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 이유 있던 곡소리…식품사는 억울하다
상태바
[기자수첩] 이유 있던 곡소리…식품사는 억울하다
  • 김민주 기자
  • 승인 2023.02.19 12:00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매일일보 김민주 기자] 이젠 식품업계 가격 인상 소식이 놀랍지 않다.

올 초부터 매스컴을 뒤덮은 건 다름 아닌 각종 가공식품들의 가격 조정 소식이었다. 지난해부터 급물살을 탄 N차 인상 행렬이 올해 역시 이어지는 모양새다. ‘원부자재 가격 상승’이란 명목 하에 지난 3여년간 과자 한 봉지 값은 두 배로 올랐다.

소비자들은 역대급 고물가 위기 속 끝없이 불어만 가는 장바구니 부담에 피로도가 높아지고 있다. 그 화살은 표면적인 ‘악’으로 대변되는 식품회사에게로 쏟아지고 있다.

각종 언론에선 식품업체들의 지난해 실적 호조세를 떠들고 있다. 식품업계 ‘매출 3조 클럽’ 회원 수는 전년 대비 2배 늘어난 8개란 소식이 각종 포털을 장식 중이다. 동시에 가격 N차 인상 기사도 나란히 걸려있어 의문을 자아낸다.

일부 소비자들은 식품업체가 장사를 제대로 못해놓고, 경영 실패에 따른 손해를 소비자들에게 전가시킨다고 손가락질한다. ‘원가 부담에 따른 부득이한 가격 인상’은 고물가 기조에 편승한 허울 좋은 핑계일 뿐이란 지적이다.

하지만 식품업체들의 재무제표를 제대로 살펴보면, 그들의 ‘곡소리’는 실제였다. 매출로만 보면 전반적으로 외형 성장에 성공한 모습이다. 가격 인상의 효과가 일부 통한 것으로 분석된다. 제품 가격이 비싸진 만큼, 전년과 동일한 물량을 팔았어도 매출은 커질 수밖에 없다.

이들의 ‘진짜 수익성’을 보려면 매출이 아닌 영업이익과 영업이익률을 봐야한다. 영업이익은 매출액에서 매출원가를 빼고 판매비와 관리비를 뺀 금액이다. 매출액이 커져도 재료비, 인건비, 관리비 등 생산원가가 증가하고, 판매비와 관리비 등을 늘렸다면 영업이익은 감소한다. 영업이익률은 매출액에 대한 영업이익 비율을 뜻한다. 쉽게 말해 영업활동의 수익성으로, 기업의 경영 상황이 어떤지 실질적으로 보여주는 잣대다.

지난해 주요 식품업체들의 영업이익은 감소하거나, 소폭 느는데 그쳤다. 거의 모든 기업들의 영업이익률은 전년보다 하락하며 2~3%대에 미쳤다. 식품업계 평균치가 4~5%대인 것을 감안하면 여전히 상황은 최악이다. 매출과 영업익이 동반 성장했더라도, 전년도 경영상황이 워낙 좋지 않았던 만큼 기저효과가 반영된 결과다.

저녁 자리에서 만난 한 식품기업 관계자는 “내부적으로 원가 부담이 감당할 수 있는 수준을 넘어섰다”며 “주요 원부자재 가격 외 각종 부대비용도 치솟고 있어 원가 압박은 지속적으로 있어왔고 앞으로도 그럴 것이다”라고 한탄했다.

얼어붙은 소비심리를 끌어 잡기에도 조급한데, 여론을 더욱 악화시킬 수도 있는 가격 인상 카드를 한 해에도 수차례 꺼내드는 건 식품사들에게도 도박이다. 하지만 이 외엔 뚜렷한 자구책이 없는 실정이다. 등 돌린 소비자들을 잡기 위해 인상폭이나마 최소화하며 고육지책을 마다않고 있다. 하나같이 지겹도록 똑같이 외쳐대던 ‘경영 제반 비용 상승에 따른 불가피한 공급가격 상향 조정’은 거짓말이 아니었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