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스크칼럼] '노동자'의 시간은 거꾸로 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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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스크칼럼] '노동자'의 시간은 거꾸로 간다
  • 조현정 기자
  • 승인 2023.03.21 10: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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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현정 정경부 차장
조현정 정경부 차장

근로 시간에 대한 논쟁이 뜨겁다. 시작은 정부가 '주 최대 69시간'을 근무할 수 있는 방향으로 제도를 검토한다는 발표였다. 연일 찬반 의견이 논란으로 커지자 윤석열 대통령은 확실한 담보책 강구를 지시했고 이에 정부는 MZ 근로자, 노조 미가입 근로자, 중소기업 근로자 등 현장의 다양한 의견을 청취해 보안 방안을 마련한다며 번복했다.

지난해 7월 용혜인 기본소득당 의원이 근로복지공단, 인사혁신처, 국방부, 사립학교교직원연금공단, 수협중앙회로부터 2017~2021년 과로사 산업재해 현황 자료를 제출 받아 분석한 결과에 따르면 5년 동안 과로사로 인한 산재 사망자 수는 2503명으로 한 해 500명이 넘는다.

2021년의 경우 산재법상 노동자 509명, 공무원 30명, 군인 6명, 어선원 20명으로 총 565명이 과로사했다. 이는 2020년 497명에 비해 13.7% 증가한 것이다. 구체적으로 보면 2017년 399명, 2018년 491명, 2019년 551명, 2020년 497명, 2021년 565명이다. 

근로자 삶의 질을 높이고 일자리를 나누기 위해 '주 52시간 근무제'를 골자로 하는 근로기준법 개정안이 2018년 2월 28일 통과된 점을 고려하면 주 52시간 근무제가 도입된 이후에도 과로사가 감소했다고 보기는 어렵다. 물론 2021년 7월 이후부터 5인 이상 50인 미만 사업장에도 적용돼 현재까지 통계가 유의미하다고 볼 수는 없다.

문제는 법원은 주 64시간 이상 근무하는 경우 과로사를 인정하는 경향이 높다는 것이다. 2019년 기준으로 12주 간 주 평균 업무 시간별 뇌심혈관 질병 승인 현황을 보면 전체 승인 건의 23.1%가 52시간 미만, 30.8%가 52시간 이상 60시간 미만, 46.1%가 60시간 이상으로 파악됐다.

이를 보면 주 최대 69시간 근무가 가능하도록 하는 제도 개선은 정부가 앞장서서 과로사 인정을 확대하기 위해 노력을 하는 것으로 보인다. 

노동시장을 고려해 주 최대 근무 시간을 조정하려는 논의가 불필요한 부분이라고 할 수는 없다. 다만 근무 시간 증가가 노동시장 유연성의 해법으로 보이지 않는다. 등원과 하원, 또는 등교와 하교가 최대 과제인 신혼 부부, 젊은 층에게는 새로운 고민을 제공한다는 측면에서 기업을 위한 주 최대 근무 시간 개선이 큰 벽이 될 수도 있다는 점도 우려스럽다. 

근로 시간을 늘리는 것이 불가피하다면 휴가를 법적으로 보장해야 하고, 추가 임금을 지급해야 한다. 시간 선택제 근로 제도를 법으로 명확하게 해야 하고, 휴가 사용이나 추가 임금 지급을 하지 않을 경우에는 강력한 형사 처벌이나 징벌적 손해배상을 통해 완전한 보장이 이뤄져야 한다.

하지만 이러한 완전한 보장은 노동시장 유연화의 저해 요소로 작용할 것이므로 결국 주 최대 69시간 근로 시간 제도 개편의 목적인 노동시장 유연화는 달성할 수 없게 되는 아이러니한 상황이 도래할 것이다. 

목적을 상실한 정부의 정책은 국민 삶을 저하시키는 주된 요인이 된다는 것을 정부에 꼭 말해주고 싶다. 정부 정책은 권력을 쥐기 위한 수단이 되서는 안된다. 종합적인 논의와 검토를 통해 국민 삶을 미래로 나아가게 만들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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