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스크칼럼] 김기현 대표의 '연포탕'…맛 볼 수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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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스크칼럼] 김기현 대표의 '연포탕'…맛 볼 수 있을까
  • 조현정 기자
  • 승인 2023.03.12 10: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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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현정 정경부 차장
조현정 정경부 차장

결국은 예상대로 됐다. 국민의힘은 3·8 전당대회에서 신임 당 대표에 김기현 의원을 선출했다. 당원 100%로 치러진 이번 전당대회에서 김 대표는 과반을 얻으며 결선 없이 당권을 거머쥐었다.

김 대표는 선거 기간 '연포탕(연대·포용·탕평)'을 핵심 키워드로 내세우며 당 화합을 강조했다. 하지만 정작 경쟁자였던 안철수 의원의 지지세가 심상치 않아지자 '민주당 DNA' 운운하며 맹공했고, 안 의원의 과거 발언들을 끄집어내며 '색깔론'을 펼쳤다. 한마디로 정체성에 의심이 간다는 소리였다. 김 대표가 쏟아낸 말들을 펼쳐보면 '연포탕'이 애초부터 가능할지 의문이 들 수 밖에 없다.

선출 직후부터 벌써 조짐이 보이기 시작한다. '친윤계' 지도부는 이준석 전 대표를 정조준하며 선 긋기에 나섰다. 김재원 최고위원은 이번 전당대회에서 이른바 '이준석계'가 단 1명도 지도부에 들지 못한 것을 '이준석식 정치는 더 이상 안된다는 당원의 뜻'이라고 일침을 가했다.

특히 조수진 최고위원은 전당대회 과정의 갈등을 봉합할 필요가 있다고 역설하면서도 '이준석계는 빼고'라는 전제를 달았다. 당 내부에서 '천하용인' 팀은 내년 총선에서 공천 받기 쉽지 않을 것이라는 이야기도 나온다.

물론 김 대표의 '연포탕'은 진심이라는 점을 무조건 의심하는 것은 아니다. 문제는 김 대표 운신의 폭이 얼마나 가능하겠냐는 것이다. 김 대표는 지난해 8월 차기 당 대표 적합도 여론조사에서 4~5%에 머물렀지만, 친윤계 지지와 함께 '윤심'의 낙점을 받으면서 지지율을 40%대까지 끌어 올렸다.

친윤계에 대한 부채, 사실상 대통령실의 공천 개입에 맞서 김 대표가 제 목소리를 내면서 연포탕을 끓일 수 있겠느냐는 지적이다. 정치권에서 김 대표 당선을 사실상 '윤석열 직할 체제' 수립이라고 말하는 점에서 연포탕은 재료 준비에서부터 쉽지 않아 보인다.

내부에서 쓴소리 할 세력을 제거하고 '당정 일체' 한 목소리를 강조하는 게 과연 내년 총선 승리에 큰 도움이 될지는 의문이다. 만약 내년 총선 공천에서 대통령실과 친윤계가 검찰 출신 인사들을 대거 공천할 움직임을 보일 경우 현역 의원들의 불만과 반대를 김 대표가 어떻게 조율할 수 있을까. 이마저도 '내부 총질'이라는 말로 억누를 수 없을 것이다.

자칫 잘못하면 당의 분당까지 초래될 수 있다. 2008년 총선의 '친박 연대', 2016년 총선의 '국민의당'의 사례가 잘 보여준다. 벌써 안 의원이 현재 자신의 지역구인 분당이 아닌 '험지' 출마를 요구받을 것이라는 이야기가 심심치 않게 나온다.

문재인 정부 시절 여당이었던 더불어민주당 안에서도 '내부 총질'을 극도로 경계하는 분위기가 강했다. 문 대통령에게 약간의 비판적인 목소리를 내는 의원들에게 강성 지지자들의 '좌표 찍기'와 '문자 폭탄'이 이어졌다. 그 결과 당 내 이른바 '레드팀(Red Team)'이 사라져버렸다.

'레드팀'은 내부 논의 과정에서 고의로 모든 대안을 반대하는 조직으로, 발생할 수 있는 모든 경우의 수를 고려해 전략을 수립하도록 한다. 기존 팀이 미처 예측하지 못했던 위기의 변수까지 더욱 면밀하게 검토하게 만드는 것이다. 김 대표를 비롯한 당 '친윤' 지도부가 레드팀의 존재 자체를 용인할지에 대해서는 의문이 든다. 하지만 기억해야 할 것은 당 내 비주류, '레드팀'이 사라진 민주당은 지난해 대선에서 정권을 빼앗겼다는 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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