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항공, 이스타항공 인수 사실상 포기 선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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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주항공, 이스타항공 인수 사실상 포기 선언 
  • 박주선 기자
  • 승인 2020.07.16 13: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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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스타항공, 15일 자정까지 선결 조건 이행 진전 없어
“계약 해제 조건 충족…최종 결정은 정부 중재 고려”
제주항공 항공기. 사진=제주항공 제공
제주항공 항공기. 사진=제주항공 제공

[매일일보 박주선 기자] 국내 항공사 간 첫 기업결합으로 관심을 모았던 제주항공과 이스타항공의 인수합병(M&A)이 끝내 계약 파기 수순을 밟을 전망이다.

제주항공은 16일 입장 자료를 내고 “15일 자정까지 이스타홀딩스가 주식매매계약의 선행조건을 완결하지 못해 계약을 해제 할 수 있게 됐다”고 밝혔다. 

제주항공은 “전날 이스타홀딩스로부터 계약 이행과 관련된 공문을 받았다”면서 “이스타홀딩스가 보낸 공문에 따르면 제주항공의 계약 선행조건 이행 요청에 대해 사실상 진전된 사항이 없었다”고 설명했다. 

앞서 제주항공은 지난 1일 이스타항공에 15일 자정까지 미지급금 해소 등 선결 조건을 이행하지 않으면 M&A 계약을 파기할 수 있다는 내용의 공문을 보냈다. 이에 이스타항공은 미지급금 1700억원 중 3월 이후 발생한 800억∼1000억원을 해소하기 위해 막판까지 총력을 기울였으나, 마감 시한까지 끝내 해결하지 못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따라 계약 해제 조건이 충족됐다는 게 제주항공 입장이다. 다만, 제주항공은 “정부의 중재노력이 진행 중인 점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해 계약 해제 최종 결정 및 통보 시점을 정할 것”이라고 말했다. 

계약 성사 가능성은 낮지만, 당장 계약 해제 절차를 밟지는 않고 일단 딜 클로징(종료) 시점을 미루겠다는 의미다. 

업계에서는 정부가 중재에 나서자 제주항공이 이에 부담을 느낀 것으로 보고 있다. 실제 김현미 국토교통부 장관은 최근 채형석 애경그룹 부회장과 이스타항공 창업주인 이상직 더불어민주당 의원을 불러 M&A 성사를 촉구했다. 고용노동부 역시 체불 임금 해소에 대한 제주항공과 이스타항공의 의견을 청취한 바 있다. 

또 인수를 파기할 경우, 이스타항공이 파산 수순을 밟게 된다는 점도 제주항공에 부담으로 작용한 것으로 알려졌다. 1600명의 실직자가 나오게 되면 제주항공 역시 사회적 비난을 면치 못할 것으로 예상되기 때문이다. 

하지만 양사의 M&A 성사 가능성은 낮다는 게 업계의 예상이다. 제주항공이 이스타항공을 품으면 동반 부실 우려가 높다. 이스타항공의 올해 1분기 자본총계는 -1042억원으로 이미 완전자본잠식 상태다. 제주항공 역시 코로나19 장기화로 유동성 위기에 몰리며 올해 1분기 657억원의 영업손실을 기록했다. 2분기에도 800억원대의 영업손실을 낼 것으로 전망된다.

업계 관계자는 “제주항공 입장에서는 최근 중재에 나선 정부에 눈치가 보이기도 하고, 이스타항공 직원 1600명이 일자리를 잃게 되는 부분에 대한 부담도 있다 보니 당장 인수 포기를 선언하지 못한 것으로 보인다”면서 “표면적으로는 딜 클로징을 연기한 것이지만, 사실상 인수 가능성은 낮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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