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획] 막오른 유통가 ‘바이오 大戰’… 외도에서 주력사업 초집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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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획] 막오른 유통가 ‘바이오 大戰’… 외도에서 주력사업 초집중
  • 이용 기자
  • 승인 2023.08.20 12: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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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J바이오사이언스, 글로벌 No.1 마이크로바이옴 기업 도약 목표
롯데바이오로직스, 벤처 협력 통해 ADC 기술 확보
오리온, 음료, 간편대용식, 바이오 등 3대 신사업 선정
롯데바이오로직스 시러큐스 공장 전경
롯데바이오로직스 시러큐스 공장 전경. 사진=롯데바이오로직스

매일일보 = 이용 기자  |  삼성, SK에 이어 대형 유통사들까지 바이오 산업에 진출하며 글로벌 제약바이오 패권 다툼에 가세했다.

20일 업계에 따르면 롯데, CJ 등 대기업에 이어 식품사인 오리온까지 바이오 사업 기반을 마련했다.

주목할 부분은, 각 기업들이 CMO(위탁생산)로 대표됐던 바이오 산업에서 탈피해서 세분화된 바이오 전략을 모색하고 있다는 점이다. 기존엔 대기업이 바이오에 진출할 땐 CMO(위탁생산) 산업을 선택하는 것이 대부분이었다. 높은 자본력으로 생산 역량을 극대화해 클라이언트를 확보, 안정적인 수익을 거두는데 효과적인 전략이다. 다만 관련 산업의 최강자인 국내 삼성바이오로직스와 스위스 론자가 시장 주도권을 쥐고 있는 실정이다. 이에 각 기업들은 보다 전문적인 영역을 파고 들기 시작했다.

CJ바이오사이언스의 경우 마이크로바이옴 기반 신약 분야의 전문가로 거듭날 방침이다. 지난해 1월 공식 출범한 CJ바이오사이언스는 그 전해 10월 인수한 마이크로바이옴 전문기업 ‘천랩’과 기존에 보유 중인 레드바이오 자원을 통합해 설립됐다. 오는 2025년까지 파이프라인 10건 확보, 기술수출 2건을 통해 ‘글로벌 No.1 마이크로바이옴 기업’으로 도약하겠다는 목표를 밝힌 바 있다. 현재 CJ바이오사이언스가 확보한 면역항암 타깃 신약후보물질인 CJRB-101은 올해 초 미국 FDA에서 신약후보물질 임상계획을 승인받은 상태다. 현재 대기업형 바이오 기업들이 신약개발에 큰 진척이 없는 것과 비교하면 주목할 만한 성과다.

롯데바이오로직스는 기존 바이오사 못지 않는 대규모 CDMO(의약품위탁개발생산) 기지 설립을 추진 중으로, 글로벌 CDMO 시장의 다크호스로 떠올랐다. 그러나 생산기지의 한계에 머무르지 않고 항체-약물 접합체(ADC) 기술까지 확보해 신약개발기업의 정체성도 확보할 방침이다. 롯데는 벤처와의 협력, 즉 ‘오픈 이노베이션’을 통해 핵심 기술을 확보하는 형태로 신약 개발 사업을 구상 중이다. 올해만해도 ‘카나프테라퓨틱스’ ‘피노바이오’ 등 ADC 기술 전문 벤처와 협약을 맺었다. 롯데는 국내 메가 플랜트 단지에 바이오 벤처 회사들을 위한 시설을 제공하고 기술 개발 협력의 장을 마련할 수 있는 ‘바이오 벤처 이니셔티브’를 구축할 예정이다. 바이오 벤처와의 동반 성장을 통해 바이오 산업 생태계의 선순환 구조를 활성화 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오리온그룹은 음료, 간편대용식과 더불어 바이오 사업을 3대 신사업으로 선정한 상태다. 오리온의 바이오 산업은 특히 중국에 방점이 찍혀있다. 현재 중국 국영제약기업 ‘산둥루캉의약’과 함께 합자법인 ‘산둥루캉하오리요우’를 설립하고 국내 유망 바이오 기술을 도입해 중국 내 상용화를 추진하고 있다. 또 지난해 오리온홀딩스와 하이센스바이오는 합작회사 ‘오리온바이오로직스’를 설립했다. 합작회사를 통해 하이센스바이오가 보유한 시린이, 충치, 치주질환 등 치과질환 전문치료제 기술을 도입하고, 중국을 비롯한 아시아 시장 내 상용화를 위한 제품 개발 및 임상 인허가를 추진한다. 추후 구강청결제, 치약 등 의약외품뿐만 아니라 식품 소재 영역까지 진출할 방침이다. 2021년에는 국내 암 조기진단 전문기업 ‘지노믹트리’의 대장암 조기진단 기술 도입을 완료했다. 올해 2월에는 글로벌 백신 전문기업 ‘큐라티스’와 결핵백신 공동개발 계약을 체결하는 등 중국 내 백신 파이프라인 확대를 위해 긴밀하게 협력 중이다.

업계 관계자에 따르면, 유통기업들이 최근 바이오 산업 진출을 가속화 하는 까닭은 기존 산업에 비해 대우와 전망이 좋기 때문이다. 정부는 지난 5월 기존 3개 산업(반도체, 디스플레이, 이차전지)에 더해 바이오를 국가첨단전략산업으로 추가하는 내용이 담긴 ‘국가첨단전략산업 육성·보호 기본계획’을 확정·발표했다. 정부는 바이오 포함 4개 첨단산업의 17개 국가첨단전략기술을 지정, 2027년까지 550조원 이상의 투자가 이뤄지도록 하는 한편 인·허가 등 규제 혁파와 아울러 산업별 맞춤형 지원 등을 하겠다는 계획을 추진한다.

롯데 관계자는 “기존 식품 제조 유통 사업은 한국 경제에 큰 기여를 했음에도, 정부 지원에서 소외되는 부분이 있었다. 또 글로벌 정세에 따라 원자재 가격이 요동쳐 가격 변동으로 인해 소비자의 외면을 받는 경우도 많았다”고 말했다. 그리고 “식품업계 특성상 바이오 분야에 어느정도 발은 걸치고 있었다. 정부가 바이오를 첨단산업으로 지정한 이상, 기업 입장에선 관련 사업을 확장하지 않을 이유가 없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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