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헝거게임’ 된 배달대행界…바로고·로지올, 최후 승자되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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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헝거게임’ 된 배달대행界…바로고·로지올, 최후 승자되나
  • 김원빈 기자
  • 승인 2023.01.24 12: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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메쉬코리아·만나플래닛 각종 논란에 ‘휘청’…업계 혼란 가중
급성장·현장 중심 특성 등 난제 산적…“바로고·로지올 버틸 것”
로지올(생각대로) 라이더. 코로나19 버블이 꺼지자 배달대행업계의 혼선이 가중하며 업계가 재편되고 있다. 사진=로지올 제공
로지올(생각대로) 라이더. 코로나19 버블이 꺼지자 배달대행업계의 혼선이 가중하며 업계가 재편되고 있다. 사진=로지올 제공

[매일일보 김원빈 기자] 코로나19 엔데믹 이후 배달대행업계가 불황의 늪에 빠졌다.

24일 업계에 따르면, 다수의 배달대행업체는 코로나19 ‘버블’이 꺼진 이후 심각한 경영난과 각종 논란으로 시름하고 있다.

실제 업계 상위권에 속해 있던 메쉬코리아는 OK캐피탈로부터 대출받은 360억여원을 상환하지 못해 회생절차를 밟고 있다. 지난달 27일 메쉬코리아는 400억여원의 신규 투자를 유치해 다음달까지 대출금을 상환하겠다는 입장을 내놨지만, OK캐피탈은 이같은 방식에 이견을 보이고 있어 갈등이 지속되고 있다. 재정적 문제가 해결되더라도, 메쉬코리아가 기존 확보했던 우수 인력들이 빠져나가고 있다는 점도 큰 난제로 꼽힌다. 메쉬코리아는 경영난을 이유로 사업을 축소하고 희망퇴직을 받기도 했다.

만나플래닛도 ‘고객적립금 유용’ 의혹에 휩싸였다. 만나플래닛의 페이 미지급금(고객적립금 포함)은 213억여원이지만, 현금성 자산은 97억9600여만원에 불과하기 때문이다. 일각에서는 만나플래닛의 고객적립금 유용 의혹이 머지포인트 사태처럼 사회적 물의를 발생할 수 있는 ‘시한폭탄’이 될 수 있다는 지적도 제기된다.

바로고·로지올 등 견고한 현금성 자산과 사업 노하우를 축적한 전통적 ‘강자’를 제외한 업체가 사실상 ‘정리’되는 수순을 밟고 있는 셈이다. 업계 관계자는 “영화 ‘헝거게임’의 모습처럼 업계가 정상궤도를 잡아가며 튼튼한 업체만 살아남는 형국이 그려지고 있다”고 분석했다.

배달대행업계의 혼란이 점증하는 이유로 △짧은 시기 이룬 양적 성장 △배달 현장 중심에 있는 사업 주도권 △정부의 경직된 대처 등이 꼽힌다.

배달대행업계는 코로나19 확산으로 주문배달이 급증하던 지난 2020년과 2021년 사이 크게 성장했다. 통계청의 ‘연간 온라인쇼핑 동향’에 따르면, 음식서비스 온라인쇼핑 거래액은 2017년 2조7000억여원 규모에서 2021년 약 25조6000억원대로 성장했다. 이 가운데 업계에 난립한 일부 업체는 막대한 자금 출혈을 감수하고 경쟁적으로 각 지역 배달센터에 대한 ‘매수’ 작업에 나서는 일을 빈번히 행했다. 업계 관계자는 “경쟁이 가열돼 상호 간의 센터를 더 많은 돈으로 빼앗는 일도 잦았다”고 설명했다.

‘사업 주도권’이 현장에 편중돼 있다는 점도 문제다. 배달대행 플랫폼 프로그램은 각각의 지역 배달 센터와 플랫폼 간 별도의 자율적 계약으로 성사된다. 지역 센터의 선택에 따라 언제든 경쟁사로 이동이 가능한 구조다. 배달대행업체는 계약에 따라 필요 사항을 제공하지만, 업계의 ‘실세’는 배달업을 현장에서 수행하는 지역 배달 센터인 셈이다.

업계 관계자는 “배달대행 플랫폼이 현장의 안전 문제나 애로 사항에 적극적으로 개입할 수 없는 이유도 바로 이 때문”이라며 “당초 지역에서 영세한 형태로 사업을 운영하던 배달 센터들이 대부분이다 보니 안전 교육 등을 실시해도 참여율이 매우 저조하다”고 부연했다.

여기에 업계의 성장을 따라잡지 못하는 정부의 경직된 행보도 혼선을 가중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정부는 작년 라이더 고용보험 의무화 당시 정책 시행 6개월이 지난 시점까지도 고용보험 신고 및 납부 의무 시스템을 구축하지 못했다. 이에 배달대행업계는 한동안 고용보험 의무화에 따르는 행정업무를 전적으로 도맡기도 했다. 업계 관계자는 “정부에서는 아직 배달의민족 등 배달 플랫폼과 배달대행업도 제대로 구분하지 못하는게 현실”이라고 토로했다.

복수의 플랫폼업계 관계자는 “다양한 혼선이 지속되며 업계가 ‘정리’되는 상황은 관점에 따라서는 자연스러운 수순”이라면서 “바로고·로지올과 같은 견고한 사업 기반을 가진 일부 업체 위주로 시장이 재편될 것으로 보인다”고 전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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