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획] “핵심 인력 쟁탈전” 심화… 기업간 채용 ‘신경전’ 확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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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획] “핵심 인력 쟁탈전” 심화… 기업간 채용 ‘신경전’ 확산
  • 이용 기자
  • 승인 2023.08.24 12: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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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이오헬스 분야, 주력산업군 중 인력 부족률 2위
제약-바이오, 동종 업계 간 이직 사례 증가
지난 2019년 서울 양재동 aT센터에서 열린 채용박람회에서 참가자들이 부스를 둘러보고 있다. 사진=한국제약바이오협회

매일일보 = 이용 기자  |  전문 기술과 영업 노하우를 보유한 핵심 인재를 얻기 위해 기업간 인력 쟁탈전이 갈수록 심화되는 추세다. 자본을 앞세운 대기업들이 인력 시장에서 주도권을 쥔 사이, 정작 중소기업은 소외되고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24일 업계에 따르면 모든 분야에서 ‘귀한 몸’으로 여겨지는 IT 관련 개발자에 이어 제약바이오 업계의 핵심 인재 또한 주요 영입 대상으로 급부상했다. 국내 제약바이오 기업들이 복제약 중심 사업에서 탈피하고 신약개발로 수익 모델을 전환하면서, 관련 노하우를 가진 인재가 필요해졌기 때문이다.

산업통상자원부는 근로자 10인 이상의 전국 1만5039개 기업을 대상으로 지난해 12월 '산업기술인력 수급 실태조사'를 발표했다. 조사 대상인 12대 주력산업은 기계ㆍ바이오헬스ㆍ자동차ㆍ철강ㆍ디스플레이ㆍ섬유ㆍ전자ㆍ화학ㆍ반도체ㆍ소프트웨어ㆍ조선ㆍITㆍ비즈니스다. 이중 산업기술인력 부족인원은 2만8709명으로, 전년대비 2.3%(659명) 증가했다. 인원 부족에 시달리는 업종은 전체의 76.2%다. 그중 소프트웨어, 전자, 기계, 화학 등 4개 산업 69.5%가 인력 부족을 겪고 있는 실정이다.

전반적인 ‘산업기술인력 부족률’은 2.5%로 최근 4년 동안 동일한 수준 유지해, 사실상 핵심 산업계 전체가 인력난에 직면해있다. 그중 바이오헬스 분야는 주력산업군 중 인력부족률 2위에 위치해 있다. 소프트웨어(4.0%), 바이오헬스(3.4%), 화학(3.4%) 순이다. 더군다나 삼성과 SK에 이어 CJ, 롯데, 오리온 등 유통사까지 미래가치가 높은 제약바이오 사업을 확대하고 있어, 인력 부족 현상은 더욱 심화될 전망이다.

S바이오사 관계자에 따르면 “바이오헬스 분야는 최근 국가첨단산업으로 지정받아 더욱 전망이 갈수록 밝아졌다. 제약바이오 산업의 주요 수익은 결국 의약품 개발 및 제조로, 기존 제약 업계와 채용 전형이 겹칠 수 밖에 없다. 최근에는 제약사들이 온라인 유통몰을 구축하거나 어플을 제작하는 사례도 늘고 있어 개발자 쟁탈전도 치열하다. 또 홍보마케팅은 물론, 영업 직원도 타 업계에서 모셔오는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이렇다보니 제약-바이오 기업 사이에선 ‘동종 업계 간 이직’이 잦아진 상태다. 유한양행이 지난 5월 R&BD 본부장으로 영입한 이영미 부사장은 한미약품 글로벌 R&D 혁신 총괄을 지냈었다. GC셀은 올해 초 제임스박 전 삼성바이오로직스 부사장을 영입했으며, 한화제약은 최근 영업부문장에 대웅제약 출신 장홍석 상무를 영입했다.

동종 업계 간 이직으로 일부 기업들은 갈등까지 빚어졌다. 삼성바이오로직스-롯데바이오로직스, 대웅제약-메디톡스 등은 핵심 인재 이직을 놓고 법적 다툼을 벌이기도 했다.

다만 인력 쟁탈전은 높은 연봉과 복지를 약속할 수 있는 대기업간의 문제일 뿐, 중소기업계는 소외되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중소기업벤처부는 지난 7월 소프트웨어 인력 채용과 관련해 기업체 187개사, 취업준비생 773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여론조사 결과를 발표했다. 소프트웨어 취업준비생들은 중복 합격시 67.9%가 대기업을, 26.6%가 중견기업이나 매출액 1천억 이상 기업을 선택할 것이라고 응답했다. 중소·벤처·스타트업을 선택한 비율은 5.4%에 지나지 않았다. 임금이 적을 것 같다(61.1%)고 응답한 이들이 가장 많았으며, 직업 안정성이 낮을 것 같다(60.5%)는 응답이 다음을 이었다.

중소 제약사 M사 인사팀장은 “실제 지난해 제약바이오 채용박람회 당시, 대기업에만 문의가 몰렸고 우리 같은 중소기업에는 파리만 날렸다. 제약바이오사 연구직의 평균 급여는 타 업계보다 높고, 동종 기업 간 급여도 큰 차이 없다. 다만 복지와 기업 명성에서 차이가 있는 만큼, 솔직히 나라도 중소기업을 선택하지 않을 것”이라고 토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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