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A 시장, 물 흐리는 호반건설…‘체리피커’ 재입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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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A 시장, 물 흐리는 호반건설…‘체리피커’ 재입증
  • 김보배 기자
  • 승인 2018.02.08 15: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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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반건설, M&A 시장 단골손님…매번 기웃대다 막판 ‘발 빼기’
업계 “돈 안들이고 홍보효과 톡톡”…자본금 과시 목적도 의심
김상열(사진) 호반 회장과 경영진들은 8일 회의를 통해 대우건설 인수 중단을 최종 결정했다. 호반건설이 대우건설 인수 중단을 선언하자 업계에서는 M&A 시장의 물만 흐려놨다는 비판의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사진=호반건설 제공

[매일일보 김보배 기자] 호반건설이 결국 대우건설[047040] 인수 중단 의사를 밝히면서 대우건설 매각은 다시 원점으로 회귀하게 됐다. 호반건설은 대우건설의 돌발적으로 발생한 해외 손실을 이유로 인수 철회를 결정했다고 밝혔다. 하지만 업계에서는 호반건설이 애초에 대우건설 인수 의지가 없었던 것 아니냐며 의심의 눈초리를 보내고 있다.

8일 호반건설이 대우건설 인수 중단을 선언하자 업계에서는 M&A 시장의 물만 흐려놨다는 비판의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건설업계 관계자는 “호반건설은 M&A 시장의 단골손님으로, 굵직한 매물이 등장할 때마다 관심을 보여 유력 인수 후보자로 떠오르고는 했다”며 “매번 그래왔듯 이번에도 대우건설 경영구조만 들여다보고 손을 떼면서 다시 한 번 M&A계의 ‘체리피커’임을 입증했다”고 지적했다.

체리피커(cherry picker)란 접시에 담긴 달콤한 체리와 신포도 중 ‘체리만 골라먹는 사람’으로, 통상 기업의 상품이나 서비스는 구매하지 않으면서 다양한 부가혜택이나 서비스 등 자기 실속만 챙기는 소비자를 일컫는다.

호반건설이 M&A 시장에 처음 모습을 보인 것은 2015년 금호산업 인수를 추진하면서부터다. 그해 2월 호반건설은 금호산업 인수의향서(LOI)를 제출, 4월 단독으로 본입찰에 나섰지만 시장의 예상 가격보다 훨씬 낮은 가격을 써내 유찰됐다.

이후에도 호반건설은 M&A 시장에서 ‘간만 보고 빠지는’듯 한 행보를 보여 왔다.

2016년 5월 동부건설, 9월 보바스병원 인수전에서는 LOI만 제출하고 본입찰에는 불참했다. 2017년 SK증권 인수전에서도 호반건설의 인수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점쳐졌지만 막판에 발을 뺐다. 이어 2017년 블루버드CC 인수전에서도 LOI만 제출한 후 인수를 포기했다.

최근에는 LS네트웍스와 이베스트투자증권 지분 84.6%를 두고 비공개협상을 벌이고 있지만, 역시 가격문제로 이견을 좁히기 못하고 있다.

업계에서는 호반건설이 ‘홍보효과’를 노려 M&A 시장을 떠돈다고 보고 있다. 금호산업이나 대우건설 등 굵직한 대기업 인수전에 참여하면 별도의 비용 없이도 브랜드를 널리 알릴 수 있기 때문이다.

한 건설사 관계자는 “대우건설 인수전에서 최종 승리자는 호반건설”이라며 “시공능력평가 13위인 호반건설이 3위인 대우건설을 인수한다고 알려지니 ‘자금력이 탄탄한 건설사’란 인식이 많은 이들의 머릿속에 자연스럽게 박혔을 것”이라고 말했다.

실제 호반건설은 대우건설 인수 절차 과정에서 풍부한 현금성 자산과 건실한 재무구조 등을 내세워 대우건설 인수에 무리가 없다고 주장해왔다.

호반건설은 대우건설 인수가로 1조6000억원 가량을 써낸 것으로 알려졌다. 또 산업은행이 매각하기로 한 지분 50.75% 가운데 40%만 우선 인수하고 나머지 10.75%는 3년 뒤 인수하는 방법을 제안하면서 당장 필요한 금액을 1조3000억원 안팎으로 낮췄다.

특히 호반건설은 현금성 자산이 풍부해 지난달 진행된 본입찰에서 금융회사의 차입보증서 없이 계열법인의 자금 증빙만으로 1조5000억원을 제출했다. 자체적으로 인수자금을 충당할 수 있을 정도로 ‘현금 부자’임을 증명한 것이다. 현금성 자산은 지속적으로 증가해 올해 말 기준 2조3000억원을 넘어설 것으로 호반건설은 내다보고 있다.

건설업계 관계자는 “호반건설이 대우건설 인수 과정에서 구체적인 재무조달 방안 등을 공개하는 것을 보면서 이번에야 말로 진지하게 배팅하는 것 아닌가 생각도 했다”며 “해외 손실은 어느 정도 예측 가능한 부분이었을 텐데 돌연 철회한 것을 보면 애초에 인수 의지가 없었던 것 아닌지 의심스럽다”고 말했다.

또 다른 건설사 관계자는 “예비입찰에 참여하면 매각 기업의 실사를 약식으로 볼 수 있는데, 사업 특성이나 노하우가 다 공개되는 것과 다름없다”며 “대우건설로서는 상당히 찝찝한 기분일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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