버거 가격, 5000원부터 14만원까지…유통街, 가성비‧고급화 동시 공략
매일일보 = 김민주 기자 | 유통업계 ‘평균’이 실종됐다. 최근 지속되는 고물가 기조로 소비자들의 소비 패턴이 양극화되자, 가성비와 프리미엄에 대한 수요가 뚜렷하게 갈리는 모습이다.
30일 업계에 따르면 유통‧식음료 업체들은 얼어붙은 소비심리를 공략한 실속형 상품을 쏟아내는 한편, 불황에도 굳건한 프리미엄 수요 역시 놓치지 않기 위해 투트랙 전략을 강화하고 있다.
2030세대 젊은층의 이용률이 높은 편의점은 가심비와 프리미엄 양 수요를 동시 공략하는 데 역량을 집중시키고 있다.
외식물가가 치솟으며 ‘런치플레이션’이 대두되자, 편의점들은 앞다퉈 저렴한 가격대의 도시락 상품과 구독 서비스를 내놨다.
GS25가 기업 대상으로 운영하고 있는 조식 정기구독 서비스 ‘밀박스25’는 도시락, 김밥, 햄버거, 샌드위치, 샐러드, 컵과일 등 6가지의 메인 메뉴 중 하나와 음료, 디저트로 조합된 1인 포장 형태다. 낱개로 구매하는 가격보다 최대 40% 가까이 저렴하며 3000~7000원까지 단위로 구성됐다. 밀박스25의 올 상반기 매출은 전년 동기 대비 6배(532%) 이상 증가했다.
이마트24는 300만원대 노래박스, BMW 미니쿠퍼 등 기존 편의점의 상식을 뛰어넘는 이색 상품을 선보여 눈길을 끌었다. 지난 3월 입차 온라인판매 1위 플랫폼 ‘카비(Carby)’와 손잡고 ‘2023 BMW 미니쿠퍼 3/5 door’ 핫딜 판매를 진행했다. 지난 설 명절에도 카비와 함께 BMW 520i를 판매한 바 있다. 노래방 기기 전문 업체 TJ(태진)과 협업해 판매하는 노래박스는 1인 298만원, 2인 348만원, 3~4인 398만원 등 3종류로 구성됐다.
쿠팡은 PB브랜드를 통해 가격 경쟁력을 제고하고 있다. 현재 식품, 뷰티, 패션 등 다양한 카테고리에서 자체 브랜드 상품을 운영 중이다. 동시에 ‘럭셔리’ 전문성도 키우고 있다. 이달 초엔 럭셔리 뷰티 브랜드 전용관 ‘로켓럭셔리’를 공식 론칭했다. 에스티로더, 맥, 바비브라운, 크리니크, 헤라, 록시땅 등 총 16개 국내외 명품 뷰티 브랜드가 입점한다.
로켓럭셔리를 통해 상품을 구매하면 로켓럭셔리 박스로 포장하며, 브랜드사에서 선물세트 박스가 제공되는 일부 상품을 제외한 모든 로켓럭셔리 상품은 스페셜 패키지 서비스가 무료로 제공된다.
식품·외식업계에서도 양극화 현상이 심화되고 있다. 14만원짜리 버거와 5000원이 채 안되는 버거가 동시에 각광받고 있다. 고든램지버거의 ‘1996버거’는 고급 레스토랑에서나 책정될 법한 부담스런 가격대지만, 가장 잘 팔리는 메뉴다. 12년산 발사믹 식초, 투플러스 한우, 라구 소스, 트러플 슬라이스 등을 사용했다. MZ세대들의 SNS사회망을 통해 ‘명품버거’란 키워드로 바이럴되며, 프리미엄 수요를 적중했단 평이다.
홈플러스가 선보인 ‘당당 순살치킨 트윈버거’는 1팩에 2입, 4990원 구성으로 고물가에 지친 소비자들의 이목을 집중시켰다. 당당 순살치킨 트윈버거는 당당치킨을 필두로 시작한 가성비 라인업 ‘당당시리즈’의 일환으로 기획됐다.
홈플러스는 ‘당당 국산돼지 후라이드’, ‘당당 쉬림프 후라이드’, ‘당당 버라이어티팩’ 등 당당 시리즈로 라인업을 적극 확대 중이다. 당당 시리즈의 인기는 델리 성장을 견인하고 있다. 지난해 6월 30일부터 올해 6월 18일까지 델리 전체 매출이 50% 신장했다.
업계 관계자는 “경기가 악화될수록 한 푼이라도 아끼려는 긴축재정형 소비 행태가 두드러지는 동시에 사치재 소비는 비탄력적으로 움직이거나 보복소비심리 등에 따라 더욱 확대되는 경향이 있어, 소비 양극화 현상은 심화된다”며 “최근 기업들은 고물가 기조 속 가성비와 프리미엄으로 이원화된 양 수요를 동시에 공략하기위해 저가 실속형 제품과 고기능성 프리미엄 상품 라인을 동시에 구축하고 있다”라고 말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