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 ‘블루아카이브’ 사건 본질은 ‘젠더이슈’ 아닌 ‘게임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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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수첩] ‘블루아카이브’ 사건 본질은 ‘젠더이슈’ 아닌 ‘게임위’
  • 박효길 기자
  • 승인 2022.10.12 14:49
  • 댓글 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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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일일보 박효길 기자] 본인이 쓴 “[기자수첩] ‘블루아카이브’ 등급상향에 침묵하면 안 될 이유”가 이렇게 많은 관심을 받을지 몰랐다. 이렇게 많은 조회수와 댓글을 보니 무거운 책임감을 느끼는 동시에, 가만히 있기에는 도리가 아닌 것 같아 이렇게 기자수첩을 또 쓰게 됐다.

먼저 본 기자는 ‘블루아카이브’를 즐기는 유저가 아니다. 본인 의견이 어느 한쪽에 속해 치우친 평가를 내리는 것이 아니기에 이 같은 말씀을 드린다. 그럼에도 이번 사건이 정당하다고 느끼지 않기 때문에 이전 기자수첩을 썼다.

이번 사건의 본질은 ‘젠더이슈’가 아니라고 본다. 비록 이번 사건의 시작이 여성향 커뮤니티에서 남성향 게임인 ‘블루아카이브’의 일러스트에 대한 문제제기에서 비롯됐다고 알려져 있다. 그렇다고 하더라도 상대 집단을 비방하지 않았으면 한다. 이전 기자수첩의 마지막 문단에 얘기했듯이 내가 속한 집단의 문제가 아니기에 방관하면 결국 언제인가는 내가 속한 집단도 똑같이 당할 수 있기 때문에 ‘모든 게이머의 이슈’라고 생각한다.

이번 사건의 본질은 ‘젠더이슈’가 아닌 게임물관리위원회의 명확해 보이지 않는 잣대라고 본다. 게임위가 정말 일정한 기준점으로 연령 등급을 제시했다면 거기에 대해서 따져보고 싶다. 이번 사건이 일어난 계기라고 할 수 있는 ‘문어와 비키니 차림의 소녀’ 일러스트도 물론 봤다. 이 일러스트를 보고 성행위를 연상시킨다는 식의 코에 걸면 코걸이, 귀에 걸면 귀걸이식의 등급 상향 권고가 문제다. 이점을 지적하고 싶다.

한국 게임의 등급 분류 권한을 가진 게임위는 국내 게임 서비스의 ‘생사여탈권’을 가진 막강한 권한을 가지고 있다. 게임사 입장에서는 막대한 예산을 들여 공들인 게임이 정작 서비스를 못하는 사태가 올 수 있고, 유저 입장에서도 좋아하는 게임을 즐길 수 없게 된다. 또 한 커뮤니티의 유저가 작성해준 표에 보면 다른 나라와 비교해도 상식적으로 이해하기 힘든 높은 수준의 연령 등급을 내리는 것은 옳지 않다고 생각한다.

어떤 이는 댓글로 ‘이 게임에 나치까지 끌어들이느냐’라고 얘기하는데 아무리 작아 보이는 일이라도 생각의 자유, 표현의 자유를 제한하는 것이야 말로 나치즘, 전체주의와 다를 게 없다고 생각한다. 정말 게임위가 많은 의견 수렴을 거쳐 등급 상향 권고를 내렸다면 이렇게 유저들이 분노하지 않았을 것이다.

게임위에 따르면 2015년 한 해 동안 구글이나 애플과 같은 오픈마켓 사업자가 자체 심의해 국내에 출시한 모바일게임은 51만3232건에 이른다. 게임위는 작은 규모에 넘쳐나는 게임을 다 일일이 따져보기도 어려울 것이라고 생각한다. 이해한다. 그럼에도 민원이 들어왔다고 해서 이런 식으로 등급 분류 권고를 내리는 처사는 옳지 못하다. 이번 일로 게임위가 인력을 늘리든, 전문가를 앉히든, 의견수렴의 프로세스를 도입하든 간에 더 나은 의사결정을 내릴 수 있도록 변하는 계기가 됐으면 한다.

담당업무 : 게임, 인터넷, IT서비스 등
좌우명 : 꼰대가 되지 말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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ㅇㅇ 2022-10-13 09:37:28
이것이 언론이다!

도율 2022-10-12 23:31:48
정확하고 좋은정보 감사합니다

ㅇㅇ 2022-10-12 22:53:20
현 사태에 대해 정확하고 객관적인 의견 감사합니다. 앞으로도 진실된 행보 기대합니다.

이민철 2022-10-12 21:34:40
본질을 알려주시는 참기자

공민호 2022-10-12 21:08:23
이시대의 몇안되는 참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