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 ‘IMF의 한국 경제성장 전망’ 3연속 하락 위기의식 가져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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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고] ‘IMF의 한국 경제성장 전망’ 3연속 하락 위기의식 가져야
  • 박근종 성북구도시관리공단 이사장
  • 승인 2023.02.06 11: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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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근종 성북구도시관리공단 이사장
박근종 성북구도시관리공단 이사장

[매일일보] 국제통화기금(IMF)이 지난 1월 31일 발표한 ‘세계경제전망(WEO)’에서 올해 한국 경제성장률 전망치를 지난해 10월 내놓았던 직전 전망치 2%에서 0.3%포인트 하락한 1.7%로 낮췄다. 지난해 7월 올해 한국 성장률을 2.9%에서 2.1%로 0.8%포인트 낮췄고 같은 해 10월 2.0%로 0.1%포인트 내렸으며 이번에 1%대로 낮췄다. 벌써 3번째 연속 하향 조정이다. 그나마 국내외 주요 경제기관들보다 높은 2%대를 유지해왔던 IMF 전망치마저 결국 1%대로 주저앉았다. 이렇듯 IMF는 지난 1월 1.7%로, 경제협력개발기구(OECD)는 지난해 해 11월 1.8%로, 아시아개발은행(ADB)도 지난해 12월 1.5%로 최근 몇 달 새 한국 경제 전망에 유독 박해졌다. 국제 경제기구가 주요국의 국내총생산(GDP) 경제성장률 전망을 수정할 때마다 한국의 수치는 계속 내려갔다.

이에 반해 IMF는 그동안 글로벌 경기침체를 경고해온 것과는 다르게 이번에는 세계 경제성장률을 석 달 전보다 0.2%포인트 상향 2.9%로 전망했다. 미국은 1.0%에서 1.4%로, 유로존은 0.5%에서 0.7%로, 독일은 –0.3%에서 0.1%로, 일본은 1.6%에서 1.8%로 주요국 성장률을 줄줄이 올렸다. 예상보다 견고한 내수와 에너지난 완화 등을 이유로 미국과 유로존, 일본 등 대다수 선진국의 전망치는 반등했다. 각국 인플레이션 둔화 조짐, 미국 유럽 중국 등 세계 3대 경제권의 예상 밖 회복세 덕으로 풀이된다. 특히 중국 전망치는 4.4%에서 5.2%로 대폭적인 0.8%포인트나 상향 조정했다. 중국은 ‘위드코로나(With Corona │ 단계적 일상 회복)’로의 전환 후 ‘리 오프닝(Re-opening │ 경제활동 재개) ’의 경제 활성화 기대감으로 전망치가 5.2%까지 올랐다. 이런 반등 흐름과는 정반대로 한국의 전망치만 또다시 미끄러진 것이다.

더욱 심각한 것은 한국 경제성장률은 1.7%로 일본의 1.8%보다 0.1%포인트나 낮다. 만약 IMF 전망치가 현실화한다면 한국과 일본의 성장률이 1998년 외환위기 이후 25년 만에 처음으로 역전된다. ‘잃어버린 20년’의 일본보다 낮아질 것이라는 IMF의 전망은 충격이 아닐 수 없다. 지난 65년간 한국 성장률이 일본보다 낮았던 것은 1980년 오일쇼크와 1998년 외환위기 때뿐이었다. 일본이 장기 저성장 수렁에 빠져 국가 활력을 잃고, 실질 경제력 측면에서 한국에도 뒤진다는 분석이 잇따르는 와중에 일본보다 더 낮은 성장률을 기록한다는 것은 더욱 참담한 전망치다. 이번 한국에 대한 경제성장률 하향 조정은 IMF가 세계 경제성장률 전망치를 높인 가운데 이뤄졌다는 점에서 심각성의 강도가 다르다. 주요국 중 한국 경제 침체 우려가 더 심각해졌다는 방증(傍證)이자 경고(警告)이기 때문이다.

새해 들어 각종 지표는 한국 경제가 ‘퍼펙트 스톰(Perfect Storm │ 총체적 복합위기)’에 직면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닐 만큼 심각하다. 한국 경제의 추락은 그 버팀목인 반도체 시장의 혹한, 주력 업종의 수출 부진, 고금리와 고물가 속 내수 급감 등 대내외적 요인이 복합적으로 작용한 결과다. 산업통상자원부가 지난 2월 1일 발표한 ‘1월 수출입 동향’을 보면 지난해 수출은 전년 대비 16.6% 감소한 462억 7,000만 달러(약 56조 9,907억 원), 수입은 2.6% 줄어든 수입 589억 6,000만 달러(72조 6,328억 원)를 기록했다. 반도체가 전체 수출의 19%를 차지하는 나라에서 반도체 업황이 악화하자 경제 전체가 휘청대고 있다. 1월 수출이 1년 전보다 16.6% 줄었는데 반도체 수출이 전년 동월 대비 44.5% 급감하면서 1월 수출 감소분 중 약 52%를 차지했다. 최대 수출시장인 중국에 대한 반도체 수출도 46.6%나 감소했다. 수출이 급감하면서 지난 1월 무역수지는 126억 9,000만 달러(약 15조 6,594억 원) 적자를 기록했다. 지난해 3월부터 11개월 연속 흑자를 내지 못하고 적자 행진을 이어갔다.

그렇다고 해도 최대 수출시장인 중국 등 역내 주요국들의 호전이 예상되는 상황에서 유독 한국만 거꾸로 간 것은 우려스러운 징후가 아닐 수 없다. IMF 전망치가 하락할 때마다 울려댄 경고음에도 구조적 문제를 들여다보기보다는 일시적인 외부 변수 탓으로만 돌리며 안일하게 대응한 결과는 아닌지 찬찬히 반추해볼 일이다. 더욱 큰 문제는 한국 경제가 쉽사리 반등할 계기를 찾지 못하고 있다는 점이다. 우선 눈에 보이는 것만도 반도체 기업 실적이 급격히 악화했다. 삼성전자의 지난해 4분기 영업이익이 전년 동기보다 69%나 감소했고, 특히 반도체 부문 영업이익은 2,700억 원에 그쳐 97%나 급감했다. 대만 기업 TSMC의 4분기 영업이익(약 13조 원)에 비하면 50분의 1에 불과하다. 그나마 ‘파운드리(Foundry │ 반도체 위탁생산)’ 분야에서 돈을 벌어 적자를 면했을 뿐 주력인 메모리 분야는 사실상 적자로 추정된다. SK하이닉스도 지난해 4분기 영업손실이 1조7,012억 원에 달해 2012년 이후 10년 만에 분기 적자를 냈다. 

이러한 반도체 부진은 경제 전반으로 확산하는 조짐도 보인다. 지난해 4분기 실적을 발표한 기업 10곳 중 7곳이 ‘어닝쇼크(Earning Shock │ 실적 충격)’ 수준의 최악성적표를 받았다. 지난해 12월 국내 모든 산업의 생산 활동을 나타내는 지표인 전(全) 산업생산지수(IP)는 전달보다 1.6% 줄어 2020년 4월(-1.8%) 이후 32개월 만의 최대 감소 폭이다. 설비 투자도 7.1%나 급감하며 3개월 만에 감소로 전환됐다. 올해 수출은 작년보다 4.5% 줄어들 것이란 게 정부 전망인데다 한국무역협회(KITA) 국제무역통상연구원은 올해 1분기 수출산업경기전망지수(EBSI)는 81.8로 지난해 4분기(84.4) 대비 2.6포인트 하락할 것으로 내다보기도 했다. 내수까지 동반 침체가 지속되면서 올 2월 기업경기실사지수(BSI)는 2020년 8월(81.6) 이후 2년 6개월 만에 최저치인 83.1을 기록했다. BSI 전망치는 지난해 4월(99.1)부터 11개월 연속 기준선 100을 밑돌고 있다. BSI가 100보다 높으면 경기 전망을 긍정적으로 판단하며 100보다 낮은 경우 부정적으로 본다는 뜻이다. 이대로라면 한국은 0%대 저성장의 수렁에 빠져들 공산이 크다. 국제 금융시장에선 한국이 성장의 정점에 달했다는 의미로 ‘피크 코리아(Peak Korea)’ 얘기까지 나오고 있다.

따라서 각 경제 주체는 엄혹한 한국 경제의 현실을 직시하고 경각심을 추세우고 유연한 선제 대응으로 위기를 극복해야 한다. 그야말로 팽팽한 긴장감을 견지하고 허리띠를 졸라매야 한다. 기업의 생산성과 효율성을 높여 산업 전반의 신성장동력을 가동하고 성장 엔진을 다시 점화해야만 침체의 터널에서 출구를 찾을 수 있다. 이를 위해서는 구조개혁을 통한 경제 체질 개선과 경제의 전반의‘펀더 멘털(Fundamental │ 기초체력)’을 키우는 등 가능한 수단을 모두 집주(集注)하여 총력 대응해야 한다. 지속적인 연구개발(R & D)과 설비 투자, 수출시장 다변화 등 다각적이고 다층적이며 다양한 시도가 동시에 함께 이뤄져야 할 것은 물론이다. 국가 경쟁력을 회복하고 멈춤이 없는 지속적인 성장을 이루기 위해서는 정부가 선제적으로 유연한 리더십과 치밀한 전략을 강구하고 국회와 협치를 모색해 경제 체질을 근본적으로 바꾸는 개혁을 주도해야 한다.

또한 산업의 쌀이자 수출의 효자인 반도체 기업의 도태를 막으려면 세제 등에서 불리한 여건에 처하지 않도록 적극적으로 지원해 줘야 한다. 전략적 투자를 통해 기술 역량을 축적해놔야 경기가 바닥을 찍고 반등하는 시점에 경쟁의 주도권을 잡을 수 있음은 너무도 당연하다. 초격차 기술 확보를 위한 반도체 기업들의 연구개발(R & D)이 위기 국면에서 더 절실히 요구되는 이유다. 더불어 경제 주력 엔진인 제조업이 인력난에 허덕이지 않도록 ‘일자리 미스매치(Miss match)’ 문제도 서둘러 해소해야 한다. 국내외 사례를 봐도 불경기에 긴축 정책으로 성과를 낸 적은 거의 없다. 재정 긴축은 오히려 사회의 불평등과 양극화를 심화시킨다. 건전 재정도 중요하겠지만 그것이 경제의 궁극적 목적이 아니라는 생각을 간과해서는 안 된다. 따라서 정부는 통화정책은 긴축으로 재정 정책은 확장이라는 대전제하에 지금이라도 서둘러 경제정책 기조를 부자 감세에서 부자 증세로 단호하게 바꾸고, 재정 긴축에서 재정 확대로 과감하게 전환해야 한다. 하반기부터 경기가 풀리고 좋아질 것이라는 상저하고(上低下高)의 섣부른 기대와 막연한 낙관론에 안이하고 한가롭게 기대하고만 있기에는 우리 경제가 받아 든 숙제가 한없이 무겁고 풀어야 할 과제가 너무도 많다. 

 

박근종 성북구도시관리공단 이사장 / 서울시자치구공단이사장연합회 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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