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 과로사 조장인가, 실근로시간 단축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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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수첩] 과로사 조장인가, 실근로시간 단축인가
  • 김혜나 기자
  • 승인 2023.03.12 12:0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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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일일보 = 김혜나 기자  |  지난 2021년 세계보건기구(WHO)와 국제노동기구(ILO)는 장시간 노동에 따른 전 세계 인구의 인명피해 연구 결과를 공동 발표했다. 연구진이 주 35~40시간 일한 노동자와 주 55시간 이상 일한 노동자의 심장질환·뇌졸중 사망 위험을 비교한 결과 각각 17%, 35% 높았다.

과로가 노동자의 사망으로 이어지는 경로는 두 가지로 분석된다. 첫째는 스트레스 호르몬을 과다 유발해 신체에 직접 손상을 입히는 것이다. 둘째는 스트레스가 흡연·음주·수면 부족 등 건강하지 않은 생활습관을 유발해 간접적으로 건강을 해치는 것이다.

최근 정부가 내놓은 개편 방안의 핵심인 연장 근로 시간 관리 단위 확대에 대해 일각에선 과로사를 조장하는 법이라고 주장한다. 이정식 고용노동부 장관은 연장근로 시간 관리를 설명하며 “근로시간 선택권을 확대한 것”이라고 말했다. 노동자가 일이 많을 때는 길게 일하는 대신 적을 때는 휴식을 취하고, 사용자의 생산성도 높이자는 취지다.

만성적인 인력난으로 사업 유지조차 어려운 기업들에게 노동개혁 소식은 반갑지 않을 수 없다. 특히 업종 특성 상 일감이 일정치 않은 기업들의 만성적인 고용난이 해결될 것으로 전망된다.

다만 노동계의 입장은 다르다. 이미 노동조합들은 강하게 반발하며 들고 일어났다. 현 주 52시간제 역시 제대로 지켜지지 않고 있으며, 주 69시간제를 시행할 경우 노동자들의 건강권을 해친다는 주장이다. 연차를 100% 사용하는 기업도 지난 2021년 기준 전체 기업의 40.9%에 불과한데 ‘안식월’은 꿈도 못 꾼다는 것이다.

고용부는 이에 “특정 주의 상한만 부각하는 것은 제도의 본질을 왜곡하는 것”이라고 반박했다. ‘3중 건강보호장치’로 근로자의 건강권도 지킨다고 주장한다. ‘근로시간저축계좌제’를 도입해 근로자에게 연장근로의 대가를 임금과 휴가 중에서 선택할 수 있도록 한다고 말한다.

대한민국 헌법 제34조 6항에선 ‘국가는 재해를 예방하고 그 위험으로부터 국민을 보호하기 위해 노력해야 한다’고 명시하고 있다. 과로사는 업무상 재해다. 사회적 공론화조차 거치지 않고 내놓은 정책은 재해를 불러올 수 있다. 정부는 노동자의 현실을 반영하고 국민을 보호할 수 있는 정책을 내놓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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