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선업계, 노조 몽니에 임단협 장기화…기업결합도 ‘발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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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선업계, 노조 몽니에 임단협 장기화…기업결합도 ‘발목’
  • 박주선 기자
  • 승인 2020.07.14 13: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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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대중 노사, 작년 임단협도 타결 못해…노조는 올해만 네 번째 파업 단행 
금속노조, 현대중-대우조선 결합심사 제3자 지위 획득하며 합병 무산 촉구
현대중공업 노조가 9일 부분 파업하고 울산 본사 안에서 집회하고 있다. 사진=현대중공업 노조 제공
현대중공업 노조가 9일 부분 파업하고 울산 본사 안에서 집회하고 있다. 사진=현대중공업 노조 제공

[매일일보 박주선 기자]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여파로 수주 부진을 겪고 있는 국내 조선업계가 노조와의 갈등까지 겹치며 이중고에 시달리고 있다. 특히 금속노조의 경우, 현대중공업과 대우조선해양의 기업결합 심사 관련 ‘제3자 지위’를 부여받으며 조선산업의 경쟁력 확보를 위한 구조조정마저 발목을 잡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14일 조선업계에 따르면 현대중공업 노사는 2019년 임금 및 단체협상(임단협)을 놓고 벌써 1년 넘게 갈등을 빚고 있다.

노조는 지난 9일 오후 1시부터 4시간 부분 파업을 벌였다. 이번 파업은 올해 들어 네 번째다. 해를 넘긴 지난해 임단협이 하계휴가를 앞두고도 타결될 기미를 보이지 않자 노조가 파업이란 강수를 둔 것이다. 

임단협이 속도를 내지 못하고 있는 이유는 지난해 5월 회사 법인분할(물적분할) 과정에서 벌어진 폭력 사태와 노사 간 소송전이 겹치면서 갈등의 골이 깊어졌기 때문이다. 현재 노사는 60차례가 넘는 교섭에도 불구하고 해고 조합원 문제 등으로 타협점을 찾지 못하고 있다.

노조는 법인분할 당시 촉발된 징계 및 해고자 문제가 협상에서 함께 다뤄져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반면 사측은 현안을 별도로 논의하고 임금협상부터 먼저 끝내자는 입장이다. 노사가 좀처럼 이견을 좁히지 못하자 내부에서는 자칫 2019년과 2020년도 2년 치 임단협을 한꺼번에 처리 할 가능성도 제기된다.

문제는 올해 코로나19 여파로 현대중공업의 수주 실적이 좋지 않다는 점이다. 영국 조선‧해운시황 분석기관 클락슨리서치에 따르면 올해 상반기 세계 선박 발주량은 575만CGT(269척)로 최근 10년 만에 최저치를 기록했다. 발주가 급감하자 현대중공업은 올해 액화천연가스(LNG)선 수주를 단 한 건도 하지 못했다. 회사는 위기극복을 위해 이달부터 조선사업부와 해양사업부를 조선해양사업부로 통합, 부서 규모는 20% 가까이 축소시키기도 했다.

금속노조는 현대중공업과 대우조선해양 기업결합심사까지 개입하고 나섰다. 지난달 유럽연합(EU) 집행위원회로부터 기업결합심사 과정에 참여할 수 있는 ‘제3자 지위’를 부여받은 것이다.

앞서 금속노조는 지난해 초 양사의 합병 발표 이후부터 구조조정 등을 문제 삼으며 꾸준히 반대의사를 표명했다. 작년 9월엔 EU 집행위를 직접 방문해 반대 의견서까지 제출하며 노조 개입을 요구해왔고, 지난 2월 EU에 제3자 지위를 신청했다.

제3자 지위를 얻으면 EU의 판단에 따라 심사 관련 자료를 열람할 수 있고, 관련 청문회 개최 시 이해 당사자로 참여해 의견을 전달할 수 있다.

업계에서는 금속노조의 제3자 지위가 현대중공업과 대우조선해양의 기업결합심사에 크게 영향을 미치지 못할 것이란 전망이 대부분이긴 하지만, 기업 간 인수합병 문제까지 노조가 개입한다는 것 자체가 도를 넘는 행위라는 지적이 나온다.

조선업계 관계자는 “올해 코로나19 여파로 조선사들이 어려운 상황에 놓였지만, 현대중공업 노조는 지속적으로 파업을 단행하며 오히려 회사의 발목을 잡고 있다”면서 “금속노조의 경우 조선산업의 경쟁력 확보를 위해 반드시 이뤄져야하는 기업결합 마저 개입하는 등 훼방을 놓고 있는 형국”이라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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