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우건설 4번째 매각 실패…호반, 해외손실 이유 발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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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우건설 4번째 매각 실패…호반, 해외손실 이유 발빼
  • 김보배 기자
  • 승인 2018.02.08 14: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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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로코 사피 현장 3000억 손실이 매각 ‘발목’ 잡아
1999년부터 ‘가시밭길’ 연속…대우 “당혹스럽다”
호반건설이 대우건설 인수 철회 방침을 밝힘에 따라 대우건설 매각은 다시 미궁 속으로 빠져들게 됐다. (왼쪽부터)종로구 대우건설 본사와 강남구 호반건설 본사. 사진=각사 제공

[매일일보 김보배 기자] 대우건설[047040]의 4번째 ‘주인 찾기’가 불발됐다. 지난달 말 인수 우선협상대상자로 선정된 호반건설이 불과 8일 만에 ‘인수 중단’을 선언했기 때문이다.

8일 호반건설은 이날 김상열 호반 회장을 중심으로 한 경영진 회의에서 대우건설 인수 절차를 중단하기로 최종 결정했다고 밝혔다.

호반건설 측은 “대우건설 해외사업에서의 통제 불가능한 위험 요소를 감당하기 어렵다는 결론에 닿았다”며 인수 철회 배경을 설명했다.

9년 만에 성사 직전까지 갔던 대우건설 매각이 무산된 것은 예상치 못한 해외 현장에서의 손실 때문이다.

대우건설은 ‘모로코 사피 민자발전사업(IPP)’ 현장에서 시운전 중 장기 주문 제작한 기자재에 문제가 생긴 것을 발견하고 다시 제작하는 과정에서 3084억원의 대규모 손실을 인식, 4분기 실적에 이를 반영했다.

이에 따라 대우건설의 해외 사업장에서의 손실은 지난해 3분기 누적 855억원에 불과했지만 이번 모로코 건이 더해지면서 손실 규모는 연말 4225억원까지 급증했다.

지난해 3분기까지의 실적을 들여다보고 대우건설 인수를 추진해온 호반건설은 결국 인수 중단을 선언했다. 특히 호반건설은 모로코 손실뿐 아니라 추후 돌출할 수 있는 해외 잠재 부실에 대한 우려가 컸던 것으로 알려졌다.

대우건설은 현재 카타르, 오만, 인도, 나이지리아, 베트남, 사우디아라비아, 아랍에미리트(UAE), 싱가포르 등지에서 해외 사업을 진행 중이다.

호반건설이 발을 빼면서 45년 전통 대우건설의 ‘새 주인 찾기’는 또다시 미궁 속으로 빠지게 됐다.

대우건설의 고난이 시작된 것은 1999년 외환위기 때다. 한때 재계순위 2위를 자랑하던 대우그룹이 유동성 위기에 빠지면서 대우건설의 험난한 여정이 시작했다. 그룹이 해체되면서 그룹에서 분리된 대우건설은 경영난에 빠졌고 결국 워크아웃에 들어갔다.

한국자산관리공사(캠코)의 관리 아래서 워크아웃을 졸업한 대우건설은 2004년 M&A시장에 매물로 나와 금호아시아나그룹을 두 번째 주인으로 맞는다. 당시 금호아시아나그룹은 대우건설 분 72.1%를 6조6000억원에 사들여 새 주인이 됐지만 무리하게 돈을 끌어 모아 그룹전체가 위기에 빠지며 결국 3년 만에 대우건설을 되팔았다. 재계에서 대표적인 ‘승자의 저주’라는 말이 나오는 이유다.

2009년 다시 M&A 시장에 매물로 나온 대우건설은 마땅한 인수자가 없어 국책은행인 산업은행이 새로운 주인이 된다. 산업은행은 대우건설 지분 50.75%를 사들여 최대주주가 됐다. 산업은행은 지분 인수와 유상증자에만 3조2000억원을 투입했다. 이후 산은은 대우건설을 민간에 복귀시키는 절차에 들어갔고, 7년 만에 호반건설을 인수 우선협상대상자로 선정하기에 이른다.

호반건설은 지난달 산업은행이 진행한 대우건설 매각 본입찰에 단독 응찰, 이달 양해각서(MOU)를 체결한 뒤 2월 정밀실사를 거쳐 4월 주식매매계약(SPA)을 체결하고 7월께 매각 절차를 끝낼 계획이었다. 하지만 해외 추가 부실 우려로 발을 빼면서 대우건설 매각은 이번에도 불발됐다.

호반건설 M&A 관계자는 “내부적으로도 통제가 불가능한 해외 사업의 우발 손실 등 최근 발생한 일련의 문제들을 접하면서 과연 호반이 대우건설의 현재와 미래의 위험 요소를 감당할 수 있겠는가에 대해 심각한 고민을 했다”며 “아쉽지만 인수 작업을 중단하기로 결정했다”고 설명했다.

업계에서는 대우건설의 2017년 4분기 해외손실이 일회성이라고 보고 있지만, 재매각을 위해선 잠재 부실이나 추가 부실 발생 여부를 분명하게 짚고 넘어가야 한다고 보고 있다.

한편 대우건설 관계자는 “모로코 사피 발전사업에서 발생한 손실은 ‘부실’이 아닌 ‘사고’로 봐야 한다”며 “매각 마무리 단계에서 이런 상황이 전개돼 매우 당황스럽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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