 있다.

하지만 이러한 김영란법은 분명 부패를 방지하자는 좋은 취지를 담고 있음에도 영화 ‘곡성‘과도 같이 불편한 느낌을 가져다 준다. 현재의 김영란법은 형평성과 실효성이 없다.

예를 들어 3만원짜리 식사를 하면서 반주로 소주 한 병을 시켰다면 이는 위반이다. 반주를 곁들여야 할 경우에는 음식값을 4000원 더 싼 2만6000원 짜리로 골라야 하는데 과연 그런 곳이 얼마나 있을까 싶다.

10만원짜리 선물을 면세점이나 할인점에서 5만원에 할인된 금액으로 사서 선물할 경우에는 다행히도 위반은 아니다. 그러나 반드시 영수증 등 증빙 자료를 함께 선물해야만 한다. 주는 사람도 받는 사람도 선물 다운 선물일까. 우리나라의 선물에 대한 통념을 반영하지 않은 것이다.

흔히 발생할 수 있는 경조사비를 예로 들어보자. 약간의 친분만 있어도 10만원 이상의 조의금이나 축의금을 한다. 조의금이나 축의금을 10만원 받았는데 화환까지 보내면 위반이다. 경조사비 10만원 한도에는 화환 값까지 포함된 규정이기 때문이다. 또한 경조사는 아니지만 생일, 승진 등 화분을 보내야 하는 경우, 이는 선물로 분류돼 5만원 미만까지로만 허용된다. 그러나 5만원 미만의 화분은 눈 씻고 찾아야 찾을 수 없다.

실제로도 현재 농축수산물유통, 화훼, 음식점 소상공인들은 한숨만 내쉬고 있는 상황이다. 김영란법으로 인해 가장 피해를 입는 곳이기 때문이다.

소상공인시장진흥공단에서 관련 소상공인 509개사를 대상으로 방문 조사한 결과에 따르면 김영란법이 그대로 시행될 경우 월매출이 31만원, 연매출 2조6000억원의 감소 피해가 발생하고 연간 고객은 1억2600만명 감소될 것으로 전망됐다.

한 세무공무원도 김영란법은 과잉입법이라며 개인의 인권 및 사생활을 침해할 소지가 많고 단순히 금액만을 기준으로 획일적으로 처벌하는 것은 공직사회의 경직성을 더욱 심화시킬 수 있다고 우려의 목소리를 냈다.

무엇보다 현재의 김영란법이 형평성과 실효성이 없다는 건 위반 사실 적발 부분에서 알 수 있다. 위반 사실에 대한 적발은 현재 시스템으로는 신고나 내부고발에 의존할 수 밖에 없다. 아무리 각 기관에 감사실이 있다 해도 매일 식당에는 들이닥칠 수는 없기 때문이다. 고로 가족부터 직장동료, 친한 지인들 등 모든 사람이 감시자가 되는 셈이다. 진정한 인간관계가 될까. 서로에게 비밀이 더 많아질지도 모른다. 아니면 서로 쉬쉬 할 수도 있다. 또한 누군가 앙심을 품으면 악용될 우려도 있다.

김영란법의 본연의 취지인 ‘부패방지법’이라는 것에는 진심으로 환영하나 먼저 법 시행에 앞서 국민의 의식을 바꾸는 것이 먼저 필요하다. 법을 만들어서 문제점을 해결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이로 인해 발생되는 오류, 즉 누군가가 피해를 볼 수 있는 부작용에 대해서도 생각해야 한다. 범국민적인 합의가 절대적으로 필요하다.

형평성과 실효성 없는 법에는 결국 웃는 사람만 따로 정해져 있는 셈이다. 이왕 만들어 시행할 법이라면 최대한 많은 국민들이 함께 웃을 수 있는 법이었으면 좋겠다.

담당업무 : 항공, 조선, 해운, 기계중공업, 방산, 물류, 자동차 등
좌우명 : 불가능이란 없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3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
독자 2016-06-24 15:02:07
잘 읽었습니다. 공감합니다. 부정청탁 방지에 예외가 없다 하지만 결국 할 사람은 다 하니 실현이 잘 될지 싶네요. 솔직히. 고위직들이 솔선수범해야할텐데 말이죠. 일반국민보다는 정치인 기업인 고위직들이 문제 아닌가요. 어쨌거나 우선 시행되고 개정하든지 해야하나봐요. 왜 이런 법까지 만들어야 하는지 그저 씁쓸할 뿐입니다.

어이상실 2016-06-24 14:43:39
진짜 뭣이 중한지 모르고 이런 글 쓰네,,아휴 답답해. 3만원 점심에 반주를 곁들인다는 자잘한 얘를 들어가며 반대하는건 이 법의 취지를 이해하지 못한거죠. 부정청탁 방지엔 예외가 없어요~법은 있지만 음주운전 해도 다 걸리는거 아니고, 3만원 이상 밥도 결국 법이 있어도 먹는넘은 다 먹

와사비 2016-06-23 14:59:12
아~~! 기사 좋습니다..잘 읽었습니다.
치우치지 않은, 균형이 돋보이는 글 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