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19 장기화에 무산 수순 밟는 항공사 M&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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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로나19 장기화에 무산 수순 밟는 항공사 M&A
  • 박주선 기자
  • 승인 2020.07.16 15: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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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주항공 “이스타와 계약 해제 가능” 선언…사실상 파기 
금호산업-채권단, HDC현산에 아시아나항공 인수 압박
인천국제공항 계류장에 제주항공과 이스타항공 여객기가 세워져 있다. 사진=연합뉴스
인천국제공항 계류장에 제주항공과 이스타항공 여객기가 세워져 있다. 사진=연합뉴스

[매일일보 박주선 기자] 국내 항공업계의 인수합병(M&A) 작업이 무산 수순을 밟고 있다. 이스타항공의 인수를 추진했던 제주항공은 사실상 계약 파기 방침을 내비쳤고, 아시아나항공 인수전 역시 성사될 가능성이 낮다는 게 대체적인 관측이다. 

제주항공은 16일 입장 자료를 내고 “15일 자정까지 이스타홀딩스가 주식매매계약의 선행조건을 완결하지 못해 계약을 해제할 수 있게 됐다”고 밝혔다.

앞서 제주항공은 지난 1일 이스타항공에 15일 자정까지 미지급금 해소 등 선결 조건을 이행하지 않으면 M&A 계약을 파기할 수 있다는 내용의 공문을 보냈다. 이에 이스타항공은 미지급금 1700억원 중 3월 이후 발생한 800억∼1000억원을 해소하기 위해 막판까지 총력을 기울였으나, 마감 시한까지 끝내 해결하지 못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따라 계약 해제 조건이 충족됐다는 게 제주항공 입장이다. 다만, 제주항공은 정부의 중재노력이 진행 중인 점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해 계약 해제 최종 결정 및 통보 시점을 정한다는 방침이다. 

이스타항공은 제주항공의 이 같은 입장에 대해 “이스타항공과 이스타홀딩스는 제주항공과 주식매매계약서 상의 선행조건은 완료했다”며 “선행조건이 완료된 만큼 속히 계약 완료를 위한 대화를 제주항공에 요청한다”고 밝혔다. 이어 이스타항공은 “주식매매계약서상 의무가 아님에도 제주항공이 추가로 요청한 미지급금 해소에 대해서 성실히 최선을 다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하지만 업계에서는 양사 M&A가 사실상 물 건너간 것으로 보고 있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 장기화로 인수 후 동반 부실 우려가 높기 때문이다. 이스타항공의 올해 1분기 자본총계는 마이너스 1042억원으로 이미 완전자본잠식 상태다. 제주항공 역시 코로나19로 유동성 위기에 몰리며 올해 1분기 657억원의 영업손실을 기록했다. 2분기에도 800억원대의 영업손실을 낼 것으로 전망된다. 

아시아나항공 인수전 역시 무산 가능성이 커지고 있다. 

아시아나항공 매각 주체인 금호산업은 지난 14일 HDC현산에 M&A 관련 계약서에 명시된 주요 선행조건이 마무리된 만큼 계약을 종결하자는 취지의 공문을 보냈다.

이는 지난 2일 러시아 경쟁당국의 기업결합 승인을 끝으로 선행조건이 모두 충족됐다고 판단한 데 따른 것이다. 앞서 금호산업과 HDC현산은 지난해 12월 인수계약을 맺을 당시 선행조건이 모두 충족되는 날로부터 10일이 경과한 날까지 유상증자 및 구주 매매계약을 마무리 짓기로 했다.

금융당국도 HDC현산을 압박하고 나섰다. 손병두 금융위원회 부위원장은 지난 14일 아시아나항공 매각 협상과 관련해 “산업은행에서는 매각시한이 끝났다고 보는 것 같지는 않다”면서 “아직 시간이 남아 양 당사자 간 의사소통을 긴밀히 해야 한다”고 주문했다.

하지만 HDC현산은 기업결합 승인이 끝났다고 인수 선행조건이 모두 충족된 것은 아니라는 입장이다. 앞서 HDC현산은 지난달 9일 채권단인 한국산업은행에 인수 조건 원점 재검토를 요청하면서 아시아나항공의 부채 증가와 재무제표의 신뢰성, 태도 등을 문제 삼은 바 있다. 당시 HDC현산은 아시아나항공의 부채가 계약 체결 당시와 비교해 4조5000억원 증가했으며, 아시아나항공으로부터 신뢰할 수 있는 공식적 자료를 제공받지 못했다고 주장했다.

업계에서는 코로나19로 항공업황이 좀처럼 회복세로 돌아서지 못하자, HDC현산이 선뜻 인수 결정을 내리지 못하고 있는 것으로 보고 있다. 아시아나항공은 올해 1분기 6834억원의 당기순손실을 냈고 부채비율은 작년 말 1387%에서 올해 3월말엔 6280%로 급격히 악화됐다. 아시아나항공을 인수하더라도 정상화를 위해 최소 2년 이상은 막대한 자금을 쏟아 부어야 하는데 자칫 HDC현산까지 유동성 위기에 몰릴 우려가 있다. 

업계 관계자는 “사실상 계약 파기 수순을 밟게 된 제주항공과 이스타항공의 M&A 결과가 아시아나항공과 HDC현대산업개발 간 재협상에도 상당한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인다”면서 “이번 항공사 M&A가 성사되지 못하면, 결국 항공업 재편은 다음 기회로 미뤄질 가능성이 높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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