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획] 위기의 식탁…물가 폭탄 언제 꺼지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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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획] 위기의 식탁…물가 폭탄 언제 꺼지나
  • 김민주 기자
  • 승인 2023.02.08 16:21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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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제 설탕값 6년만 최고치…주 생산국 정책에 공급가 천정부지
고물가에 소비심리 위축→매출 하락→경기 침체…악순환 반복
서울 한 대형마트의 과자 매대. 사진=연합뉴스
가공식품에 들어가는 수많은 원료 중 하나의 국제가격이 꿈틀대도, 업계 전반이 입는 피해는 국경과 N차 거래선을 거치며 불어난다. 그 과정에선 각 나라 정부의 정책과 코로나 등 예상치 못한 환경적‧사회적 변수가 영향을 끼친다. 서울 한 대형마트의 과자 매대. 사진=연합뉴스

[매일일보 김민주 기자] 연일 치솟는 물가에 소비자들의 피로도가 높아지고 있다.

지난달 소비자물가지수는 전년 동월 대비 5.2% 올랐다. 전월 상승률 5.0%보다 높아졌다. 지난해부터 이어진 고물가 기조는 올해도 어김없이 이어지는 모양새다. 기업과 소비자들의 고충과 피해는 나날이 커지고 있지만 마땅한 대안은 없다. 소비자 물가가 요동치는 배경엔 다양한 정치적‧환경적 요인이 잠재하기 때문이다. 

8일 업계에 따르면 최근 세계 설탕값이 6년 만에 최고치로 치솟으며, 식품업계를 긴장시키고 있다. 뉴욕상품선물시장(ICE Futures U.S.)에서 거래되는 설탕 선물 가격은 지난 1일 파운드당 21.86센트를 기록, 최근 1년 새 저점이었던 지난해 9월 17.19센트 대비 27% 넘게 올랐다. 미국과 유럽 등의 식료품 가게에서는 이미 설탕값 상승 조짐이 나타나고 있어, 국내 식품업계에 미칠 악영향도 머지않았단 관측이 나온다. 실제로 미국은 사탕무 공급의 혼란으로 정제 설탕 가격이 올랐고, 멕시코의 수확량도 줄어든 상태다.

설탕의 주요 생산국인 인도에 세계의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인도 정부의 수출 물량 책정이 사태의 경중을 가를 관건으로 꼽히기 때문이다. 인도제당협회는 지난주 악천후에 따른 작황 부진을 이유로 이번 시즌 설탕 출하량 전망을 약 600만t으로 낮췄으며, 인도 정부가 설탕 수출을 통제할 가능성이 높아졌다. 유럽은 더위와 가뭄에 따른 흉작으로 설탕 수입을 늘린 상황이다. 

지난해 초 식품업계를 혼란에 빠트렸던 ‘팜유 대란’이 회상되는 대목이다. 앞서 지난해 4월 세계 1위 팜유 수출국 인도네시아가 식용유 및 원료물질 수출 중단을 선언하자, 한국을 포함한 전 세계 식품업체들은 제품 공급가격을 일제히 상향 조정하고 나섰다. 인도네시아의 공급 중단 선언 이후 팜유의 대체유로 꼽히는 대두유의 가격도 덩달아 급등했다. 팜유는 화장품의 기초 원료로도 활용되는 원재료로, 화장품, 세정제 등 유통업계 전반에 걸쳐 타격을 남겼다.

이렇듯, 가공식품에 들어가는 수많은 원료 중 하나의 국제가격이 꿈틀대도, 업계 전반이 입는 피해는 국경과 N차 거래선을 거치며 불어난다. 그 과정에선 각 나라 정부의 정책과 코로나 등 예상치 못한 환경적‧사회적 변수가 영향을 끼친다.

주 원재료의 대부분을 수입하는 우리나라 기업 입장에선 ‘가격 인상’ 외엔 마땅한 대안이 없다. 그마저도, 지난해부터 원가 부담에 따른 N차 가격 인상을 연이어 단행해왔으나 잠재 손해분을 충분히 반영하지 못해 실질적인 영업이익 증대까진 이루지 못했다.

고물가에 따른 소비심리 위축으로 지갑이 닫히자, 기업들의 매출은 줄어들고, 식품산업계 경기는 더욱 악화되는 악순환이 반복되고 있는 상황이다. 

한국은행 조사국은 중국 리오프닝에 따른 글로벌 물가 상승 압박도 심화되고 있다고 진단한다. 그간 글로벌 공급망에서 큰 비중을 차지하는 중국에서의 공급차질이 비용상승 등을 통해 글로벌 교역을 위축시키고 주요국 물가상승 압력을 높이는 요인으로 작용해왔단 설명이다.

중기적으로는 미·중 갈등, 지정학적 긴장 등에 따른 분절화가 글로벌 공급망 리스크도 확대될 수 있다. 우리나라는 핵심품목 수출이 미국과 중국에 편중돼 있고, 주요 원자재 수입의존도 역시 높아 상대적으로 악영향이 크게 퍼질 수 있단 우려가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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