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일보 이승구 기자]안철수 무소속 의원이 지난해 대선 당시 문재인 민주통합당 대통령후보를 지원한다는 조건으로 공동신당 창당 추진과 그에 관한 전권을 요구했다는 주장이 제기됐다.
이 일로 인해 문 의원과 안 의원에게 정치적 타격은 물론 정국에 적잖은 파장이 미칠 것으로 예상된다.
31일 민주당 관계자에 따르면, 당내 친노(친노무현) 핵심으로, 대선 당시 문 후보 캠프 종합상황실장을 지낸 홍영표 의원은 이 같은 내용이 포함된 저서 ‘비망록-차마 말하지 못한 대선패배의 진실’을 내달 1일 출간할 예정이다.
이 책에는 대선 당시 문재인-안철수 후보간 단일화 협상 실패 후 문 후보가 안 후보의 지지를 이끌어내는 과정 등이 상세히 담겨 있다.
홍 의원의 주장에 따르면 협의안 문건엔 ‘문재인·안철수가 새 정치 공동선언의 실천을 위해 필요하면 완전히 새로운 정당의 설립을 추진하겠다. 안 전 후보가 새정치 정당 쇄신의 전권을 갖고 정치개혁에 앞장설 것이다’라고 돼 있으며, 안 의원 측은 이 같은 내용을 문 후보가 직접 발표하도록 요구했다는 것이다.
특히 문건에는 ‘안철수 전 후보가 이미 국민의 마음 속에 우리나라 미래의 대통령으로 자리잡고 있다’는 내용도 담겼는데, 양측의 합의안이 마련되면서 문 후보가 지난해 12월14일 선대위 회의에서 “안 전 후보와 대한민국의 미래를 함께 그려 나가겠다”고 언급했다는 게 홍 의원의 설명이다.
안철수 전 후보는 합의안이 마련된 뒤인 12월15일 서울 광화문에서 열린 민주당의 마지막 집중유세에서야 처음으로 민주당 유세차에 올랐다.
이와 관련, 안 의원은 지난 4·24 서울 노원병 보궐선거 당시 “실익도 없는 요구를 하는 그런 바보 같은 사람이 있겠는가”라며 부인한 바 있다.
단일화 협상 과정에서도 “당 혁신 실천의지를 보이면 만나겠다”며 사실상 당시 이해찬 당 대표와 박지원 원내대표의 퇴진을 요구했다고 한다.
또 단일화 논의를 시작하면서 발표한 ‘새정치공동선언’에서 ‘우리의 기성 정당은 인물과 계파 중심의 줄 세우기 등으로 국민의 신뢰를 얻지 못했다’는 부분과 관련, 당초 안 의원측은 ‘기성 정당’ 대신 ‘민주통합당’을 적시할 것을 요구했다.
이러한 내용의 발표에 대해 일각에선 안 의원이 국회 입성 이후 독자세력화를 꾀하며 내년 지방선거를 앞두고 신당 창당 가능성이 제기되고 있는 상황에서 민주당이 견제를 하기 위해 던진 한수가 아니냐는 관측이 제기된다.
민주당 내에서 당초 홍 의원이 이번 비망록을 몇달 전 완성했지만, 당 지도부 등이 “지금은 때가 아니다”라고 만류해 출간 시기가 늦춰졌다는 얘기도 들리는 것도 이 같은 관측에 무게를 더하고 있다.
한편, 홍 의원의 비망록은 문 후보 비서실장을 맡은 민주당 노영민 의원, 캠프 전략기회실장이었던 윤호중 의원, 공동선대위원장이자 단일화 협상에 나선 이인영 의원 등과 실무진들의 인터뷰를 바탕으로 정리됐고, 1부 당내 경선, 2부 후보 단일화, 3부 대선 평가로 구성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