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스크칼럼] 尹 정부는 은행도 적폐 대상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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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스크칼럼] 尹 정부는 은행도 적폐 대상인가?
  • 이광표 기자
  • 승인 2023.02.22 11: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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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일일보 이광표 기자] "은행이 공적인 역할을 담당해야 하는건 맞는데 주주들에게 이익을 돌려줘야 하는 주식회사의 성격도 갖고 있다. 정부가 이런 부분은 배제하고 마치 불로소득 집단으로 매도시키는 분위기여서 답답하다." 시중은행 한 관계자가 내뱉은 푸념이다.

최근 은행들이 앞다퉈 금리를 내리거나 사회공헌 계획을 쏟아내고 있다. 은행의 '사회적 책임 이행'을 요구하는 정부와 금융당국의 압박이 커지면서다. 

윤석열 대통령이 이달 13일 수석비서관회의에서 "은행은 공공재"라고 강조한 것이 발단이 됐다. 윤 대통령의 이같은 발언은 은행들이 지난해 최대 실적을 올린데서 비롯된 거로 보인다. 4대 은행(신한·국민·우리·하나)만 놓고 보면 지난해 순익은 12조원을 넘는다. 높은 금리로 이자이익이 불어난 덕이다. 

윤 대통령은 임금·성과급 인상률도 오를 거라는 보도에 대해 "은행의 '돈 잔치'로 국민의 위화감을 들지 않게끔 상생금융 대책을 마련하라"고 금융위원회에 지시한 것으로 전해졌다. 이후 김주현 금융위원장, 이복현 금융감독원장이 은행에 대한 비판을 동시에 쏟아냈다. 특히 이복현 원장은 최근 한 세미나에서 은행의 영업방식을 '약탈적'이라고 규정하는 등 압박 수위는 점점 과격해지고 있다.

최근엔 김수영 금융위 부위원장이 '금융권 청년 일자리 간담회'에서 청년 일자리 활성화에 동참해주길 당부하자, 은행들은 곧바로 상반기 2288명을 채용하겠다는 계획을 밝히기도 했다. 

일각에선 은행이 최대 실적을 거둔 원인을 되짚어 봐야 한다는 주장도 있다. 현재 고금리는 인플레이션 장기화, 기준금리 인상, 자금조달비용 상승, 자금시장 경색 등 다양한 요인들이 복합 작용해 낳은 결과다. 인플레이션이 왜 계속되고 있고, 은행의 조달비용이 상승한 이유를 분석하고, 이를 기반으로 영업방식에 손을 대야 한다는 이야기다. 

박용진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최근 국회 정무위 전체회의에서 은행의 '돈잔치' 원인은 금융위의 오락가락 결정에서 비롯됐다고 비판했다. 박 의원은 "김주현 금융위원장은 지난해 11월 예금금리 인상 자제령을 내렸다"며 "기준금리 인상으로 대출금리가 오르는 상황에서 예금금리 인상 자제령이 내려지자 예대마진은 더 벌어질 수 밖에 없다. 결국 은행들은 이자장사를 하는 꼴이 됐다"라고 비판했다. 

은행들의 완전경쟁을 유도하겠다는 금감원의 계획도 도마 위에 오르고 있다. 은행 과점체제를 깨겠다는 것인데, 은행권 안팎에서는 기존 은행들이 호실적을 낸 걸 두고도 정부가 불로소득 집단으로 매도하는 분위기인데 새로운 경쟁 주자가 쉽게 나타나겠냐는 회의적인 시각이 팽배하다.

그간 고물가로 거의 모든 경제 주체가 고통을 받을 때 2년 연속 역대 최대 이익을 남긴 은행들이 이뻐 보일 사람은 별로 없을 거다. 그래서 대통령과 금융당국의 질타가 사이다처럼 느껴질 수도 있다.

문제는 대통령까지 나서 은행을 '악'으로 규정하고 비판하며 국민에게 잠깐의 카타르시스만 줬을 뿐, 시장에는 큰 혼란만 안겨주고 있다는 점이다. 실제 윤 대통령이 은행권의 '완전 경쟁 체제'를 지시하자, KB·신한·우리 등 금융지주의 시총이 3영업일만에 5조원이나 증발했다는 소식도 들려왔다.

은행에 대한 질타와 압박만 있고, 은행산업에 대한 정부의 미래 비전은 부재하다는 것도 문제다. 은행의 공공성을 말하면서 완전 경쟁 체제를 추진하고, 금융 경쟁력을 말하면서 국책은행 본점을 지방에 옮기는 등 모순적인 정책방향도 지적하지 않을 수 없다. 시장 구조를 재편하려면 국제적·장기적 안목을 갖고 섬세하게 접근해야 한다. 그렇지 않다면 '개혁'이란 이름의 '폭력'이 될 수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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