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건축 대못' 뽑혔지만 재건축 단지 매수문의는 실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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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건축 대못' 뽑혔지만 재건축 단지 매수문의는 실종
  • 나광국 기자
  • 승인 2023.01.29 11:02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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규제 완화에도 여의도·목동 등 최고 5억 하락 거래
속도 붙었지만 문의 없어…“고금리·남은 규제 영향”
정부가 주택 공급 확대를 위해 재건축 규제를 완화했지만 일부 재건축 단지들은 매매가 하락 등 침체의 늪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사진은 서울 여의도 63스퀘어 전망대에서 바라본 아파트. 사진=연합뉴스
정부가 주택 공급 확대를 위해 재건축 규제를 완화했지만 일부 재건축 단지들은 매매가 하락 등 침체의 늪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사진은 서울 여의도 63스퀘어 전망대에서 바라본 아파트. 사진=연합뉴스

[매일일보 나광국 기자] #서울 양천구 목동 신시가지아파트 인근 A공인중개사무소 대표는 “단지에 ‘재건축 정밀안전진단 통과 축하’ 현수막이 붙어 있지만 매수 문의는 거의 없다”며 “문의가 있어도 매도 호가와 매수 호가 차이가 크다”고 말했다. 또 “금리 부담이 높아 매수에 나서는 이들이 제한적이고 현금 여력이 있는 일부 투자자들 아니면 분위기는 규제 완화 이전과 크게 달라지지 않았다”고 말했다.

정부가 주택 공급 확대를 위해 재건축 규제를 완화했지만 일부 재건축 단지들은 매매가 하락 등 침체의 늪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특히 서울 여의도, 목동 등의 재건축 추진 아파트 단지에선 최고가 대비 5억원 이상 하락한 거래가 속출하고 있다. 전문가들은 금리인상 등 요인으로 인해 규제완화 효과가 절감됐고 남은 규제도 존재해 당장 활성화는 어려울 것으로 전망했다

24일 정비업계에 따르면 정부가 재건축 안전진단 요건을 완화하면서 재건축을 추진하는 노후 단지들이 안전진단을 속속 통과하고 있다. 정부가 지난 5일 안전진단 평가 항목 가운데 구조안정성 비중을 50%에서 30%로 낮춘 영향이다. 재건축 확정 판정을 받으려면 안전진단 평가 항목별 점수 총점이 45점을 넘지 않아야하는데 규제 완화로 문턱이 크게 낮아진 것이다.

대표적으로 1980년대에 지어져 준공 30년 차를 넘긴 목동 신시가지 3·5·7·10·12·14단지와 신월시영 등 7개 단지가 최근 안전진단을 모두 통과했다. 노원구에선 지난 6일 상계주공 1·2·2·6단지, 상계한양 등 4개 단지가 재건축 확정을 통보 받았다. 이외에도 경기 광명시 철산주공 12·13단지는 지난 13일 ‘조건부 재건축’에서 ‘재건축 확정’으로 변경됐음을 통보 받았다.

그러나 기존에 재건축 추진에 속도가 붙을 때마다 매매가격이 반등했던 과거와 달리 최근 재건축 단지들의 매수 문의도 크게 줄었고 매매 가격은 좀처럼 맥을 못 추고 있다. 국토교통부 실거래가 공개시스템을 살펴보면 서울 영등포구 여의도동 시범아파트 전용면적 79㎡은 지난 9일 15억원에 거래됐다. 작년 10월 최고가(20억1000만원) 대비 5억원 넘게 하락한 금액이다.

양천구 목동 신시가지 3·5·7·10·12·14단지가 지난 9일 일제히 안전진단 통과판정을 받았다. 하지만 14단지 전용면적 74㎡가 지난 16일 이전 최고가(16억8000만원)보다 6억1000만원 하락한 10억7000만원에 거래됐다. 강북권 재건축 최대어인 마포구 성산동 성산시영 전용면적 50㎡도 지난달 7억9000만원에 거래돼 직전 최고가(11억2000만원)대비 3억원 가량 떨어졌다.

성산동 인근 B공인중개사무소 대표는 장기간 매매가 이뤄지지 않자 집주인이 호가를 크게 낮춰 최근 매매가 이뤄졌다고 입을 열었다. 그는 “최근 정부의 재건축 규제완화 영향으로 문의 전화는 많이 오지만 매수로 이어지는 문의는 거의 없다”며 “예전과 다르게 호재에도 팔려는 사람이 많고 매물회수도 없는 상황으로 대출 이자 부담이 큰 영향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신정동에서 23년째 C공인중개사무소를 운영 중인 김모씨는 여전히 남아 있는 규제 또한 재건축 시장 활성화에 발목을 잡고 있다고 말한다. 그는 “최근에 급매물 위주로 거래가 이뤄지고 있고 예전보다는 문의는 조금 늘었지만 매매 이후 실거주해야 하는 토지거래허가구역으로 묶여 있어서 매매를 망설이는 경우도 종종 있다”면서 “거래절벽이 이어질 것 같다”고 전망했다.

전문가들은 남아 있는 규제와 고금리 기조가 이어질 경우 재건축 단지의 가격도 약세를 면치 못할 것으로 전망했다. 여경희 부동산R114 수석연구원은 “정부가 규제완화를 통해 재건축 활성화에 나섰지만 높은 금리와 재건축초과이익환수제, 토지거래허가제 등 시장을 옥죄는 규제가 여전히 남아 있어 당분간 재건축 아파트값 반등을 기대하기는 어려워 보인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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