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획] ‘대형마트 족쇄’ 유통법 규제 완화 급물살 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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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획] ‘대형마트 족쇄’ 유통법 규제 완화 급물살 탈까
  • 민경식 기자
  • 승인 2023.09.24 12:0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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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통산업발전법’ 기대 달리 부작용 많아
전통시장 이득 대신 이커머스 업계 수혜
 국회에서 최근 ‘유통산업발전법’ 개정안을 재논의하면서 유통업계도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매일일보 = 민경식 기자  |  ‘유통산업발전법’ 개정안 재논의 소식에 유통업계가 예의주시하고 있다. 해당 법안의 제정 취지와 달리 실질적인 효과보다 부작용이 많아 법안 개정의 필요성이 대두되고 있다.

24일 국회 및 관련업계에 따르면 의무휴업일, 새벽 온라인 영업 제한 등을 완화하는 내용의 유통산업발전법 개정안이 2건 발의된 상태다. 이종배 국민의힘 의원과 고용진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2020년 7월, 2021년 6월 ‘유통산업발전법일부개정안’을 각각 발의했다.

이 법안들은 2021년 9월 국회 산업통상자원특허소위원회(이하 산자위)에 상정된 이후 논의가 순조롭게 이어지지 못했다. 그러다 약 2년만인 지난달 21일 산자위 법안소위에서 논의가 다시 이뤄졌고, 다음 회의에서 안건이 의결될 전망이다.

유통산업발전법은 대형마트에 대해 한달에 2회씩 일요일에 영업을 금지한 것을 주요 골자로 지난 2012년부터 개정돼 현재까지 시행 중이다. 대형 유통업체들의 과도한 골목 상권 침해로 인해 생계를 위협받는 소상공인, 자영업자, 영세 상인을 보호하고 모든 유통업자의 상생 확대를 위한 차원에서 도입됐다.

다만, 이런 취지와 다르게 소상공인, 전통상인에게 돌아가는 순영향은 적었다. 국내 전통시장은 2013년 1500여곳에서 작년 1300곳까지 200곳 가량 축소됐다. 또한, 대형마트의 경우 2019년 423개였던 매장수가 올해 401개까지 줄어들며 업황 악화세를 나타내지만, 법에 적용되지 않는 온라인 유통업체의 경우 몸집이 한층 더 커졌다. 이런 흐름에서 대형마트만 옥죄는 것은 형평성이 떨어진다는 의견도 나오고 있다.

김지향 서울시의회 기획경제위원회 의원(국민의힘·영등포4)이 발표한 ‘서울의 온오프라인 소비지출 변화’ 연구 결과에 따르면, 대형마트 의무휴업일인 2·4주 일요일에 대형마트와 SSM(기업형 슈퍼마켓)의 소비지출은 감소했지만, 전통시장 또는 골목상권 등의 소비지출도 늘지 않은 것으로 드러났다. 이는 서울시의회와 서울연구원이 국내 대형 카드사에 공동으로 요청하여 서울시민의 소비행태를 조사한 결과다.

카드사는 서울에 살고 있는 카드소지자를 대상으로 2019년 7월부터 지난 6월까지 약 5년간의 카드지출 빅데이터를 분석했다. 이 중 119만여명의 일일 소비지출 패턴을 톺아보고, 오프라인 종합소매업 지출 비율이 5년전 대비 10%포인트 증감한 2157명을 대상으로 설문을 진행했다.

연구 결과에 따르면, 올 1∼6월 쿠팡, 마켓컬리 등 무점포 온라인 마트의 지출은 코로나19 이전 시기 보다 63.7% 급증했다. 동기간 오프라인 지출은 21.9% 오르는데 불과했다. 오프라인 지출의 경우 주중보다 주말에 쏠린 반면, 온라인 지출은 주말에 감소세를 드러내다가 주중에 재상승하는 추이를 보였다.

설문조사에 따르면, 식품 구매 시 애용하는 점포 유형으로 무점포 온라인 마트(31.5%)란 응답이 가장 비율을 차지했다. 대형마트(24.3%), 온라인 쇼핑몰(19.6%), 오프라인 중심 온라인 마트(10.2%) 등이 뒤따랐다. 전통시장(3.3%), 골목상권 소매점포(2.2%)를 찾는다는 응답률은 매우 낮았다.

해외에서는 격변하는 유통산업 트렌드를 반영해 대형마트에 대한 규제를 풀고 있는 추세다. 규제 완화로 유통기업들이 자유롭게 경쟁을 펼치게 되면, 궁극적으로 소비자들이 보다 많으 혜택을 얻을 수 있다는 해석으로 풀이된다. 프랑스는 1906년부터 유지해오던 대형 유통 업체의 일요일·야간 영업금지 사항을 2015년 없앴다. 미국은 대형 유통기업에 대한 영업시간 및 휴일 강제가 전무하다. 일본도 대형유통 업체의 영업제한 규제를 2000년 폐기한 바 있다.

업계 관계자는 “유통산업발전법이 의도와는 다르게 사회·경제적 이득보다는 부작용이 여러 곳에서 나오고 있다”며 “시간이 많이 흘러간 만큼 오래된 법안도 마찬가지로 상황에 맞게 바뀌어야 모두가 상생할 수 있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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