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업익 감소 허덕이지만…정부 압박에 인상안 접는 식품업계
상태바
영업익 감소 허덕이지만…정부 압박에 인상안 접는 식품업계
  • 김민주 기자
  • 승인 2023.03.06 13:27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가격 조정, 사실상 유일한 자구책…정부 눈치에 보류
인상 요인 여전한데…장기적 소비자 부담 확대 우려
사진은 서울의 한 대형마트. 사진=연합뉴스
사진은 서울의 한 대형마트. 사진=연합뉴스

[매일일보 김민주 기자] 식품업계가 정부 압박에 가격 인상 계획을 줄줄이 철회하고 있다.

농림축산식품부는 지난달 28일 한국식품산업협회에서 ‘물가안정 간담회’를 열고 식품업체 대표들에게 가격 인상을 자제하는 등 물가안정에 협조해달라고 요청했다. 지난해 소주, 맥주 등 서민 주류 가격이 일제히 오른데 이어 라면, 식용유, 우유 등 생필품 가격 인상이 잇따른 데 따른 조치로 풀이된다.

6일 업계에 따르면 이달 초~중순 식품 제조업체들의 줄인상이 예고됐었으나, 지난달 농식품부 주재 간담회 이후 가격 동결안을 잇따라 발표하고 나섰다.

풀무원샘물은 이달부터 생수 출고가를 5% 올릴 예정이었으나, 민생부담 완화에 뜻을 함께 해 기존 가격을 유지하기로 결정했다.

CJ제일제당도 편의점 판매용 고추장과 조미료 등 장류 출고가를 최대 11%가량 올릴 예정이었으나, 돌연 취소했다. 예정대로라면 지난 1일부터 해찬들태양초골드고추장(500g)을 이달부터 9900원에서 1만400원으로, CJ쇠고기다시다명품골드(100g)를 4300원에서 4800원으로 조정할 방침이었다. 가쓰오우동, 얼큰우동, 찹쌀떡국떡 등 제품 판매 가격도 평균 9.5% 올릴 계획이었다.

CJ제일제당 측은 “원가 및 비용 부담은 여전하지만 어려운 경제 상황에서 소비자 부담을 조금이나마 덜기 위해 편의점 판매 제품의 가격을 인상하지 않기로 결정했다”라고 설명했다.

하이트진로는 소주 가격 동결을 공식 발표했다. 오비맥주 역시 오는 4월 주세가 인상되더라도 당분간 제품가격 인상은 없다고 밝혔다. 소줏값 인상 요인을 점검하고 제조사의 주류 가격 인상 동향을 살핀다는 기획재정부의 움직임을 의식한 입장으로 풀이된다.

기업들은 수익성 악화에도 불구, 농식품부의 가격 동결 권고를 따를 수밖에 없단 게 업계의 공통된 전언이다. 가격 상향 조정은 사실상 유일한 자구책으로 꼽혀왔으나, 이마저도 제동이 걸린 셈이다. 앞서 국내 전반의 식음료업체들은 지난해 영업이익과 영업이익률 감소세를 보였다. 지속적인 원부자재 가격과 인건비, 물류비, 에너지 비용 상승 영향이다.

정부의 견제는 이번뿐만이 아니다. 농식품부는 지난해부터 식품업계 간담회를 수차례 열며 부당한 가격 인상을 자제하고 불가피한 경우에도 인상 폭을 최소화해달라고 주문해왔다. 지난해부터 원가 부담에 따른 N차 가격 인상을 연이어 단행해왔으나 정부의 감시와 소비자 여론 의식을 이유로 잠재 손해분을 충분히 반영하지 못해, 실질적인 영업이익 증대까진 이루지 못했다.

일각에선 이번 가격 동결이 ‘보여주기식’에 그칠 것과 이에 따른 파장을 우려하는 시각도 존재한다. 가격 인상 요인은 여전히 잔재하기 때문이다. 주 원재료의 대부분을 수입하는 우리나라 기업 입장에선 ‘가격 인상’ 외엔 마땅한 대안이 없다. 고물가에 따른 소비심리 위축으로 지갑이 닫히자, 기업들의 매출은 줄어들고, 식품산업계 경기는 더욱 악화되는 악순환이 반복되고 있는 상황이다.

업계 관계자는 “당장에 얼어붙은 소비 심리가 완화되는 효과를 누릴 수는 있을 것”이라면서도 “잠재 손해분을 결국 기업이 떠안게 되는 구조로, 장기적으로 내다봤을 때 소비자에게 더 큰 가격 부담으로 되돌아갈 가능성이 커질 수도 있다”라고 말했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