결정권자들이 개소리를 발화하는 원천은 자기기만, 어림짐작, 책임의 전가
매일일보 = 김종혁 기자 | 좋은땅출판사가 펴낸 신간 <개소리란 무엇인가>는 주로 정치적 맥락에서 개소리의 기원, 정의, 원인, 효과 및 문제점을 역사적 단편들과 몇 가지 사례를 중심으로 다루면서 잠깐 시간을 내면 다읽을 수 있는 분량의 풍자적 프레이밍(Framing)을 시도한 책이다.
또한 우리 정치사회의 두드러진 특징의 하나가 풍자들 당해야 할 당사자가 세상을 훈계하고 풍자하려 드는 것이라고 보고, 과오의 대가를 치러야 할 당사자가 도리어 세상을 조롱하고 호통치는 것이야말로 개소리의 매력이라고 역설적으로 예찬한다.
저자는 이런 행태가 횡행하는 근본적 원인을 진실 자체보다 진실해 보이는 것, 그럴싸하게 보이는 것을 더 실재적이라고 느끼는 대중의 인식론적 취약성에 있다고 주장한다.
즉 정치적 맥락에서 개소리는 교묘하게 대중을 기만하려는 모호한 말들이지만, 노골적인 정치선전보다 연성화된 풍자적 언사로 대중의 환심을 사려고 한다는 것이다.
동문서답은 개소리의 모호성과 기만성을 포괄하면서도 뻔뻔함을 잘 드러내는 것이다. 책임 전가는 개소리에 내포된 기만적 의도를 특징짓는 가장 두드러진 요인이다.
아시타비는 자신은 명언으로 생각하지만 남들은 망언으로 여길 만한 개소리를 가리키는 데 적절하다.
허장성세는 호언장담과 호가호위가 용두사미로 끝나는 것을 상징한다.
특히 1972년 10.17선언, 1987년 4.13담화, 검찰의 '성공한 쿠데타는 처벌할 수 없다', 대법원의 '진실과 차이가 나도 허위사실 공표로 볼 수 없다', 5.18 관련 '광수', '피해호소인' 등을 정치적 개소리의 표본적 사례로 다루면서 네 가지 특징이 공통적으로 나타난다고 강조했다.
이 글은 주로 정치적 맥락에서 개소리를 다뤘다. 경제계, 종교계, 학계, 문화체육계의 사례는 아직 발굴되지 않은 채 남아 있다.
<개소리란 무엇인가>는 교보문고, 영풍문고, 예스24, 알라딘, 인터파크, 도서11번가 등에서 주문·구매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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