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스크칼럼] '색깔론' 나온 與 전당대회…'소탐대실' 경계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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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스크칼럼] '색깔론' 나온 與 전당대회…'소탐대실' 경계해야
  • 조현정 기자
  • 승인 2023.02.20 10:12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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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현정 정경부 차장
조현정 정경부 차장

국민의힘 당권 경쟁이 점입가경이다. '윤심' 경쟁이나 정책 실종이 문제인 줄 알았는데, 갈수록 목불인견이다. 상대를 비방하는 것도 모자라 이제는 '색깔론'까지 튀어나오면서 국민들을 실망시키고 있다.

색깔론을 먼저 꺼내든 쪽은 김기현 후보와 '윤핵관'(윤 대통령 측 핵심 관계자), 대통령실 관계자들이었다. 그 대상은 김 후보의 유력 경쟁자인 안철수 후보다. 유력 당권 주자였던 유승민, 나경원 전 의원을 연이어 주저앉혔지만 안 후보가 김 후보를 앞서며 '어대현'(어차피 대표는 김기현) 기류가 흔들리자 시대착오적인 무리수를 둔 셈이다.

시기를 보면 이달 초 안 후보가 당 대표 적합도 여론조사 1위로 올라서자 '친윤계' 이철규 의원이 안 후보를 겨냥해 "공산주의자 신영복을 존경하는 사람"이라고 공격했다. 여기에 '대통령실 고위 관계자', '여당 핵심 관계자' 등을 인용한 "민주당이나 종북 좌파 같은 반윤 세력이 안 의원을 띄우고 있다"는 말들이 연이어 보도됐다. 아무리 보수 정당의 당심 100%로 치러지는 전당대회라지만 나가도 너무 나갔다.

최고위원 후보인 태영호 의원은 색깔론의 정점을 찍었다. 태 의원은 지난 12일 제주를 방문해 "4·3 사건은 명백히 북한 김일성의 지시에 의해 촉발됐다"고 말했고, 합동 연설회에서는 "제가 북한에서 와서 잘 안다. 북한 대학생 시절부터 4·3 사건 장본인은 김일성이라고 배웠다"고 주장했다.

태 의원의 색깔론은 특정 후보를 비판하기 위한 목적은 아니지만, 자신의 정치적 이익을 위해 민족적 비극을 이용한 셈이어서 '더 질 나쁜' 색깔론이다. 태 의원은 자신의 발언에 비판이 이어지고 더불어민주당이 국회 윤리위원회에 제소하자 "민주당이 내가 무서워서 그런다"며 물러서지 않았다.

색깔론의 큰 문제는 상대와 자신이 일말의 공통점이 있다는 점을 인정하지 않고 오히려 괴멸의 대상으로 본다는 데 있다. 상대가 죽어야 내가 산다. 내 편이 아니면 적이라는 인식이 깔려 있다. 극단적 색깔론의 종착지는 오직 독재와 전체주의라는 것을 역사는 잘 보여주고 있다. 조지 오웰은 전체주의가 모든 인류가 하나의 종(種)임을 암시하고 있는, 이 합의된 공통된 기반을 없애려 한다고 간파했다.

즉 독일 히틀러의 나치에게 '과학'은 없고, '독일 과학'과 '유대인 과학'이 있다는 것이 오웰의 통찰이다. 이 통찰을 작금의 우리 정치로 가져온다면 '국민의힘'은 없고, '김기현 국민의힘'과 '안철수 국민의힘'만 있을 뿐이다. 그리고 '안철수 국민의힘'은 없어져야 할 존재가 되는 것이다.

그동안 국민의힘은 지난 자유한국당 시절부터 잊을 만하면 튀어나오는 '막말'과 '색깔론'으로 비판을 받아왔다. 이후 '박근혜 탄핵'으로 사멸 위기에서 반성을 거듭하며 김종인 비상대책위원장과 이준석 전 대표 체제에서 4·3 사건을 비롯해 5·18 민주화 운동 등 과거사에 전향적 태도를 보였다. 하지만 이번 전당대회를 거치며 다시 '수구 정당'의 과거로 회귀하는 듯한 모습을 보이고 있다. 당 내에서 '도로 한국당'으로 가는 것 아니냐는 우려가 괜히 나오는 게 아니다.

'도로 한국당'의 다른 말은 곧 '총선 패배'다. 총선은 당심만으로 치르는 게 아니다. 국민들이 수용하기 어려운 색깔론으로는 당심은 얻을 수 있을지언정 민심을 얻기 힘들다. 상대를 빨갛게 물들이고 나서 이긴다 한들 무슨 의미가 있을까 싶다. 국민들은 그 정당을 민주주의가 제대로 작동하는 정당이라고 생각하지 않을 것이고, 표 주기를 고심할 것이다. 작은 것을 얻으려다가 큰 것을 놓치는 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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