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CEO평가-조선] 산업은행이 그리워질 대우조선해양…실적악화‧구조조정 불가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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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해 CEO평가-조선] 산업은행이 그리워질 대우조선해양…실적악화‧구조조정 불가피
  • 문수호 기자
  • 승인 2019.11.27 16: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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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해 하반기 실적 악화, 내년엔 최대 보릿고개 예상…수주절벽 영향 이제야
흑자 기조 원동력이었던 충당금도 끝…합병 전 악재 연이어 드러나
이성근 대표 체제 전환 이후 실적악화에 수주도 미진…합병 후 개편 전망
지난 26일(현지시간) 오만에서 이성근 대우조선해양 사장(왼쪽)과 ASYAD 그룹 압둘라흐만 살림 알 하트미 회장이 초대형원유운반선 건조 계약서에 서명한 뒤 악수를 하고있다. 사진=대우조선해양 제공
이성근 대우조선해양 사장(왼쪽)과 ASYAD 그룹 압둘라흐만 살림 알 하트미 회장이 초대형원유운반선 건조 계약서에 서명한 뒤 악수를 하고있다. 사진=대우조선해양 제공

[매일일보 문수호 기자] 대우조선해양이 올해 3분기 적자를 기록하며 불안한 모습을 보이고 있다. 수주달성률도 현재까지 64%에 그쳐 올해 이성근 대표 체제 전환 후 전반적으로 경영 성적표가 신통치 않은 모습을 보이고 있다.

올해 3월 대표로 선임된 이성근 대표 체제 이후 대우조선해양은 지난 9월 대대적 조직개편과 임원 인사가 이뤄졌다. 그러나 조직개편 등 변화에도 불구하고 오히려 성장 동력을 상실한 것 같은 모습을 보여주고 있다.

대우조선해양의 올해 3분기 적자는 어느 정도 예견돼 있었다. 특히 내년이 가장 큰 보릿고개가 될 것으로 보여 현대중공업과의 합병을 앞두고 우려가 커지고 있다.

가장 우려되는 부분은 그동안 대우조선해양의 영업이익 흑자 기조를 유지하는데 가장 큰 역할을 했던 충당금 효과가 사라진다는 점이다. 산업은행 체제 하에서 과도하게 적립해 놓은 충당금은 최근 몇 년간 대우조선해양이 흑자를 낼 수 있던 원동력이었다.

또한 건조가 미뤄지면서 최근 수익에 일조했던 쇄빙LNG선의 건조가 올해로 끝나고, 2016~2017년 수주절벽에 부딪혔던 여파가 올해 하반기부터 나타나고 있다. 대우조선해양은 지난 2016년 15CGT를 수주해 최악의 한해를 지냈고, 2017년에도 30만CGT에 그쳐 내년 최악의 경영실적이 예상되고 있다. 쌓아놓은 충당금이 사라지는 시기에 맞춰 수주절벽 여파가 엎친 데 덮친 격으로 찾아오는 셈이다.

이러한 실적은 내년 현대중공업과의 인수합병과 맞물려 나쁜 결과를 초래할 가능성이 있다. 인수합병 시 경영 안정화를 위해 최우선적으로 고려되는 부분은 결국 구조조정이다. 대우조선해양 역시 합병이 되면 영업‧구매‧인사 등의 부문에서 잉여 인력이 생길 수밖에 없다. 현대중공업은 이미 이를 그룹사 간 통합시스템으로 운영하고 있다. 대우조선해양의 실적 악화는 이러한 구조조정의 빌미를 제공할 수 있다.

대우조선해양은 이성근 대표 체제에서 지난 9월 인사이동과 보직개편이 있었다. 이 대표는 조직개편을 하면서 책임경영과 독자경영을 강조했지만, 인수합병 시 경영 간섭과 조직의 재개편은 사실상 불가피할 것으로 보인다. 특히 단기적으로 현 체제 유지가 가능할지 모르나 결국 한국조선해양 중심으로의 재개편이 이뤄질 수밖에 없을 것으로 업계에서는 내다보고 있다. 실적이 좋지 못할 경우 이러한 시기가 더욱 빨라질 수 있다.

한국조선해양의 권오갑 부회장이 회장으로 승진하며 현 체제를 공고히 한 것도, 대우조선해양 인수합병 이후를 고려한 조치로 보인다. 합병 후 두 기업을 진두지휘할 준비를 하고 있는 셈이다.

지난 10월에는 이근모 대우조선해양 재경본부장(부사장)이 회사를 떠난 것으로 알려졌다. 이 부사장의 임기는 2021년 5월까지지만, 사실상 합병을 앞두고 용퇴를 결심한 것으로 보인다. 합병 후 고위직 임원의 변동은 어느 정도 예견되기 마련이다.

업계에서는 대우조선해양이 그동안 산업은행 관리 하에서 공무원에 가까운 생활을 하다 오너 기업으로 바뀌는 환경 변화에 적응이 쉽지 않을 것으로 보고 있다. 현 체제의 성과는 경영실적보다 수주달성률로 이뤄져야 한다. 인수합병 전부터 실적 악화와 더불어 수주 목표 미달 등 힘이 빠진 모습을 보이고 있어 합병에 대한 우려도 커지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대우조선해양은 수조원의 혈세가 들어간 회사다. 한국조선해양도 인수 후 견실한 재무건전성 유지에 만전을 기할 수밖에 없을 것”이라며, “희망퇴직 등 구조조정은 시간문제다. 이 과정에서 인수당한 대우조선해양 쪽 피해가 더 클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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