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국민연금·사정기관 ‘외풍’에 흔들리는 기업의 미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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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수첩]국민연금·사정기관 ‘외풍’에 흔들리는 기업의 미래
  • 이상래 기자
  • 승인 2023.03.13 14: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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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업부 이상래 기자
산업부 이상래 기자

매일일보 = 이상래 기자  |  “(KT나 포스코처럼) 정부투자기업 내지는 공기업이었다가 민영화되면서 소유가 분산된 기업들은 지배구조를 구성하는 절차와 방식에서 공정하고 투명하게 이뤄져야 한다는 고민을 해야 한다.”

윤석열 대통령은 지난 1월 30일 금융위원회 업무보고에서 이렇게 공개 비판했다. 그러자 국민연금의 비판에도 계속 버티던 KT가 윤 대통령 발언 열흘 만에 최고경영자(CEO) 선임 절차를 공개모집으로 바꿨다. 그리고 보름 후 현 KT CEO인 구현모 대표는 연임 도전을 포기했다.

끝이 아니다. 그 뒤 KT 이사회는 공개모집 끝에 차기 CEO 후보로 윤경림 KT그룹 트랜스포메이션부문장(사장)을 내정했다. 하지만 잡음은 여전하다. 검찰은 구현모 대표와 윤경림 사장 등에 대한 수사에 착수한 것으로 알려졌다. 구 대표는 자신의 친형이 운영하는 자동차용 소프트웨어 벤처기업을 2021년 현대자동차가 인수하는 과정에 윤 사장과 함께 관여했다는 의혹을 받고 있다. 당시 윤 사장은 현대차 부사장이었다. KT는 관련 의혹을 전면 부인했다. KT 2대 주주인 현대차는 최근 윤 사장 선임에 반대하는 입장을 KT 이사회에 전달한 것으로 알려졌다.

공교롭게 윤 사장은 여당인 국민의힘에서 공개 반대한 인물이다. 지난 2일 국회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회 소속 국민의힘 의원 5명은 윤 사장 실명을 거론하면서 “이사회 현직 멤버인 만큼 심판이 선수로 뛰는 격이어서 출마 자격이 없다”고 비판했다. 여기에 ‘윤석열 캠프’ 특보 출신 KT 사외이사 후보는 지난 10일 돌연 사퇴했다.

윤 대통령이 사실상 지목한 또 다른 기업 포스코도 주총을 앞두고 시끌벅적하다. 공교롭게도 최정우 포스코그룹 회장은 구현모 대표처럼 올해 윤 대통령 경제계 신년회에 모습을 드러내지 않았다. 윤 대통령이 최 회장을 만난 건 지난해 4월 당선인 시절 광양제철소 만남이 마지막이다. 지난해 10월 태풍 힌남노 침수 책임 소재를 두고도 최 회장을 국회에 불러 강하게 질타한 건 여당쪽이었다.

포스코는 국세청과 경찰이 움직인다. 국세청은 이달부터 오는 7월까지 약 석 달 간 포스코홀딩스 정기세무조사에 나선다. 포스코는 ‘정기적 세무조사’라며 선을 그었다. 경찰은 최 회장의 관용차 사적사용 의혹과 관련해 검찰로부터 이첩 받아 수사 중이다.

이러한 ‘외풍’에 KT와 포스코는 미래 먹거리는 흔들린다. KT는 디지털전환 사업을 확대, 인공지능(AI) 기업 혁신이 시급하다. 포스코는 기존 철강사업에 배터리·수소 등 친환경 사업을 키워 미래를 준비 중이다.

갈 길 바쁜 기업의 수장을 흔들리는 일은 멈춰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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