빙과업계, 실적 호조에도 가격 인상…뒷배경 주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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빙과업계, 실적 호조에도 가격 인상…뒷배경 주목
  • 김민주 기자
  • 승인 2023.02.01 14:55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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빙그레, 개선세는 전년比 기저효과…정상경영 위한 고육지책
롯데제과, 지속된 원가 압박 못 이겨…경영제반 비용 다 올라
사진=연합뉴스
국내 빙과시장 점유율 톱2인 빙그레와 롯데제과가 잇따라 빙과류 가격을 인상했다. 두 기업 모두 지난해 실적 개선세를 보인 와중에 추가적인 가격 인상을 단행해, 소비자들은 ‘원자재값 상승’이란 표면적 이유를 납득하지 않는 분위기다. 그 속내를 들여다 보니, 이번 인상 결정은 영업이익률 부진 및 지속적인 원가 압박 부담 등 다양한 요인이 복합된 결과였다. 사진=연합뉴스

[매일일보 김민주 기자] 올 들어 아이스크림 가격이 가파르게 오르자, 그 뒷배경에 이목이 쏠린다.

지난달 빙그레와 롯데제과는 잇따라 빙과류 가격 인상안을 발표했다. 각각 국내 빙과시장 점유율 44%, 40%를 차지중인 업계 톱2다. 선두 업체를 필두로 타 빙과 업체들도 인상 대열에 합류할 것으로 전망된다. 이들은 유가공품 등의 원부자재 가격과 인건비, 물류비, 에너지 비용의 지속적인 상승에, 공급가 상향 조정은 불가피하단 입장이다.

하지만 일부 소비자들은 두 기업 모두 지난해 매출과 영업익이 동반 성장하는 등 실적호조세를 보였기에 ‘원자재값 상승’이란 표면적 이유를 납득하지 않는 분위기다.

1일 업계에 따르면 이번 빙과업계 인상카드를 두고 여러 가지 해석이 나오고 있다. 롯데제과 합병 후 빙과시장 구도 싸움의 서막이 올랐단 시나리오에도 무게가 실린다.

빙그레의 경우, 두드러진 실적 개선세에도 올 들어 두 차례나 가격을 인상을 단행했다. 이달부터 일반 소매점 기준으로, 메로나, 비비빅을 비롯한 바 아이스크림 7종과 슈퍼콘 등의 아이스크림은 기존 1000원에서 1200원으로 200원씩 올렸다. 앞서 지난달 1일에도 일부 빙과 제품의 편의점 판매 가격을 인상한 바 있다. 투게더는 8000원에서 9000원으로 12.5%, 붕어싸만코와 빵또아는 2000원에서 2200원으로 10% 비싸졌다.

빙그레가 잠정공시한 지난해 연결기준 실적은 영업이익 394억766만원, 매출 1조2676억8582만원으로 각각 전년 대비 50.2%, 10.5%씩 성장했다. 같은 기간 당기순이익은 256억8552만원으로 흑자전환했다. 일각에선 통합 롯데제과를 견제하기 위해, 올 여름 빙과 대전을 앞두고 가격 인상 카드를 미리 꺼내들었단 견해가 나온다.

빙그레 관계자는 “지난해 매출과 영업익이 동반 성장할 수 있던 것은 전년도 경영상황이 워낙 좋지 않았던 만큼 기저효과가 반영된 결과”라며 “이번 인상안은 경쟁사를 견제하기 위함이 아닌 정상적인 경영활동 영위를 위한 최선의 방도”라고 전했다. 실제로 마진율이 얼마나 좋은지 파악할 수 있는 지표인 영업이익률을 따져보면, 빙그레의 영업이익률은 2021년은 2%대, 지난해는 3%대에 불과하다. 식품업계 평균치가 4~5%대인 것을 감안하면 상황이 여전히 좋다고는 하기 어렵단 설명이다.

롯데제과도 이달부터 일부 빙과 제품의 가격을 올려 잡는다. 스크류, 죠스바가 기존 500원에서 600원으로, 월드콘, 찰떡아이스, 설레임은 1000원에서 1200원으로 비싸진다. 나뚜루 파인트 제품 10종도 기존 12900원에서 14900원으로 가격이 바뀐다.

롯데제과도 단순 실적을 봤을 때 매출과 영업익이 동반 성장, 실적 호조세를 탄 모습이다. 롯데제과는 올 하반기 롯데푸드와의 합병을 통해 단숨에 연매출 3조7000억원의 식품업계 2위 기업이 됐다. 국내 17개의 공장과 해외 8개 법인을 보유한 자산 3조9000억원, 연매출 3조7000억원에 이른다. 통합 롯데제과는 올 3분기 누적 매출과 영업이익이 각각 전년 동기 대비 27.4%, 90.3%씩 증가했다.

하지만 이는 지난해 7월 1일 롯데푸드를 흡수합병한 이후 실적이고, 전년 3분기는 합병 전 자료임을 고려했을 때 단순 비교는 어렵다. 전년 동기인 2021년 3분기에는 롯데푸드 실적이 빠져 있기 때문이다. 2021년 3분기 롯데제과와 롯데푸드 합산 실적과 비교할 경우, 지난해 매출액은 전년 동기 대비 10.3% 성장했지만 영업이익은 8.1% 쪼그라들었다.

사업부문별로 보면 빙과사업은 다소 부진했다. 빙과 영업이익의 감소를 껌‧캔디‧초콜릿 등 건과 가격 인상으로 일부 상쇄해, 제과사업 영업이익은 4.5% 소폭 증가했다.

현재 통합 롯데제과는 합병 시너지 극대화를 위한 경영 효율화 작업에 한창이다. 이 과정에서 원가 부담에 따른 수익성 악화를 방어하기 위해 아이스크림 성수기 대목 전 공급 가격을 조정했단 관측도 나온다.

롯데제과 관계자는 “성수기를 의식해 수익성 제고를 위한 선제적 작업으로 가격을 올린 것이 아닌, 내부적으로 원가 부담이 감당할 수 있는 수준을 넘어섰기 때문”이라며 “주요 원부자재 가격 외 각종 부대비용이 치솟고 있어 원가 압박은 지속적으로 있어왔다”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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