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 신뢰도의 무게…본질마저 ‘퇴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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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수첩] 신뢰도의 무게…본질마저 ‘퇴색’
  • 신승엽 기자
  • 승인 2023.02.22 12: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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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일일보 신승엽 기자] 자신의 주장을 상대방에게 관철시키기 위해서는 스스로의 신뢰도를 높이는 것이 중요하다. 신뢰도가 없다면, 상대방은 아무리 합리적인 의견이라도 의구심을 품을 수밖에 없다. 특히 자신이 평소에 보여준 모습이 부정적인 이미지를 가졌다면, 물음표는 더욱 커진다. 

양측이 모두 신뢰를 잃는다면, 사태는 더욱 악화된다. 서로의 주장에 대한 이유를 듣기 전부터 부정적인 입장을 가진다는 이유에서다. 파국으로 가는 첫 걸음이다. 

이러한 현상은 최근 가장 뜨거운 이슈인 ‘노란봉투법(노동조합법 개정안)’에서 확인할 수 있다. 노란봉투법은 노조의 파업 가능 범위를 넓히고, 파업으로 손해가 발생해도 기업의 손해배상 소송을 전보다 제한하는 것이 특징이다. 하청 근로자의 노동쟁의 때 단체교섭 대상을 ‘원청’까지 넓혔다. 

더불어민주당과 정의당은 지난 21일 정부와 여당의 반발에도 다수 의석의 힘을 앞세워 노란봉투법을 국회 환경노동위원회 전체회의에서 강행 처리했다. 이날 의결로 노란봉투법은 법제사법위원회에 회부된다. 

경제계에서는 불법파업을 장려하는 꼴이라며 규탄했다. 이미 지난해 화물연대 파업으로 경제계의 피해가 눈덩이처럼 불어난 만큼 반발심리가 더욱 크게 작용하고 있는 상황이다. 파업만능주의가 법 위에 설 수 없다는 입장이다. 

화물연대 사건 외에 노동계가 사회적으로 신뢰도를 잃은 사건도 존재했다. 올해 사회 안팎에서는 민주노총 소속 간부들이 북한과 연관됐다는 보도가 나오고 있다. 북한의 인사와 해외에서 접촉한 정황이 발견됐을 뿐 아니라 이들의 지령을 받고 행동한 것으로 알려졌다. 

북한과 한국의 관계는 정전 단계에 머무르고 있다. 사전적 의미로 아직 전쟁 중이지만, 잠시 중단된 상태라는 뜻이다. 적대국가에 국가의 정보를 넘기고, 지령을 받는 행위는 한국 국민으로서 최소한의 안보관 마저 상실했다는 의미다. 결국 국민들의 신뢰도를 잃기에 충분한 상황이라고 판단된다. 

당초 노동조합은 부당하게 탄압받는 노동자의 권리를 보장하기 위해 조직된 단체다. 노조원 전체가 북한과 연루됐다고 일반화할 수 없다. 하지만 간부들이 지령을 받고 조직원에게 지시를 내렸다는 가정이 포함될 경우 노조원도 비판의 화살을 피하기 어려워보인다. 

정부와 여당의 입장도 무조건 옳다고 볼 수는 없다. 하지만 이번 논란에서 정부는 명분과 지지를 확보했다. 정부는 ‘안전운임제’ 일몰을 연장하지 않았다. 

양측의 강대강 대치는 서로의 의지를 관철시키기에 자체적인 설득력이 부족하다. 국민과 노동자 보호라는 본질의 퇴색은 결국 국민까지 등 돌리는 상황을 불러올 수 있다. 정부와 노동계는 조금이라도 더 합리적이고, 납득할 수 있는 결과물을 도출해야 한다. 

담당업무 : 생활가전, 건자재, 폐기물, 중소기업, 소상공인 등
좌우명 : 합리적인 사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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