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빛 좋은 개살구’ 미분양 아파트 속출 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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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빛 좋은 개살구’ 미분양 아파트 속출 왜?
  • 김보배 기자
  • 승인 2017.11.21 16: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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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설사, ‘돈 되는’ 주택사업 비중 키우고 물량 공세
역세권·직주근접 등 실제와 다를 수 있어 ‘현혹주의’
강남의 한 부동산 상가. 사진=연합뉴스 제공

[매일일보 김보배 기자] 올해 부동산 시장 ‘훈풍’에도 불구하고 미분양 단지가 속출해 그 원인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준공 후 미분양 단지까지 더하면 미분양 사태는 갈수록 심각해질 것이란 우려가 나오고 있다.

21일 국토교통부에 따르면 지난 9월 기준 전국 미분양 주택은 총 5만4420가구로 전월(5만3130가구)보다 2.4%(1290가구) 증가했다.

지난해 11·3 부동산 대책으로 침체일로를 걷던 청약시장이 봄 성수기부터 풀리면서 올해 3월부터 8월까지 미분양 물량도 감소하다가 5개월 만에 증가세로 돌아선 것이다.

수도권 미분양 주택은 전월 대비 6.1% 늘어난 1만311가구, 지방은 1.6% 늘어난 4만4109가구를 기록 중이다. 특히 준공 후까지 미분양으로 남아있는 ‘악성 미분양’ 주택이 9963가구로 전월보다 0.4% 증가했다.

◆건설사 ‘밀어내기’ 공급…주택시장 왜곡으로 ‘역풍’

전문가들은 건설사들의 ‘무리한 공급’이 미분양 사태로 이어졌다고 보고 있다.

건설사들은 정부의 ‘부동산 활성화’ 정책에 힘입어 지난 2014년 34만5000여가구를 시작으로 2015년 45만여가구, 지난해 40만여가구 등 대대적인 물량 공습에 나섰다. 올해도 하반기까지 연간 40만여가구가 공급될 예정이다.

건설사들은 해외수주 감소, 금리상승 등으로 수익성이 악화되면서 주택사업 비중을 늘리고 ‘물들어 올 때 노 젓자’며 앞 다퉈 분양에 뛰어들었다.

이미 부동산 시장은 건설사들의 ‘밀어내기’ 여파로 큰 홍역을 치른바 있다. 지난 2007년 한 해에만 약 80만호에 달하는 착공 물량이 공급됐고, 건설사들은 초기 분양에 완벽하게 성공했음에도 불구하고 준공 시점인 2010~2011년 입주를 포기하는 사람들이 늘면서 대거 미입주 사태를 겪었다.

한 부동산 업계 전문가는 “당시 건설사는 할인분양이나 할인매각과 같은 각종 자구책을 내놨지만 결국 일부 건설사는 파산 신청을 하기도 했다”며 “미분양 사태는 이미 예견된 일로, 과거 실패사례가 똑같이 되풀이될 가능성이 커지고 있다”고 말했다.

◆비(非)인기 중대형 구성·부풀려진 광고에 ‘흥행실패’

건설사들의 대규모 물량공급, 정부의 부동산 규제에도 불구하고 인기지역의 견본주택은 청약을 위해 몰려든 이들로 ‘구름인파’를 이뤘다.

실제 역대급 초강력 부동산 규제로 불리는 8·2대책 이후에도 △부산 ‘대신2차푸르지오’ 258대1 △대구 ‘오페라 트루엘 시민의 숲’ 198.7대1 △서울 ‘신반포 센트럴 자이’ 168대1 △부산 ‘명지 더샵 퍼스트월드’ 144대1 △인천 ‘송도SK뷰센트럴’ 123.8대1 등 일부 인기단지들은 수백대1의 청약경쟁률을 기록하며 완판행진을 이어갔다.

반면 서울의 마지막 택지지구인 구로 항동지구에서 선보인 ‘중흥S-클래스’는 기대와 달리 흥행에 실패하며 아직까지 미분양 물량이 남아있는 상태다. 올해 7월 분양 당시 이 곳 견본주택에는 3일간 3만여명이 다녀갈 정도로 수요자들의 관심이 높았다.

항동지구 인근 공인중개사무소 관계자는 “매매를 목적으로 왔다가도 지하철역과 다소 거리가 있다는 점 등에 쉽게 결정을 못하고 돌아간다”며 “최근까지 남았던 소형면적은 지난달 모두 팔렸고 현재 미분양분은 전용 147㎡의 대형만 남아있어 쉽게 나갈 것 같지 않다”고 말했다.

부동산 시장 관계자는 “역세권, 숲세권, 몰세권 등 이름을 붙인 단지라도 직접 가서 살펴보고 출퇴근 시간, 라이프 스타일을 고려해 선택해야 한다”며 “중도금 무이자, 가격할인 등 각종 특별혜택을 제공하는 미분양 단지도 실제 가격이 높게 책정돼있지는 않은지 주변 단지와 비교해가며 꼼꼼하게 살펴야 한다”고 조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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