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간] 컴북스이론총서 '캐런 바라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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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신간] 컴북스이론총서 '캐런 바라드'
  • 김종혁 기자
  • 승인 2023.01.13 13:29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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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자역학과 양자장론으로 만들어 낸 신유물론의 윤리
우주와 중간에서 만나야만 한다

[매일일보 김종혁 기자] 과학은 하나의 정답을 찾기 위한 여정일까?

고전물리학자들은 여기에 "그렇다"고 답하겠지만, 양자물리학을 자신의 인식론, 존재론, 그리고 윤리의 토대로 삼은 바라드는 조금 다른 대답을 내놓을 것이다.

바라드는 세계가 명확한 주체로 구성된 것이 아닌 얽혀 있는 상태임을 강조하며 행위적 실재론 개념을 꺼내든다.

행위적 실재론은 기술과학적 실천을 포함한 모든 자연문화적 실천에 대한 포스트휴머니즘 수행성 이론이다.

바라드는 물질에게 세계의 생성에 대한 능동적인 참여자로서 정당한 몫을 허락하고자 한다. 페미니즘, 반인종주의, 후기구조주의, 퀴어 이론, 마르크스주의, 과학 연구를 수용하고 보어, 버틀러, 푸코, 해러웨이 등의 통찰에 기반한 바라드는 푸코와 버틀러가 미치지 못한 포스트휴먼의 세계를 열어 보인다.

최근 각광받고 있는 신유물론 연구에서의 바라드의 명성에도 불구하고, 국내에서 바라드의 소개는 미진한 실정이다. 이 책은 국내 최초로 바라드의 사상을 단독으로 다룬 책으로, 바라드의 주저 <우주와 중간에서 만나기>뿐만 아니라 최근 양자장론으로 확장된 바라드의 사유까지 폭넓게 담았다.

자연 자체의 퀴어함, '회절'이라는 새로운 인식론, 시학이라는 신유물론 연구의 새로운 방법론 등 신유물론 또는 바라드에 입문하려는 독자, 나아가 현직 연구자에게도 새롭고 풍부한 개념을 소개한다.

-- 바라드에 따르면 우리가 윤리로부터 벗어날 길은 없다. 심지어 한순간도 우리는 혼자 존재하지 않는다.우리는 "우주와 중간에서 만날" 필요가 있다. 다시 말해, 인간은 오만한 태도를 버리고 ‘우주와 교섭하고 우주와 의견을 조율하면서’ 자신의 역할에 대해 책임지는 겸손한 자세를 지녀야 한다. 우리는 세계의 변별적 생성에서 우리가 행하는 역할에 대해 책임을 져야한다. --"05 윤리-존재-인식-론" 중에서

-- 바라드는 흔히 퀴어한 행동을 비정상적인 성적 욕망으로 정의하며 비난하는 '자연에 반하는 행위'라는 문구는 짐승 같은 이미지를 떠올리게 하면서 사람들에게 도덕적인 격분을 일으키지만, 여기에는 자연과 문화의 경계를 공고히 하려는 비논리가 숨겨져 있다고 지적한다. 만약 어떤 퀴어한 행동이 '부자연스럽고 자연법칙에 어긋난다면', 그 행위자는 자연에 속하지 않고 자연 바깥에 있게 된다. 그런데, 한편 그를 '짐승처럼 행동한다고' 비난한다면 그를 '자연의 일부'라고 욕하는 것이 되기 때문이다.-- "06 퀴어한 자연" 중에서

지은이 박신현은 서울대학교 불문학과를 졸업하고 고려대학교 대학원에서 비교문학 석사 학위와 영어영문학 박사 학위를 받았다. 건국대학교 몸문화연구소 학술연구교수로 재직 중이다.

 


좌우명 : 아무리 얇게 저며도 양면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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