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자동차 생산성 세계 최하위… 임금 최고 수준에도 “더 달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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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자동차 생산성 세계 최하위… 임금 최고 수준에도 “더 달라”
  • 성희헌 기자
  • 승인 2020.08.10 13: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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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동생산성 독일의 52%… 현대차 직원 평균 연봉 9600만원
고임금·저효율… “임단협 협상 주기 2~3년 이상 확대해야”
현대차 노조가 지난달 22일 울산 북구 현대차 문화회관에서 올해 임금협상 요구안을 확정하는 임시 대회의원대회를 연 모습. 사진=연합뉴스 제공
현대차 노조가 지난달 22일 울산 북구 현대차 문화회관에서 올해 임금협상 요구안을 확정하는 임시 대회의원대회를 연 모습. 사진=연합뉴스 제공

[매일일보 성희헌 기자] 한국 자동차 생산성이 세계 최하위에 머물고 있는 가운데 노동조합이 최고 수준 임금에도 “더 달라”며 자동차 산업 위기감을 고조시키고 있다. 국내 완성차 업체는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여파로 영업이익이 큰 폭으로 감소하며 실적 부진을 겪는 데다 반복되는 임금 및 단체협약(임단협) 갈등으로 몸살을 앓고 있다. 

10일 한국생산성본부에 따르면 국내 자동차 산업 노동생산성(근로자 1인이 연간 생산하는 부가가치)은 10년째 하락하며 독일 절반 수준에 머물고 있다. 2011~2018년 한국 자동차 산업의 노동생산성은 9만3742달러로 독일17만8867달러의 절반을 간신히 넘겼다. 같은 기간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25개국 가운데 한국 자동차 산업의 노동생산성은 10위를 기록했다. 

한평호 한국생산성본부 부소장은 “한국은 2010년부터 2018년까지 최근 10여년간 경쟁국 대비 노동생산성이 지속적으로 하락해왔다”며 “우리나라 자동차 산업은 노동생산성이 감소하고 신규 고용도 줄어드는 부정적인 구조로 변화하고 있다”고 밝혔다.

더 큰 문제는 한국보다 생산성 우위에 있는 국가들과의 격차가 점점 벌어진다는 것이다. 2010~2018년까지 독일의 생산성은 평균 4.2% 높아졌다. 반면 한국은 3.1% 낮아졌다. 이에 따라 수주 경쟁에서도 한국 공장의 경쟁력은 떨어질 수밖에 없다. 글로벌 완성차 업체들이 신규 공장을 지을 때도 한국은 우선순위에 밀려날 가능성이 높다.

업종별 비교에서도 마찬가지다. 지난 3년간(2016~2018년) 국내 자동차 산업의 1인당 노동생산성은 1억5500만원으로 제조업 평균(1억7500만원)보다 낮았다. 반복되는 임단협 협상에 따른 잦은 파업과 임금 상승은 결국 산업 자체의 경쟁력 악화로 돌아오고 있다는 지적이다. 

이 같은 상황에서 국내 완성차 업체 노조는 일제히 기본급 인상을 요구하고 있다. 본격적인 임단협 시즌을 맞아 현대자동차, 기아자동차, 한국지엠 노조는 12만304원의 기본급 인상과 성과급 등 요구안을 확정한 것이다. 이미 국내 완성차 업체 노조 임금은 글로벌 최고 수준이다.

현대차 직원의 평균 연봉은 9600만원이다. 독일 폭스바겐 연봉은 8000만원 수준으로 한국이 1000만원 이상 더 높다. 아우디, 토요타, 닛산도 8000만원대에 머물러 있다. 국내 완성차 노조가 주요 경쟁국 자동차 업체 임금을 크게 웃돌고 있는 것이다. 50년 넘게 분규가 없는 일본 토요타 노조는 성과에 따른 임금 인상을 실시한다. 매출액 대비 인건비 비중도 현대차가 토요타보다 2~3배 가량 더 높다.

이에 따라 국내 자동차 업계 임단협 주기를 늘려야 한다는 주장도 나오고 있다. 자동차산업연합회가 6월 25일부터 7월 17일까지 완성차 및 부품업체 임직원 637명을 대상으로 한 설문조사 결과 80%가량이 “2년 이상으로 늘려야 한다”고 답했다. 습관성 파업을 막기 위해 임단협 주기를 늘리자는 데 공감대를 형성한 것이다. 한국은 단체교섭주기가 1년이지만 GM은 4년, 르노는 3년이다. 

노동유연성 또한 한국이 가장 경직됐다. 독일, 일본, 미국 등은 사내도급을 인정하고 있다. 반면 국내 자동차 업체는 파견근로도 불가능하다. 전환배치 시 한국은 노조합의가 필요하지만 GM, 르노, 폭스바겐은 언제든 가능한 것이다. 국내 완성차 업체는 생산물량을 늘리거나 줄일 때도 노조의 동의를 받아야 한다. 노조 파업 시 대체근로를 허용하지 않는 국가도 한국뿐이다. 

업계 관계자는 “미국 GM의 경우 임단협 주기가 4년으로 갈등이 적고 건설적인 중장기 계획을 세울 수 있다. 독일은 임단협 자체를 법으로 강제하지 않고 민간 자율 합의에 맡기고 있다”며 “반면 한국은 임금이 높지만 생산성은 낮다. 국내 자동차 노동 생산성 제고를 위해서라도 임단협 협상 주기를 2~3년 이상으로 변경하는 방안을 추진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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