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中 6자회담 재개 교감…낙관론은 성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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美中 6자회담 재개 교감…낙관론은 성급
  • 국제부
  • 승인 2013.10.31 10: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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美 입장 확인한 中, 北 설득 나설 듯…韓美도 주말 '입장조율'
▲ 지난 8월 북한을 찾은 우다웨이 중국측 6자회담 수석대표(왼쪽, AP/뉴시스)와 올해 1월 한국을 찾은 글린 데이비스 미국측 6자회담 수석대표. (신화/뉴시스)

[매일일보] 북핵 해법을 둘러싼 미·중의 논의가 미묘한 교차점을 맞고 있다.

대화 재개를 추동하려는 흐름이 새롭게 형성되고 있지만 아직은 ‘시기상조’라는 시각에서 현재의 압박기조를 유지하려는 흐름이 여전히 견고한 ‘탐색국면’에 들어선 형국이다.

중국 측 우다웨이 6자회담 수석대표의 방미는 이 같은 기류를 엿볼 수 있는 창(窓)이 되고 있다. 6자회담 재개를 중심으로 향후 ‘북핵 로드맵’을 놓고 양국이 주파수를 맞춰보는 계기가 됐기 때문이다.

특히 우 대표는 미국 측 카운터파트인 글린 데비이스 6자회담 수석대표와 이틀간에 걸쳐 무려 8시간이나 토론을 가졌다는 후문이다. 특히 6자회담 재개의 조건과 회담의 틀 등 ‘각론’을 놓고 매우 심도 있는 대화를 주고받은 것으로 알려졌다.

이는 각론 상의 협상결과에 따라 6자회담을 재개할 것이냐, 마느냐의 ‘총론’이 좌우되는 구조임을 뜻한다. 다시 말해 중국이 회담재개 자체를 강조하는데 대해 미국은 회담재개를 통해 확보하려는 ‘성과’에 초점을 맞추면서 자연스럽게 논의수순이 ‘거꾸로’ 되고 있다는 얘기다.

물론 큰 흐름에서 양측이 6자회담 재개 여부를 가늠해보는 탐색기에 들어선 것은 분명해보인다.

지난 9월 미·중 외교장관 회담을 거치며 중국 측이 6자회담 재개를 강력히 요구했고 이에 미국도 ‘역할분담’을 전제로 대화 재개 가능성을 타진해보는 쪽으로 입장을 정리한 것으로 보인다.

역할분담이란 대화를 추동하는 중국은 미국의 요구대로 제재에 동참하고, 반대로 제재 기조를 유지하는 미국은 대화 여부를 모색한다는 의미다.

이런 흐름 속에서 ‘워싱턴 회동’을 가진 양측은 6자회담 재개의 ‘시기’ 자체보다는 회담의 내용에 해당하는 ‘조건과 협상 틀’을 놓고 집중 조율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는 회담재개 자체보다도 얼마나 ‘진정성 있고 신뢰성 있는’ 회담을 만드느냐를 강조하는 미국의 입장이 그만큼 강했다는 반증이다.

다시 말해 과거처럼 ‘도돌이표 협상’이 되기보다는 최단기간 내에 성과를 올리는 ‘압축 대화’가 되도록 협상의 틀을 짜겠다는 게 워싱턴의 의중인 것으로 파악되고 있다.

우선 주목할 대목은 6자회담 재개의 조건이다. 미국은 비핵화의 진정성을 ‘행동’으로 보이라고 강조하면서도 구체적인 조건을 제시하지 않는 ‘전략적 모호성’을 유지한 것으로 알려졌다.

다만 사전조치 이행의 ‘수준’에 대해서는 미중 양측이 일정한 교감을 형성했을 것이라는 게 지배적인 관측이다. 중국은 교감된 내용을 북한에 제시하며 수용 여부를 타진할 가능성이 크고, 이에 대한 북한의 반응 여부가 회담재개 여부의 1차적 관건이 될 가능성이 크다.

그러나 보다 중요한 관건은 6자회담의 틀, 다시말해 의제설정이라는게 워싱턴 외교가의 지배적 관측이다. 특히 미국은 ‘비핵화의 중심성(Centrality)’을 줄곧 강조했고 여기에 중국도 동의한 것으로 알려졌다. 비핵화를 최우선 의제로 올려야 한다는 의미다.

미국은 북한의 비핵화 진정성에 대해 근원적 불신을 표시하면서 비핵화가 ‘코너스톤’(기둥)이 돼야 한다는 입장을 표명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 경우 북한이 비핵화와 병행할 것을 요구하고 있는 평화협정(체제) 논의가 후순위로 밀려나게 된다. 북한이 6자회담 과정에서 평화협정 논의를 내걸어 비핵화 협상을 복잡하게 만들고 이를 토대로 회담 자체를 핵능력 강화의 시간을 버는 수단으로 활용하는 것을 차단하겠다는 미국의 의중이 담겨있다는 분석이다.

이는 북한이 쉽사리 수용할 지 장담하기 어려운 대목으로 보인다. 그러나 미국이 ‘비핵화 중심성’ 수용 여부를 북한의 비핵화 진정성을 가늠해보는 ‘리트머스 시험지’로 삼을 가능성이 커 북한이 이를 수용하지 않고는 회담재개가 불투명하다는 분석이 나온다.

이런 맥락에서 볼 때 6자회담 조기 재개를 낙관하기만은 힘들다는 관측이 적지 않다. 워싱턴 회동을 거쳐 교감을 형성한 미·중은 앞으로 각각 한국과 북한을 상대로 의견조율에 나설 것으로 예상된다.

한국의 경우 6자회담 수석대표인 조태용 한반도평화교섭본부장이 주말 미국을 방문해 데이비스 대표와 회동할 것으로 알려졌다. 미·중회동 결과를 공유한 양측은 향후 대응수순을 놓고 긴밀한 조율작업을 벌일 것으로 예상된다. ‘2·29 합의 이상’의 강도 높은 사전조치 이행을 요구해온 우리 정부가 어떤 방향으로 미국과 조율할지 주목된다.

북한은 이미 김형준 외무성 부상이 베이징에 도착해있는 상황이다. 귀국하는 우 대표가 김 부상을 만나 미·중회동 결과를 전달하고 수용의사를 타진해볼 것으로 예상된다.

이에 따라 주말을 전후한 남·북·미·중의 협의결과와 이후 관련국들의 조율방향에 따라 회담재개의 일정한 풍향이 잡힐 것으로 예상된다. 데이비스 대표는 다음 달 말 베이징에서 우 대표와 다시 '재회'해 상황을 점검하고 대응방향을 다시 논의할 것으로 보인다.

워싱턴 외교가에서는 북한의 태도변화에 따라 회담 재개 쪽으로 국면이 급진전될 수도 있지만 현재의 여건으로는 ‘시기상조’라는 견해가 만만치 않은 상황이다.

워싱턴=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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