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스크칼럼] 이땅에서 어떻게 안전하게 살 수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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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스크칼럼] 이땅에서 어떻게 안전하게 살 수 있을까
  • 권대경 기자
  • 승인 2023.01.09 10: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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권대경 정경부장
권대경 정경부장

대한민국이라는 나라에서 스스로 살아남아야 하는 한국인으로서 언제까지 생존할 수 있을까. 두렵다. 국민의 생명과 안전을 지켜야 하는 국가가 제대로 된 역할을 하지 못하고 있어서다. 4대 의무 중에 납세의 의무가 있다. 납부하는 세금에는 나의 생명과 안전을 지키는 데 써 달라는 세금이 상당하다. 그런데 내가 내는 세금이 제대로 쓰이지 않는 것 같다. 

화두를 살짝 바꿔 인류사적 관점에서 현 시대를 살아가는 이들에게 중요한 메시지를 주는 제레드 다이아몬드의 '총, 균, 쇠'를 보자. 책에는 압도적으로 많은 수의 구대륙 원주민이 소수의 신대륙 사람들에 의해 정복된 최대 요인은 총과 쇠보다는 균으로 봤다. 구대륙에서 넘어온 균에 무방비로 노출된 신대륙 사람들은 속수무책으로 쓰러져갔다. 전쟁을 통한 사상자보다 훨씬 더 많은 사상자를 낸 이유가 바로 균이었던 셈이다. 이는 당시 구대륙 사람들이 예상하기도 대처하기도 어려운 사안이었다. 만약 예상 가능했고 대처가 가능했다면 인류사는 완전히 달라졌을 것이다. 

현실로 돌아오자. 대통령은 외교무대에서 실수를 반복했고, 길가던 국민 수백명이 서울시내 중심에서 이유도 모른채 압사 당했다. 북한의 무인기는 서울 상공을 자유롭게 돌아다니고, 국가위기관리센터는 정권교체 후 전화번호마저 제대로 바꾸지 못했다.

외교무대 실수는 전국민의 청력테스트로 전락됐고, 이태원 참사는 그 누구도 명확하게 책임지는 사람없이 그냥 어쩌다 일어난 사고로 치부되고 있다. 북한 무인기의 비행금지구역(P-73) 침범을 예상한 4성 장군 출신의 국회의원에게는 북한과의 내통설로 색깔론이 덧씌워지고 있다. 진상을 규명해 사건의 원인을 파악하고 명백하게 책임을 지고, 재발 방지책 마련하는 프로세스는 어디에서도 찾을 수 없다. 특히나 위와 같은 사건들은 '총, 균, 쇠'의 균과 달리 예상이 가능한 사건이자 대처할 수 있는 일이자, 예방까지 할 수 있는 것들이다. 그럼에도 재난대응체계와 국가안보를 책임지는 정부와 군 당국의 처사를 보면 한숨만 나온다. 그래서 두렵다. 급기야 금일 한 매체의 보도에 따르면 국방대 현역 교수 3명이 여직원에 성범죄를 저지르고, 2차 가해자는 영전했다는 소식도 들린다. 한 마디로 엉망이다. 

그런데 금일 새벽 인천 강화군 서쪽 25km 해역에서 진도 3.7의 지진이 발생했다. 지진은 대표적으로 인간이 예상하기 어려운 자연재난이다. 만약 서울 한복판에서 그와 같은 지진이 발생했다면, 그 피해는 엄청났을 것이다. 특히나 현 정부의 재난대응체계를 보면 더 큰 피해를 막기 어려울 듯 하다. 

이른바 환태평양 조산대의 '불의 고리(ring of fire)'에서 모든 지진과 화산 활동의 90%와 70%가 발생한다. 그런데 이 불의 고리에 한반도가 안전 지역이 아니라는 점은 지질학자 뿐 아니라 전 국민이 인지하고 있다. 심지어 백두산 화산 활동이 감지되는 등 엄청나고도 예측하기 어려운 자연 재해의 조짐도 곳곳에서 나타나고 있다. 인위적으로 발생하는 재난에도 제대로 대처를 하지 못하는데 지진이나 화산과 같은 재난은 오죽하랴. 

대대적 개편이 필요하다. 재난이나 사고의 종류를 분류하고 각 사안이 발생할 경우 체계적으로 대응할 수 있는 컨트롤타워를 명확히하고, 평소에도 재난 대비 훈련을 하는 등 준비를 해야 한다. 그러지 않고서는 엄청난 재해 앞에 우리도 구대륙의 원주민들처럼 한순간에 역사속으로 사라질 수 있다. 과한 우려라 치부하기에는 현실이 너무 두렵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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