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영환경 최악인데”… 임금인상 요구하는 노조에 車 업계 ‘난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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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영환경 최악인데”… 임금인상 요구하는 노조에 車 업계 ‘난감’
  • 성희헌 기자
  • 승인 2020.07.14 13: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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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 상반기 자동차 수출 82만6710대… 30% 이상 쪼그라들어
한국지엠·르노삼성 임단협… 노조, 공감 떨어지는 요구안 지적
코로나19 여파로 생산 멈춘 한국지엠 부평1공장. 사진=연합뉴스 제공
코로나19 여파로 생산 멈춘 한국지엠 부평1공장. 사진=연합뉴스 제공

[매일일보 성희헌 기자] 국내 자동차 업계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직격탄을 맞아 최악의 경영환경에 놓였으나 임금인상을 요구하는 노조로 몸살을 앓고 있다.  

14일 산업통상자원부가 발표한 ‘2020 상반기 국내 자동차산업 동향’에 따르면 올해 상반기 국내 자동차 수출은 전년 동기 대비 33.4% 감소한 82만6710대에 그쳤다. 작년 같은 기간 3분의 2 수준으로 쪼그라든 것이다. 자동차 수출이 급감한 것은 코로나19의 세계적인 확산 때문이다. 

자동차 업계는 올해 2월부터 코로나19 사태가 본격화되면서 부품 재고 부족에 따른 일부 공장의 가동 중단 사태가 빚어졌다. 3월부터는 해외 수요 위축에 따른 생산량 조정 등 악조건이 이어졌다. 지난 5월에는 자동차 수출이 전년 동월 대비 57.6% 급감한 9만5400대에 그치면서 2003년 7월 이후 16년 10개월 만에 월 수출량이 10만대 밑으로 떨어지기도 했다.

같은 기간 생산 역시 19.8% 줄어든 162만7534대에 머물렀다. 부품 재고 부족에 따른 일부 공장의 가동 중단과 해외 판매 수요 위축으로 인한 영향을 받았다. 국내 완성차 5사의 올해 상반기 글로벌 판매실적도 지난해보다 20% 넘게 감소했다. 완성차 업체 상반기 판매량은 303만3798대로 2009년 상반기 이래 최저 수준을 기록했다.

이러한 상황에서 노조는 ‘투쟁 깃발’을 들어올리고 있다. 한국지엠과 르노삼성자동차 노조는 사측과 임단협 협상을 앞두고 임금 인상안을 확정하며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한국지엠 노조는 기본급 월 12만304원 인상, 통상임금의 400%에 600만원을 더한 성과급 지급 등을 사측에 요구했다. 한국지엠 노조 조합원들의 평균 통상임금 등을 고려하면 성과급 지급 요구 액수는 1인당 평균 2000만원 이상인 것으로 추산된다.

하지만 한국지엠은 코로나19 사태로 회사 운영에 차질이 빚어지고 있는 만큼 노조의 요구를 수용하기 어렵다는 입장이다. 부품 수급 문제 등으로 트레일블레이저를 생산하는 부평1공장이 최근 거의 절반만 가동됐다. 특히 코로나19 영향으로 부평1공장은 지난 5월 한 달 동안 7일 만 돌아갔다. 

한국지엠의 올해 상반기 판매는 내수 4만1092대, 수출 12만4946대 등 총 16만6038대를 기록했다. 이는 작년 23만1172대와 비교해 28.2% 줄어든 수치다. 이미 한국지엠은 2014년부터 2019년까지 6년 연속 적자를 기록했다. 이에 더해 올해는 코로나19 사태로 어려움이 가중되고 있다. 노조가 ‘상생 없는’ 무리한 요구안을 던졌다는 지적이 나오는 이유다.

게다가 2년 전 한국지엠 사장실을 무단 점거한 뒤 기소된 노조 간부들은 최근 벌금형을 선고받았다. 공동주거침입 및 공동재물손괴 등 혐의로 기소된 A(49)씨 등 한국지엠 전 노조 간부 3명에게 벌금 500만∼700만원을 각각 선고한 것이다. 당시 이들은 사측이 자금난을 이유로 성과급을 지급하지 못한다는 입장을 밝히자 인천 부평공장 내 사장실을 무단 점거했다.

르노삼성 노사는 지난 6일 임단협 상견례를 열었다. 르노삼성 노조는 기본급 7만1687원 인상, 코로나19 극복 명목의 일시금 700만원 지급 등을 골자로 하는 요구안을 마련했다. 또 노동조합 발전 기금 12억원, 통근버스 미운영 사업장 유류비 지원 등을 제시할 예정이다. 이미 르노삼성 노사는 최근 수년 동안 임단협 과정에서 대립각을 보이며 갈등을 빚어왔다.

르노삼성이 이를 받아들일 가능성은 낮다. 르노삼성의 올해 상반기 판매는 내수 5만5242대, 수출 1만2424대 등 총 6만7666대를 기록했다. 이는 작년 8만5844대와 비교해 21.2% 줄어든 수치다. 이미 르노삼성은 최근 10년 사이 최악의 경영난을 겪었다. 닛산 로그의 위탁 생산 물량이 끊기며 수출은 70% 넘게 급감했다.

프랑스 르노그룹은 향후 3년간 전 세계에서 1만5000명을 감원할 계획이다. 향후 3년간 20억유로(약 2조7363억원)의 경비도 절감하기로 했다. 르노는 감원과 경비 절감을 통해 연간 차량생산 능력이 현재의 400만대에서 3년 후 330만대로 줄어들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이 같은 상황에서 임금 인상이 지속될 경우 국내 사업장의 경쟁력 저하는 불가피하다.

한편 현대자동차는 상습 조기 퇴근 근로자를 해고하는 등 생산현장 분위기 쇄신에 나섰다. 현대차는 최근 울산공장에 근무하는 근로자 1명을 해고했다. 이 근로자는 수개월 상습적으로 조기 퇴근했으나 이를 인정하지 않고, 소명도 제대로 하지 않았다고 설명했다. 작년 말에는 근로자들이 근무시간 중 회사 와이파이를 통해 스마트폰으로 동영상을 보는 것이 논란이 되기도 했다.

업계 관계자는 “올해 코로나19 여파로 글로벌 자동차 시장 위기 심화되는 상황에서 노사 갈등은 위기 극복에 걸림돌로 작용할 수밖에 없다”며 “노조는 기득권 지키기에서 벗어나 대중이 공감할 수 있는 공생의 길로 걸어가야 할 때”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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