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간] 군 독재 시절의 흑암 속 고군분투를 그린 이야기들 '백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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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신간] 군 독재 시절의 흑암 속 고군분투를 그린 이야기들 '백서'
  • 김종혁 기자
  • 승인 2023.01.31 08:34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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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서가 백서(白書)가 아니었던 시절

[매일일보 김종혁 기자]  지금은 '5·16', '12·12'사건을 말할 때 군사 정변, 쿠데타 용어가 사용되지만 멀지 않은 과거만 해도 쿠데타를 쿠데타라 부르지 못하고 민주화운동을 ○○사태로 불렀다.

문민정부가 들어서고 이제야 제대로 된 명칭으로 부르게 됐지만, 지금도 그때의 상처는 잔존해 있고, 광주 민주화운동 진상조사는 여전히 진행되고 있다.

<백서>는 군 독재 시절을 지나온 각계각층 인물들의 이야기를 모은 단편집이다.

국무총리실의 사무관, 정보부대 군인, 대통령 그리고 누군가의 가족 등 각계각층의 사람들이 품은 이야기는 제각각이나 모두 군 독재 시절의 그늘에 잠겨 있는 모습이다.

각 단편은 크게 세 가지의 범주로 묶을 수 있다.

첫 번째는 군 독재 시절의 이야기를 직접적으로 다룬 것으로 △ 독재 정권을 미화하는 백서를 간행하라는 지시를 받은 국무총리실 사무관의 선택을 그린 '백서(白書)', △ 아웅산 묘지 테러 사건을 다룬 '솔', △ 김재규가 박정희를 저격하고 사형되기까지의 모습을 묘사한 '의인(義人)' , △ 군부 세력에 의해 압박을 받던 최규하 대통령이 결국 하야를 택하기까지 과정을 그린 '기미정난(己未靖難)'이 해당된다.

책은 실제로 사건을 보고 있는 것처럼 생동감 넘치게 사건을 재구성함으로써 군 독재 시절을 간접 체험할 수 있도록 했다.


두 번째 유형은 군 독재 정권 이후 현재를 살아가는 사람들의 이야기다. '누구는 너만 못해서', '뒷모습'이 여기에 해당된다.

독재 정권 시절 군인으로 근무했던 이들이 주인공이다. 군대에 있을 때는 건실한 구성원이었던 주인공이 사회에 나와서는 영 요령 없고 고지식한 사람으로 취급받는다. 민주주의와 자유가 찾아왔음에도 어째서 사회 구성원의 삶은 더 어려워진 것인지 그 아이러니가 날카롭게 찔러든다.

세 번째 유형은 군 독재 시절과 다소 거리를 두고 한국 현대사의 다른 면을 조명한다. 물론 역사는 연대별로 분절되는 것이 아니라 연속돼 있다는 점에서 다른 유형들과 긴밀한 관계를 맺고 있다고 봐야 할 것이다.

연평해전 전후 상황을 그린 '쓰리세븐(777)'과 이름조차 남지 않은 어느 누군가를 기록한 '군복(軍服)'이 이 유형에 포함된다. 특히 군복(軍服)에서 주인공이 일본군, 국군, 북한 의용군 총 세 벌의 군복을 입었다는 대목은 식민 지배, 전쟁, 분단 등으로 얼룩진 한국 근현대사의 아픔을 잘 드러낸다.

책에 소개된 8편의 이야기는 한국 근현대사의 굴곡을 지나온 한국인들의 단면들을 하나씩 나눠 가지고 있다. 그 편린들은 아직도 우리 가슴속 어딘가에 깊숙이 꽂혀 있다.

민주주의 효용과 존립 가치가 시험받는 요즘, 시민들이 피 흘려 쟁취한 가치는 무엇인지 그리고 그것들을 우리는 잘 지키고 있는지 돌아보게 한다.



좌우명 : 아무리 얇게 저며도 양면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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