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획] 중동 교류로 中企 활성화… 정부 청사진 ‘안갯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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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획] 중동 교류로 中企 활성화… 정부 청사진 ‘안갯속’
  • 이용 기자
  • 승인 2023.11.09 12: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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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중동, 874억달러 규모 143건 계약·양해각서 체결
중동, 反美-反이 기조 강화… 韓, 중립 유지 어려워
親이스라엘 기업, 아랍권서 불매운동 뭇매
방문규 산업통상자원부 장관이 지난 8일 서울 종로구 무역보험공사에서 열린 민관합동 수출확대 점검회의 및 한-중동 경제협력 민관추진위원회를 주재하고 있다. 사진=산업통상자원부
방문규 산업통상자원부 장관이 지난 8일 서울 종로구 무역보험공사에서 열린 민관합동 수출확대 점검회의 및 한-중동 경제협력 민관추진위원회를 주재하고 있다. 사진=산업통상자원부

매일일보 = 이용 기자  |  이스라엘과 팔레스타인 하마스간 무력 분쟁이 발발한 지 한 달이 지난 가운데, 전 세계 국가들이 친(親)이스라엘-친팔레스타인 진영으로 나뉘고 있다. 이 가운데 중동 내 주요 교역국들이 팔레스타인 쪽으로 기울면서, 현지 진출한 국내 기업들의 사업 불확실성이 커질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9일 정부에 따르면 윤석열 정부 출범 이후 한·중동 정상 경제외교, 장관급 경제협력, 소규모 경제사절단 파견 등을 통해 총 874억달러 규모로 143건의 계약 및 양해각서가 체결됐다. 윤 대통령은 올해 중동 순방을 마치며 ‘중동 빅3 국가’와의 정상외교를 완성했다고 말했다. 중동 빅3 국가는 사우디아라비아, 아랍에미리트, 카타르 등으로 중동 내에서도 손꼽히는 부유국이다.

정부는 중동과의 교역을 통해 중소기업을 활성화 할 청사진을 그리고 있다. 최근 한국의 AI기업 루닛 등 벤처·중소기업들이 사우디의 국책 사업에 참여하는 등 중동 각지에서 러브콜을 받고 있다. 한국중견기업연합회는 태경그룹, CTR 등이 사우디·카타르 정부 및 현지 기업과 합작 회사 설립하거나 기술 협력하고 공동 프로젝트를 추진하는 등 잇따라 업무협약을 체결했다고 전했다.

산업통상자원부는 지난 1월 아랍에미리트(UAE) 순방을 계기로 경제사절단에 참가한 일부 중소기업의 경우 향후 21억달러의 수출 실적을 거둘 것이라고 전했다. 또 윤 대통령은 "지금까지 저의 해외순방에 동행한 경제사절단은 중소, 중견 기업이 80% 가까이 차지한다"며 "앞으로도 경제사절단에 많은 중소기업인과 청년 사업가들을 참여시킬 것"이라는 포부를 밝혔다.

과학기술정보통신부, 국방부, 국토교통부, 문화부, 농림축산식품부 등은 총 143건의 성과 사업이 정상적으로 추진 중이며, 그중 16건이 실제 계약으로 이행됐거나 이행될 예정이라고 밝혔다. 여기에 4개 중소·중견기업은 약 500명의 신규 고용을 창출했거나 창출할 예정인 것으로 파악됐다.

이에 탄력을 받은 정부는 중소기업의 국제 무대 진출을 더욱 독려할 방침이다. 산업부는 지난 8일 '한·중동 경제협력 민관추진위원회'를 통해 올 연말까지 무보, 수출입은행, 기업은행 등의 정책금융기관이 78조원을 투입함으로써 수출 상승세를 지속하기로 했다.

다만 중동에 진출한 한국 중소기업들의 사업 지속성을 보장 받을 수 있을지 미지수다. 미국-이스라엘과 중동 국가들의 관계가 악화되면서 한국이 두 진영 사이에서의 중립 유지가 어려워졌기 때문이다.

사우디와 카타르는 친미 국가이긴 하지만, 같은 이슬람권이자 지리적으로 가깝다는 이해관계로 팔레스타인-하마스와도 가까운 관계를 유지하고 있다. 게다가 최근 신흥 경제국 협의체 ‘브릭스’가 사우디와 UAE 등 중동 국가들을 내년 1월부터 정회원으로 초청하면서 미국과의 갈등이 더욱 고조될 전망이다. 브릭스는 중국-러시아를 중심으로 설립된, 사실상 미국을 견제하기 위한 경제기구다. 중동 국가들이 미국과 중국 사이에서 실리를 찾겠다는 의도로 해석된다.

미국 바이든 행정부는 그동안 중동의 인권 문제를 지적하고 산유 의존을 탈피하기 위한 시도를 해왔던 만큼, 중동이 미국과 거리를 둘 수도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이에 미국이 중동국가들의 친중 행보에 제동을 걸기 위해 한국 등 동맹국의 동참을 요청한다거나, 중동 국가들이 중국과의 관계 개선을 위해 미국 및 동맹국과들의 교역을 제한할 가능성이 있다.

또 중동국가 정상들이 중립을 선언해도, 정작 현지인들이 미국과 이스라엘을 비롯한 서방 세계에 뿌리 깊은 불신을 갖고 있는 점도 문제다. 실제로 최근 글로벌 기업들이 이스라엘에 우호적인 모습을 보였단 이유로 아랍권 국민들에게 불매운동 피해를 입기도 했다.

맥도날드, 스타벅스, 네슬레 등 글로벌 기업들은 이스라엘에 진출하거나 이스라엘에 우호적인 입장을 표명한 이유로 아랍권 국가들에서 불매운동을 당하고 있다. 특히 맥도날드는 이스라엘군에 무료 음식을 제공한다고 밝히면서 아랍권 국가들에서 거센 비난을 받았다.

최근 아랍 국가 정상들의 휴전 중재 요청에도 미국이 유보적인 태도를 보이면서, 중동 현지 교민들은 외교적 갈등으로 국내 사업체가 역풍을 맞을 수 있다고 우려하는 중이다.

UAE 두바이에 거주중인 교민은 “현재는 한류 열풍과 우리 정부가 이스라엘을 공식적으로 지지하지 않아 아직 인식이 좋은 편”이라며 “그러나 한국이 미국과 이스라엘과 친하다는 것을 모르는 중동 사업가는 없다. 심지어 일부는 한국산 무기가 이스라엘에 수출되고 있다는 것도 안다. 햄버거를 공짜로 나눠주는 것과는 차원이 다른 문제인 만큼, 현지인들에게 이런 면모가 부각되면 우리 기업 불매 운동이 일파만파 번질 우려가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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